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73) -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며
오늘(11월 7일)은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는 입동(立冬), 아침기도, 겨울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자연의 섭리를 새기며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겨울에 슬기롭게 대비하기를 기원하였다. 때에 맞춰 손녀가 보내온 전갈, ‘이제 날씨가 겨울인 것 같네요. 건강하게 지내세요.’ 답신, ‘보스턴의 날씨가 한국보다 따뜻하네. 항상 밝은 모습으로 즐겁게 지내라.’
포근한 주일(11월 6일) 오전, 인근의 보스턴한인교회의 예배에 참석하였다. 이날부터 썸머 타임이 해제(자정을 기해 한 시간 늦춰진다.)된 영향일까, 8시 45분에 시작하는 1부 예배 참석자가 다른 때보다 늘어난 것 같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존재, 촌음을 아끼라는 경구가 있거니와 시‧공간 활용의 효율을 높이자.
담임목사의 설교 주제는 ‘무엇으로 보답할까’, 서두의 예화가 긴장감을 높인다. 그 내용, ‘늦은 밤에 택시를 부른 할머니, 기사에게 집에서 가까운 목적지를 제치고 시가지를 한 바퀴 돌아가자고 요청한다. 이를 의아하게 여긴 기사는 할머니의 요청대로 그녀의 청춘과 인생의 절정기를 보낸 추억이 서린 여러 곳을 거쳐 도착지점까지 묵묵히 안내한다. 도착지는 요양원 앞, 택시비를 지불하려는 할머니에게 운전기사는 그녀의 행적에 경의를 표하며 정중하게 이를 사양한다. 마지막 길을 뜻깊게 장식해준 기사에게 충심의 찬사를 전한 할머니는 의연한 발걸음으로 요양원에 들어신다.’ 누구의 삶이나 소중한 것, 목사는 이렇게 갈무리한다. ‘성도의 죽는 것을 하나님께서 귀중히 보신다.’(시편 116편 15절) 덧붙여 강조한 메시지, ‘주께서 내 영혼을 사망에서, 내 눈을 눈물에서, 내 발을 넘어짐에서 건지셨나이다.’(시편 119편 8절) 이와 함께 떠오른 상념, 결혼식 마치고 아내랑 양로원과 고아원 거쳐 현충원을 찾은 발걸음이 뜻깊어라.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치집에 가는 것 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가 이것에 유심하리로다.’(전도서 7장 2절)
예배 후 목사와의 대화,
메시지가 좋았습니다.
보스턴 생활이 어떠신가요?
제대로 즐기고 있습니다.
머무는 동안 평안하십시오.
주일 오후, 숙소에서 가까운 전철의 종점으로 향하였다. 10여km 달려 이른 종점은 리버사이드, 한적한 교외의 주차장이 넓은 것으로 보아 인근주민들의 출퇴근 거점으로 여겨진다. 종점 오가며 차창으로 바라보는 교외의 풍광이 막바지에 이른 단풍 물결과 흩날리는 낙엽으로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하다. 연이어 펼쳐진 골프장을 찾은 이들의 발걸음이 늠름하고 뉴턴이라는 외곽도시에서 살핀 시가지의 모습이 여유롭다. 화면으로 이를 살핀 제자의 메시지, ‘오늘은 더 많이 행복하고 편안하셨나 봐요. 사진이 그런 분위기를 전합니다.’
11월 7일(월), 입동 날의 아침이 초가을처럼 푸근하다. 조깅하는 이들도 여름처럼 가벼운 옷차림, 어려서부터 적응한 체질의 영향일까? 쾌청한 날씨 따라 찾은 곳은 수려한 경관의 워터 프런트, 찰스 강변과 함께 걷기 좋은 코스여서 다시 내딛은 발걸음이다. 지난번과는 다른 방향으로 걷기,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아래 펼쳐진 항구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해양을 향하여 진수하는 크루즈와 연이어 창공으로 솟아오르는 비행기의 궤적이 대각선을 이루며 발진하는 모습과 함께. 워터 프런트를 찾은 무리도 다양하다. 다정한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단란한 시간을 즐기는 가족들, 호기심 가득한 관광객들, 그중 장삼차림의 승려들 행차가 눈길을 끈다. 이를 쳐다보노라니 수년 전 벨기에의 관광명소에서 만난 태국 승려의 모습이 떠오른다. 같은 동양인이라서 친절을 베푼 것인가, 어느 식당의 개업 축하행사를 주관하느라 수도에서 행차한 승려는 여유시간에 산책을 하던 중에 조우하여 그가 주관하는 행사에 참가하기를 권유하였다. 덕택에 태국음식을 맛보며 태국인들과 정담을 나누기도. 그가 거주하는 수도 인근 사원이 내가 머물던 숙소와 가까운 곳이어서 나중에 사원을 찾아 재회하였는데 여전히 벨기에에 머물고 있겠지. 겨울 문턱의 입동에 즈음하여 보스턴의 화사한 기운 흠뻑 받아 겨울 추위를 잘 이겨내자. 모두들 따뜻한 날들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