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을 배경으로 맺어지지 못한 연인간의 비극적 사랑을 <쉘부르의 우산>과 같은 감수성으로 풀어낸 작품. 소련 감독 미하일 카라토조프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이 영화는 전쟁의 슬픔을 삼키고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베로니카가 바라보는 V형 학들의 비행은 오프닝 장면과 대구를 이루며 그녀에게 삶의 용기를 안겨준다. 러스코판본으로 출시된 DVD의 화질은 괜찮게 트랜스퍼되었으나 DD5.1 사운드는 작위적 느낌이 든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DVD서도 볼 수 없는 두 주연 배우의 최근 인터뷰 영상을 담고 있다.
브라더
알렉세이 발라바노프
<괴물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Pro urodov i lyudej (1998)으로, 러시아의 환상적이고 마술적인 리얼리즘을 보여줬던 감독 알렉세이 발라바노프의 전작 <브라더>(1997)는 90년대식 러시아 느와르 영화. 러시아 록 밴드 '나우찔루스 뽐삘리우스' nautilus pompilius 의 음악으로 충만한 하드보일드한 영상. 저예산으로 제작된 영화는 그해의 러시아 블럭버스터가 되었고, 이후 감독과 배우들은 상업적인 갱스터무비 <브라더 2>(2000)를 만들고 이 작품 역시 대흥행을 기록했다.
주인공 '다니엘라'역의 세르게이 보드로프 주니어는, <브라더>와 <브라더 2>의 성공으로 러시아의 대표적인 배우로, 젊은이들의 영웅으로 부상한다. 그는 우리와도 조금은 인연이 있는 배우인데. 러시아와 체첸간의 갈등을 다룬 영화, 그의 아버지 세르게이 보드로프 감독의 <코커서스의 죄수>(1996)로 데뷔, 부산영화제를 찾은 바 있다. 이후 감독 세르게이 보드로프는 2002년 다시 자신의 아들을 주연으로 한 <곰의 키스>(2002)로 부산영화제를 찾았지만, 이 작품은 세르게이 보드로프 주니어의 유작이 되었다. <곰의 키스>를 끝내고, 그는 자신의 감독 작품을 준비하기 위해 영화팀과 함께 코커서스를 오르던 중 빙판에 미끄러져 영영 사라졌다고.
수람요새의 전설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수람요새의 전설>은 세르게이 파라자노프 감독이 <석류의 빛깔>이후 15년만에 연출한 작품이다. 과거 그의 작품 경향이었던 짙은 예술적 향취와 비교해 볼때, 보다 정치성이 강해진 이 작품은 그 내용에서 그루지아의 전설을 바탕으로 하고있다. 감독 자신을 반영한 듯 유배당한 남자와 배신당한 여인, 그리고 그들의 업을 뒤집어쓴 자의 희생이 숨막힐 듯한 영상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수람요새의 전설>은 그 외면만 보면 집단과 충성 그리고 고결한 희생을 찬양하는 듯이 보여지지만, 그 속에는 억압당한 자의 분노와 포기하지 않는 생명력이 절절이 담겨있다. 그리고 그루지아의 흙과 하늘 그리고 이 모든 자연이 일체가 되어 표출된 영상미는 눈을 돌릴 수 없게 만든다. <수람 요새의 전설>DVD의 부록으로 수록된 `감독에 대한 회상`에선 그의 전 부인이었던 스벳라나 쉐바르티약의 증언을 통해 감독에 대한 가슴 뭉클한 이야기를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