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해군은 핵심적인 구조업무를 '언딘'에 떠넘겼다. UDT(특수전부대)와 SSU(해난구조단)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언딘'의 장비와 구조능력이 해군보다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2일, 신호기 오류로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 열차 추돌사고의 안전관리업체는 서울매트로가 아닌, 우경제어라는 민간업체였다.
9일 포항제철소에서는 고로 가스밸브 교체작업 중에 폭발사고가 나 근로자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8일 울산의 화학업체 후성에서 보일러가 폭발해 근로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같은 날 SK케미칼 울산공장의 위험물 저장탱크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3명이 질식하는 사고가 났다.
지난달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산업재해로 숨진 노동자는 1,929명이었다. 하루에 5명 이상 사망한 꼴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세월호 안전관리 부실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해운조합은 연간 200억원대 순이익을 올리면서 허울만 선박 안전관리 감독을 책임지고 있을 뿐, 본업은 해상보험 업무였다. 정부는 민간업체에 보조금까지 지급하면서 자율규제 권한을 맡겨놓고 법적으로 수익사업을 보장해주고 관리감독 마저 방기했다.
안전관리를 민간업체에 맡기느냐 아니냐를 떠나 결과적으로 이 모든 사고를 초래한 공통적인 원인은 '경비문제'다. 세월호 침몰 사고 초기에 해경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구조장비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을뿐더러 초기수색에 소요될 경비문제에 집착할 수 없었다.
시장을 모든 가치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시장만능 이데올로기는 정부예산을 줄이고 그 자리에 민간업체를 들여 놓는 일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아울러 경비절감을 위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안전 분야에 대한 투자는 비용으로 인식해 소홀히 하고 근본적인 대책마련에 모르쇠로 일관하는 기업의 폭거는 이를 방조.묵인한 검.경.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대통령의 하야에서 해법을 찾아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예컨대 2012년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세웠다면 이런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나는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하야가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면책을 줄 뿐이다. 대통령이 책임지고 해결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를 넘어 '불완전 대한민국'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한다.
대통령 하야보다 더 큰 문제는 국가에 대한 허무주의다. 국민들이 '국가허무주의'에 빠져 들면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하게 되고 우리 사회는 그나마 남아 있던 공동체의식 마져 붕괴될 것이다. 대통령을 바꿀게 아니라, 사람보다 돈이 중한 사회시스템을 바꿔야한다. 해법은 ‘자본’에 대한 사회적통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