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50대 여성이 미국 배우 브래드 피트인 척 접근한 사기꾼들에게 83만 유로(약 12억 4300만원)를 떼이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TF1 방송이 12일(현지시간) 그녀의 사연을 다룬 프로그램을 방영했는데 딱한 그녀를 되레 조롱하는 이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영국 BBC가 15일 전했다. TF1은 이날 피해 여성의 증언 대목을 온라인에서 삭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BBC는 여전히 온라인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트와 무려 1년 반 동안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깜박 속아 넘어갔다고 털어놓은 여성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안느(53). 그녀는 프랑스 유튜브의 인기 쇼에 얼굴을 드러내 "미치거나 얼간이가 아니다. 그저 속아넘어간 것일 뿐이다. 인정한다. 내가 앞으로 나선 이유이기도 한데 나 혼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피트의 대변인은 미국 매체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인터뷰를 통해 "사기꾼들이 유명인들과 강하게 연결돼 있다고 믿는 팬들을 이용해 먹는 일은 끔찍하다"고 밝히며 사람들이 공인되지 않은 온라인 접근, "특히 소셜미디어를 이용하지 않는 배우들로부터" 나왔을 경우에 대응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많은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이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평생 모은 저축을 날렸으며, 사기임이 밝혀진 뒤 세 차례나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털어놓은 안느를 놀려댔다. 넷플릭스 프랑스는 X에 올린 광고 "브래드 피트와 네 편의 영화(진짜)"를 삭제했고, 툴루즈 FC 구단은 삭제된 글에 "어이 안느, 브래드가 우리 보고 15일 스타디움에 있을 거라던데... 그럼 당신은?"이라고 적었다가 나중에 사과했다.
보도에 따르면 안느는 2023년 2월 인스타그램을 다운로드 받았을 때 수난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부유한 기업인과 결혼한 상태였다. 곧바로 피트의 모친 제인 에타라고 주장하는 누군가가 연락을 해와 아들이 "당신 같은 여성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이튿날 피트라고 주장하는 누군가가 접촉해 왔다. 경종으로 들었어야 했는데 그녀는 "소셜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말로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 "브래드 피트"는 그녀에게 명품을 선물하려 했는데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와의 이혼 절차 때문에 은행 계좌가 동결돼 세관에 관세를 지급할 수 없다고 통사정을 했다. 해서 안느는 사기꾼들에게 9000유로를 송금했다. "바보처럼 내가 지급했다... 내가 그를 의심할 때마다 그는 어떻게든 의심을 지워버렸다."
가짜 피트는 신장암 치료 비용을 보태달라며 그가 병원 병상에 누워 있는 인공지능(AI)이 꾸며낸 사진들을 보내왔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을 살펴봤는데 난 그가 나만을 위해 촬영한 셀피 사진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러는 사이, 남편과 이혼해 위자료로 77만 5000유로를 챙겼는데 모두 사기꾼들에게 빼앗겼다. "그들은 내게 한 남자 목숨을 살리는 일이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고 털어놓은 안느는 이제 암이 재발한 상태다.
이제 스물두 살이 된 그녀의 딸은 TF1에 일 년 넘게 "엄마를 그렇게 만든 이유를 알고 싶어" 했는데 어머니가 너무 흥분했기 때문이라며 "그녀가 얼마나 순진했는지 지켜보는 게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진짜 브래드 피트가 새 여자친구 이네스 드 라몬과 사귀는 사진들이 가십 잡지에 실린 것을 보고 의심하자 사기꾼들은 AI가 꾸며낸 앵커가 "(피트가) 한 특별한 인물과 독점적인 관계, 이름이 안느라고 하는"이라고 리포트하는 동영상을 보내왔다.
안느는 그 동영상으로 잠시 마음을 놓았지만, 진짜 브래드 피트와 이네스 드 라몬이 지난해 6월 교제를 공식화하자 안느는 헤어질 결심을 굳혔다. 그러자 사기꾼들은 "특별 연방수사국(FBI) 요원 존 스미스"인 척 굴어 더 많은 돈을 뜯어내려 했다. 이에 안느는 경찰에 신고해 수사가 지금도 진행 중이다.
TF1 프로그램은 일련의 사건 때문에 안느는 무너져 내렸으며 목숨을 끊으려 한 것만 세 차례라고 전했다. 눈물을 글썽인 그녀는 "왜 내가 이렇게 상처받아야 하는가"라고 되묻고 "이들은 응당 지옥에 가야 하며 우리는 이들 사기꾼들을 찾아내야 한다. 간청하건대 그들을 찾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안느는 이날 유튜브 인터뷰를 통해 TF1에 화살을 돌려 자신이 진짜 브래드 피트와 얘기하고 있는지 계속 의심했다는 상세한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당신네 남편으로부터 들을 수 없는" 말을 듣게 되면 누구라도 그런 사기에 당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친구와 함께 지낸다고 밝힌 그녀는 "내 인생 전체가 약간의 상자들이 들어간 작은 방뿐이다. 이게 가진 전부"라고 허탈해 했다.
많은 누리꾼들이 압도적으로 안느를 조롱해 대지만, 그녀 편을 드는 이도 여럿이다. X에 올라온 좋아요! 많이 달린 글 중에 "난 코믹 효과가 있음을 이해하지만 우리는 딥페이크와 여러분의 부모와 조부모가 파악해내기 어려웠을 AI에 속아넘어간 50대 여성 얘기를 하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의 오피니언 글은 안느는 "내부고발자"로 봐야 한다며 "오늘의 삶은 사이버 함정들로 깔려 있다.... 그리고 AI (기술의) 진전은 이 시나리오보다 훨씬 나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