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장서 일박을 | g1
작성자 : 김영순 (gamsun2) (2004-03-14 오후 22:22 조회수 : 2)
콜로라도는 스키의 고장이라서 자동차로 한두 시간만 달리면
곳곳에 스키장이 펼쳐지기에 당일치기로 다니곤 하는데
큰맘 먹고 가족들 모두 함께 집을 떠났지요
큰딸은 두어 달된 아기엄마고 둘째딸은 만삭이며
난 스키탈 의욕을 상실한 몸이기에
우린 줄창 콘도 안서 뜨개질과 잡담만 나누었지만
집에선 느낄 수 없는 한가로움이 절로 솟구치드라구요
사위들과 막내딸은 집으로 돌아 가야는 과제가 없으므로
느긋하게 야간스키까지 즐기며
지칠 줄 모르고 젊음을 불사르더이다
밤이 되자 수영복에 수건 한 장 걸치고 달달 떨며
미끄러운 얼음판을 무서워할 겨를도 없이
풀장을 돌아 핫탑까지 뛰어가는 묘기를 부렸지요
옥외플장에서~~ 모락모락 김 올리며
발바닥 옆구리 어깨높이로 사정없이 마사지 세례를 퍼붓는
자쿠지에 앉아서 금새 고드름이 꽁꽁 얼어붙은 머리칼을 찰랑이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들은 촘촘히 떠있고
산쪽 시커먼 나무숲사이로 스키장들이 허옇게 가르마타듯 갈래갈래 늘어져있고...
종일토록 눈발을 헤맨 몸들을 풀려주기 딱좋은 핫탑과
주변의 아름다운 전경은 자연스레 옷을 벗게 만들더군요
수영복차림으로 휘젓고 다닌다는 것이 낮엔 정말 쑥스러운 일 이것만
밤은 이상한 마력이 있어 용기가 절로 솟아나는지라 사양치 않았죠
난 워낙 온천 욕을 즐기는 편이 아니기에
미지근한 온도의 풀장서 물장구치고
휘어져 꼬부라진 물 흐른 미끄럼틀이나 탓지여
몇몇 꼬맹이들이 들락거리다 춥다고 들어가버린터라
널따란 수영장은 반갑게도 우리가족 전용이 되었으며
얼리고 녹이기 반복되던 몸뚱이를 실내 사우나에서 마무리하고
스키장 첫밤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