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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요건설사 브랜드 ⓒ각 건설사 |
지난 2000년 ‘삼성래미안’을 필두로 ‘대림e편한세상’, ‘GS자이’, ‘대우푸르지오’ 등 아파트 브랜드가 등장한지 올해로 15년. 더 이상 ‘래미안’이나 ‘자이’ 등으로 차별화할 수 없다고 판단한 건설사들은 이른바 ‘펫네임’이라고 하는 서브네임을 붙여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아파트 단지의 위치, 교통, 학군, 조망권 등 특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펫네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도심에 위치해 교통여건 등이 좋으면 ‘센트럴’, 학군이 좋은 경우 ‘에듀’, 조망이 훌륭한 경우 ‘뷰’, 고급형 아파트에는 ‘프레스티지’ 등이 붙는 형식이다.
보통 회사 내 마케팅팀에서 회의를 거쳐 선정하거나 직원들의 투표를 거치는 경우도 있고, 재개발·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도 한다.
펫네임을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곳은 대표적으로 삼성물산과 포스코건설이다.
삼성물산은 다음달 분양 예정인 자양동 래미안에 ‘프리미어팰리스’라는 이름을 붙였고, 이 외에도 래미안 마포 ‘웰스트림’, 래미안 수지 ‘이스트파크’, 래미안 영등포 ‘프레비뉴’ 등 최근 분양한 단지에는 대부분 펫네임을 붙였다.
삼성물산은 펫네임 선정을 위해 용역을 주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외부 업체에 용역을 주고 펫네임을 정한 후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조합과 상의해 아파트 명칭이 최종 결정된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역시 갈매 더샵 ‘나인힐스’, 구리 더샵 ‘그린포레’, 동탄역 더샵 ‘센트럴시티’, 송도 더샵 ‘그린워크’ 등이 최근 분양한 아파트의 펫네임이다.
포스코건설과 GS건설은 사내 마케팅팀에서 펫네임을 결정하고 있다.
GS건설의 경우 ‘펫네임’이 지역명과 브랜드 사이에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또 광명역 ‘파크’ 자이, 공덕 ‘파크’ 자이나 동탄 ‘센트럴’ 자이, 미사강변 ‘센트럴’ 자이 등 파크·센트럴 등으로 펫네임 종류를 최소화하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경관과 자연이 강조된 단지에는 ‘파크’, 역세권이며 입지가 좋은 곳은 ‘센트럴’ 이라는 서브 네임을 사용하고 있다”며 “‘자이’ 브랜드 강조를 위해 서브네임을 명칭 가운데 사용하고 있고 종류를 간소화해 무분별한 외래어 사용으로 인한 혼란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사내 마케팅팀 뿐만 아니라 롯데그룹의 광고 계열사, 또 직원들의 의견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아파트 이름을 정할 때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도 진행한다”며 “아파트 이름과 이유 등을 적어 내면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롯데캐슬’ 영문 브랜드를 사용하다 보니 펫네임도 영문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 롯데건설의 설명. 그렇게 탄생한 명칭이 롯데캐슬 ‘골드파크’, 동탄 롯데캐슬 ‘알바트로스’ 대연 롯데캐슬 ‘레전드’ 등이다.
대우건설은 주거 용도에 따라 펫네임을 일원화시켰다. 일반 아파트와 주상복합에는 ‘푸르지오’를, 고급형 아파트에는 푸르지오 ‘써밋’, 오피스텔엔 푸르지오 ‘시티’, 저층형 빌라엔 푸르지오 ‘하임’ 등으로 구분했다.
아직까지 펫네임 사용을 자제하며 브랜드 자체에 집중하는 곳도 있다. 한화건설은 지난달 창원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이름을 ‘가음 꿈에그린’으로 깔끔하게 정리했다. 거창한 이름을 붙이진 않았지만 청약 결과 평균 18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펫네임 사용을 최소화해 자체 브랜드의 상징성을 지키자는 것이 한화건설 측 설명이다. 물론 동탄 꿈에그린 ‘프레스티지’, 별내 꿈에그린 ‘더스타’ 등 펫네임을 사용한 곳도 있다.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와 대림산업 ‘e편한세상’도 펫네임 사용에 신중한 편이다. 대림산업은 오히려 고급형 브랜드인 ‘아크로’를 론칭하고 ‘펫네임’을 결합시키고 있다. 반포 아크로 ‘리버파크’, 영등포 아크로타워 ‘스퀘어’ 등이다.
◆ 같은 단어 다른 의미 ‘제각각’…겹치기 피하려 ‘정체불명’ 단어도 펫네임이 보통 영문으로 된 보통명사를 사용하다 보니 건설사마다 해석을 달리해 적용한 케이스도 있다. 대표적으로 ‘시티’라는 펫네임을 대우건설은 1~2인 가구 중심의 오피스텔에 부여한 반면, 현대사업개발은 총 7천여 가구의 대단지인 수원 아이파크에 ‘시티’라는 펫네임을 사용했다.
또 펫네임에서 단지의 특성을 알아차릴 수 없는 애매모호한 외래어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미 많이 사용된 파크, 센트럴, 프레스티지 등과 중복을 피하고 개성을 살리자는 취지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미 최근에 사용되고 있는 펫네임은 처음 보는 외래어가 많이 등장하고 아파트 이름 자체가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브랜드 가치가 희석되거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는 인식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예전과 같이 단순한 이름으로 돌아갈 수 있고 건설사들이 또 다른 브랜드를 론칭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