혼자 다녀온 김유정 문학촌/정동윤
경춘선 전철은 달린다
동쪽의 김유정역으로,
전철의 투명 스크린에는
늦겨울의 황량한 풍경이
바람처럼 흘러간다
'동백꽃' 소설가 김유정의 고향
문학의 꽃이 피어 있는 곳으로...
기와집의 고풍스러운 건물
궁서체로 쓰인 '김유정역'
초가지붕이 옹기종기 모인 문학촌
스물아홉에 죽은 젊은 소설가가
병마와 싸우며 창작한 작품은
일제의 서슬 아래서도
고단한 삶을 이어간 민초들의
끈질긴 모습을 토속적으로 그려냈다
그는 춘천의 실레마을에서 태어나
서울 종로 운니동 대저택에 살며
재동 보통학교, 휘문고보,
연희전문 제적, 보성전문 자퇴하고
농촌 계몽 운동을 하다 소설을 썼다
젊은 아낙의 운명을 그린 '소낙비'
금돌 앞에서 변해버린 인심 '노다지'
데릴사위를 핑계로 노동 착취 '봄봄'
풋풋한 청춘의 순진한 연애 '동백꽃'
그는 3여 년 동안 30 편의 소설과
12 편의 수필을 남겼다.
폐결핵에 시달리면서도
작품을 썼고
시인 박용철의 여동생 박봉자에게
답장 없는 연애편지를 보냈고
동병상련 시인 이상의
동반 자살 유혹도 뿌리쳤으나
누이의 과수원 토방에서
짧디짧은 생을 마쳤다
20 일 뒤 이상도 그를 따라갔다.
한국 문단의 대표들을
시대별로 분류하고
문학의 길을 다져왔던 작가를
간략하게 조명해 내는
김유정 문학관의 전시물을
꼼꼼하게 눈에 새기고
김유정 기념 전시관 문을 나왔다
늦은 점심을 한식집 '시루'에서
청국장으로 마치고
금병산 아래 '살레이야기길' 따라
잣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짙고 빼곡한 잣나무 숲을 지나니
언덕엔 젖은 눈이 꽤 많이 쌓여있어
미끄러운 눈길 언덕을 포기하고
잣나무 숲에 앉아
담아온 커피를 마신 뒤
따스한 봄날을 약속하고 돌아섰다.
피톤치드 넘치는 잣나무 숲에서
문학의 향기에 빠져보고,
둘레길 돌아 한적한 카페에서
차 한 잔 마신 뒤에
지금은 폐역으로 남아있는
옛 기찻길을 이용한
레일바이크도 즐겨보고
또 시간이 허락하면
경춘선 종점, 춘천으로 건너가
의암 호수를 거닐다 오면
하루 해가 금방 저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