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서 쌀 20키로 한포를 얻어 왔다.
나는 친정에서 얻어다 먹는 것이 없다.
내 것이 더 많기도 했다.
오늘은 조부모님 기일이여서 서울까지 가지는 못하고
고모님 모시고 산소에 다녀 동생이 살고 있는 친정집에 들렀다.
막내동생 차를 타고 갔다.
막둥이는 농사 지을 때 드론으로 비료도 뿌리고 약도 해 주었다고 했다.
나는 그 논을 만들 당시 내 뼈가 녹아 있는 곳이다. 그러니까 40여년 전이다.
그렇게 친정집이 쌀 부족하지 않게 논을 준비해 놓고 난 결혼을 했다.
그렇다고 내가 친정 재산을 욕심 내 봐야 무슨 소용인가?
한번도 쌀 한포 달라는 말을 안 했다.
지금까지 한번도 친정에서 쌀을 비롯 내 것을 가져다 놓았으면 놓았지
가져온 것이 없다.
여름날 어쩌다 오이 몇 개 가지 몇 개 파 몇 뿌리 정도야 가져다 먹는 것 말고는
가져 올 것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고모님이랑 막둥이 실어 주면서 어찌 안 되었던지 내 몫으로 쌀을 한포 실어 주었다.
막둥이는 오는 길에 집에 쌀을 내려 주고 갔다.
쌀을 들여 놓으며 묘한 생각이 들었다.
아 나도 친정에서 쌀을 주기도 하는구나!
이게 내 어린시절 뼈가 녹은 땅에서 나온 쌀이구나!
생각에 그런 기분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재산분배를 하면서도 남자들끼리 다 하고서 딸들에게는 알리지 조차 안하고 알아서들 했다.
그렇다고 왜 딸들은 안 주느냐고? 할 법도 하지만 우린 아무말도 안 했다.
한 때 그래도 우리에게 합의는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그런 문제로 남매간에 불화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쌀 한포대가 내 마음을 조금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