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도 그런 곳이다. 특히나 자연과 사람의 어울림이 매력적인 이 고장은 봄철 하루를 보내기에 더없이 좋다.
희망의 상징으로 메워진 능강솟대문화공간
제천에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400여개의 솟대를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바로 능강솟대문화공간이다. 솟대는 높은 장대 위에 기러기나 오리 등 새를 형상화해 올려놓은 조형물을 일컫는 말이다. 충주호와 금수산 고사리봉이 마주하는 지점에 위치한 전시관은 차량으로 구불구불한 산간도로를 30여분 달려야만 도달할 수 있다. 수고로움을 다소 감수해야만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볕 좋은 봄날, 전시공간에 도착하면 두 눈을 사로잡는 주변 풍광에 도착하기까지의 수고로움이 싹 잊힌다. 전시관 뒤편의 완만한 고사리봉은 자연의 안락함을 느끼게 해주고, 앞쪽의 충주호는 흡사 한반도 지형과도 같은 형상으로 방문객의 시선을 잡아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란 이런 곳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싶은 생각이 저절로 생긴다.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예부터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고자 마을 어귀에 세워온 솟대가 한가득하다. 제각각의 높이로 하늘을 향해 뻗쳐 있는 솟대들이 주변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경치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산과 물과 사람이 만나 만들어낸 조화 속에서 솟대의 조형미를 누리는 일은 사뭇 호사스럽다고 여겨질 정도다.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사연이 깃든 박달재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 /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 비에 젖는구려~’
이 노랫말을 모른다고 해도 ‘울고 넘는 박달재’라는 노래 제목은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터. 봉양읍과 백운면의 경계에는 이 노래의 배경이 된 박달재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재 정상 부근의 굽이치는 산길 옆으로 목각공원이 조성돼 여러가지 조형물과 함께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어매는 곳이다.
공원에는 조선시대 중기 박달도령과 금봉낭자의 애달픈 사랑을 표현한 조형물이 곳곳에 눈에 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새긴 조각들이 봄날의 산세와 잘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그 풍경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전망대에 올라보자. 전망대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세를 훑고 있으면 그 순간만큼은 스트레스와 온갖 잡념들을 내려놓게 된다.
유서 깊은 저수지, 의림지
제천 의림지는 전북 김제 벽골제, 경남 밀양 수산제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로 손꼽힌다. 삼한시대에 축조한 이 저수지는 충청도를 일컫는 호서(호수 서쪽)라는 별칭을 낳았을 정도로 유서 깊은 장소다.
그래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저수지임에도 기나긴 세월이 더해져 자연미가 밴 듯한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저수지가 주변 산세와 하나인 양 어우러져 전혀 어색함이 없다.
저수지는 수심이 8m나 되다보니 호반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수면에 푸른 물빛이 일렁인다. 그 물을 따라 물가를 걷다보면 용두산 자락에서 떨어지는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의림지와 물길이 닿은 제2의림지로 물을 흘리는 폭포는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긴 하나 청량감은 자연폭포에 견줄 만하다. 부서지는 물줄기 아래로 놓인 터널 산책로를 유유히 걸으면 낙숫물 소리에 마음마저 시원해진다.
제천=김동욱, 사진=박용진 기자
제천에서 꼭 맛봐야 할… 맛있고 몸에 좋은 약초밥상 붉은 자태 자랑하는 송어회
◆약초밥상
제천은 약초의 고장이다. 그래서 몸에 좋은 약초를 반찬의 주재료로 사용한 약초밥상(사진)이 명물이다.
오가피·둥굴레·잔대·석잠풀·산마늘·당귀 등 일반 밥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약초들로 만든 다양한 반찬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약초라 하면 누구나 씁쓸한 맛을 떠올리겠지만, 밥상에 오른 약초 반찬들에는 단맛·짠맛·쓴맛·매운맛·신맛 등 오미(五味)가 다 담겨 있다. 다양한 맛과 몸에 좋은 성분으로 무장한 일석이조의 식사는 원기회복에 딱이다.
◆송어회
과거 충주호에는 향어 양식장이 많아 주변에 향어횟집이 즐비했다. 하지만 충주호가 수도권 식수원이 되면서 향어회를 팔던 집들이 송어회를 팔기 시작했고, 지금은 제천 송어회가 꽤 유명해졌다.
빨간 속살이 매력적인 송어회는 초장·다진마늘장·고추냉이 등을 섞어 각종 채소와 함께 버무려 먹는 게 정석이다. 거기다 고소한 콩가루를 곁들이면 탱글탱글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살아나 젓가락이 멈춰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