過齊景公墓(과제공경묘) : 1625년 10월 19일
사서(沙西) 전식(全湜)
七十餘城舊業殷(칠십여성구업은)
當時列國是賢君(당시열국시현군)
淸秋謾灑牛山淚(청추만쇄우산루)
千載令人笑廢墳(천재령인소폐분)
제나라 경(景)公 묘소를 지나며
제나라 70여 성(城) 옛 업적이 흥성하여,
당시의 열국에선 현군으로 일컬었네.
맑은 가을 우산(牛山)에서 하염없이 눈물 뿌려,
천년토록 사람들로 하여금 황폐한 무덤 비웃게 했네.
【주】
1. 청추(淸秋) : 1) 맑게 갠 가을. 2) 음력(陰曆) 8월의 별칭(別稱).
2. 구업(舊業) : 예부터 이어오는 사업 곧 가업(家業). 쌓아 모은 재산.
3. 제경공(齊景公) : 춘추 시대 제나라의 국군(國君). 이름은 저구(杵臼)다. 제장공(齊莊公)의 이복동생이다. 대부 최저(崔杼)가 장공을 살해하고 그를 세워 군주로 삼았다. 즉위한 뒤 최 저를 우상(右相), 경봉(慶封)을 좌상(左相)으로 삼았다. 재위하면서 대신들이 서로 죽이는 등 조정이 극히 혼란했다. 궁실 짓기를 좋아했고, 사냥개와 말을 모아 길렀으며, 세금을 무 겁게 매기고 혹형을 가하는 등 사치가 끝이 없어 백성들의 고통이 심했다. 나중에 안영(晏 嬰)을 정경(正卿)에 임명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일찍이 노정공(魯定公)과 협곡(夾谷)에서 만났다. 재위 기간은 58년이고, 시호는 경(景)이다.
4. “맑은 가을...비웃게 했네” : 〈안자춘추(晏子春秋)〉 〈내편(內篇) 간상(諫上)〉에 관련 기록이 있다. 요약하면 대략 이렇다. 제 경공이 우산(우산)에서 놀다가 도성을 바라보며 넉넉하고 질펀한 이 땅을 버리고 어떻게 죽을 수 있을까? 라고 하며 눈물을 흘리자, 여러 신하들이 모두 따라서 눈물을 흘렸지만 안자만 홀로 곁에서 웃었다. 경공이 웃는 이유를 묻자 안자 는 제나라 역대 군주들이 죽지 않고 영원히 현신들의 보좌를 받았으면 우리 전하께서 어떻 게 지금 보위에 오를 수 있었겠습니까? 라고 반문하며 그런 이유로 웃었다고 대답하였다.
『국역 전식 사행록 홍호 조천일기』 김영문(2021년) 136쪽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