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두둑 내리는 밤비소리에 잠이 깨었다.
이 비 맞고서 고추밭 두렁에 명아주풀은 질긴 뿌리를 더 깊이 내리고.
고구마밭 두렁에 난 메느리및싸개는
고구마줄거리를 휘영청 더 쎄게 휘어감겠지?
굵은 빗줄기가 주룩주룩 보람차게 쏟아진다.
손으로 쥐어잡으면 누구네집 말뚝만은 하겠다.
아차. 빨래줄에 널었던 속것하나가 밤새 이 비에
뚜들겨 맞아 아프겠구나.
길똥이는 또 어떻고?
어제낮에
콧잔등을 희롱하다 시들해져 날아간 흰나비를 찾아
아랫집 콩밭두렁속을 온통 두시럭거리며 설마
이 비 맞으며 해매이진 않겠지?
아 빗줄기가 거세지고 비바람마저 휘몰아친다.
뒷산의 백일해로 죽은 애기무덤가의 극락초 나무가지에서 밤마다 울어주던
휘파람새도 지금쯤 가여운 날개접고 고스란히 이 비 맞고 있을까.
빠끔살이 너는 엄마. 나는 아빠되어
사금파리 정한수로 백년가약 맺었더랬어.
속세의 질서에서 난 너를 가질수 없는 작은집 큰애기인 어여뿐 내사랑 연실아!
그사랑 가누지못해 육신의 옷 벗고 구천을 떠돈다.
내리는 이 비의 절반의 물은 상사의 병을 안고간 남자의 한 일것이라.
아 이유많은 하늘에서 좍 좍 비 쏟아진다.
지붕이 새나보다 악마의 노크처럼 똑똑...똑.
빗방울 받을 그릇을 받쳐 놔야겠다.이런! 오살헐녀러... 양푼이 구멍났네....
빗줄기 소리가 가늘어졌다...
비 그치고 날이새면 지붕 올라가야지...
지붕에 올라 향기로운 초혼가를 구성지게 부르리라.
밤새 비에 맞아죽은 백일홍과 백합.채송화에게
향그러운 이약은 두고 몸만 가라고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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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는 이야기
비
선창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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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07 06:3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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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비오는 이른아침에 걸맞읍니다
글이 재미있습니다.
비 맞아 죽었다는 꽃이야기가 사실인가...양철지붕을 난타하는 빗소리...그밤이나 이밤이나 잠들지 못하고 몽상에 젖어 있기는...ㅋㅋ
몸이 가도 향그러움 남아 있으면 좋으련만.... 세상 이치는 그러하지 못하니 한이 남는게지라 ...몸이 가면 향기도 따라갈진데... 오메.... 서러운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