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유래와 의미
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 ‘강생의 신비’ 통해 보여준 낮은 곳 향한 하느님 사랑
- 지난해 12월 24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거행된 주님 성탄 대축일 전야미사 중
구유경배 예절을 진행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CNS 자료사진.
예수 그리스도는 허름하고 보잘 것 없는 마구간에서 태어나 말구유 위에 누웠지만,
그가 밝힌 영롱한 별빛은 동방박사를 인도했다.
낮은 곳을 향할 때 진정으로 가치 있는 빛을 만날 수 있다는 가르침을 예수의 탄생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12월 25일은 주님 성탄 대축일이다. 화려한 거리의 조명, 신나는 캐럴에 의미 있는 선물이 있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설레는 마음이 앞서지만, 예수 탄생의 의미를 되새긴다면
그리스도인으로서 보다 특별한 날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주님 성탄 대축일 유래
주님 성탄 대축일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화권에서 영향을 받았다.
당시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은 황제나 저명한 사람들의 생일축제를 지내는 관습이 있었고,
태어난 날 뿐 아니라 의미 있는 날짜를 지정해 기념했다.
이러한 관습과 함께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던 아리우스주의(Arianism)를
배격하기 위해 주님의 탄생 축제를 성대하게 축하하고자 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실제 탄생일이 전승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뜻 깊은 날을 고려했고,
태양신의 탄생일인 12월 25일을 주님 성탄 대축일로 정해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하기 시작했다.
그리스도를 높은 곳에서 떠오르는 참 빛이자 태양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님 성탄 대축일이 정해진 것은 336년으로 알려져 있으며, 354년에는 리베리우스 교황이
성탄미사를 봉헌하기도 했다.
10세기경에는 유럽 동북부 전역에서 크리스마스를 경축하게 됐다.
주님 성탄 대축일의 영적 의미는 세 가지 탄생과 연결돼 있다.
첫째는 아버지의 영광 중에 이뤄진 말씀의 영원한 탄생, 둘째는 시간 안에서 비천한 인간으로 탄생,
셋째는 심판 날 마지막으로 다시 오심이다.
성탄전례
주님 성탄 대축일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고 참된 생명의 빛이 세상에 도래했음을 축하하는 날이다.
따라서 이날은 기쁨과 감사의 의미가 크다. 중세에는 예수를 인간 가운데 나타난
영원한 하느님의 아들로 공경했기에 부활 대축일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주님 성탄 대축일에 모든 사제들은 밤, 새벽, 낮 등 세 번 미사를 드릴 수 있다.
성탄축제가 시작됐던 4세기 로마에서는 다른 축일과 같이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오전 9시에 한 번의 미사가 이뤄졌다.
이 미사는 지금의 낮 미사로 이어지고 있다.
이후 예루살렘 성탄축제에서 한밤중에 드리던 미사를 모방해 밤 미사가 추가됐고,
예루살렘에서 시작해 로마까지 전해진 이 미사는 참례하는 신자들이 많아지면서
점차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다.
새벽 미사는 교황이 바티칸으로 돌아오는 도중, 로마에 살던 그리스인들 구역인
팔라틴(Palatin) 언덕 기슭의 성 아나스타시아 소성당에 들러 미사를 드리던 관습에서 비롯됐다.
목자들이 그리스도를 제일 먼저 찾아가 경배했다는 의미를 담아 ‘목자들의 미사’라고도 불린다.
성탄 전야 미사는 말씀의 전례를 시작으로 2부 구유 축복과 구유 경배예절,
3부 성탄 밤 미사의 순으로 거행된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가 베들레헴에서 아기의 모습으로 탄생한 것을 기념하는 3부 전례는
주님 탄생 대축일의 핵심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가장 미천하고 나약한 모습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성탄시기를 보내야 할 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의 성탄절 풍경
아일랜드는 집안의 창문이 있는 곳마다 촛불을 켜 놓고 창을 조금씩 열어둔다.
아기예수를 낳기 위해 마구간을 찾아 헤매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또한 아침에는 메리 또는 마리아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가 촛불을 끈다.
네덜란드에서는 이색적인 산타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
루돌프 사슴이 아닌 흰말을 타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네덜란드의
산타할아버지는 풍성한 흰 수염과 가톨릭 주교 복장이 눈길을 끈다.
말을 타고 다니는 탓에 크리스마스가 되면 집집마다 창문에 마른풀과
홍당무가 놓인 진풍경이 펼쳐진다.
멕시코는 ‘포사다스’라는 축제를 통해 예수의 탄생을 축하한다.
쉼, 휴식을 의미하는 ‘포사다스’는 요셉과 마리아가 베들레헴에서 묵을 곳을 찾기 위해
고생했던 일을 기억하고자 마련된 축제다.
축제기간 동안 각각의 집에서는 이끼와 상록수 가지로 마구간처럼 장식하고 아기예수와 목자,
동방박사도 만들어 예수 탄생 순간을 재현한다.
사람들은 다른 집에 방문해 “빈 방이 있습니까”라고 물으며 요셉과 마리아의 베들레헴 순례를
경험하며 주님 성탄 대축일을 의미 있게 보낸다.
캐럴이 시작된 영국은 신나는 캐럴과 함께 성탄을 즐긴다.
12월 25일 아침이면 여왕의 성탄 메시지가 전역에 방송되고, 트라팔가 광장에 거대한 트리를 세워
설레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성탄 전야에는 가족 간에 특별한 방식으로 행운을 빌기도 한다.
집안에 통나무를 통째로 들여다가 벽난로 옆에 두고 가족이 모여 앉아 행운을 빌며 인사를 한다.
타오르는 불길처럼 행운이 가득하길 바란다는 의미가 담겼다.
또한 성탄절 아침에 먹는 치즈를 바른 공작새 고기도 별이다.
[가톨릭신문, 2018년 12월 25일, 민경화 기자, 박민규 수습기자]
캐럴
캐럴이 교회 안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5세기경이며 악보로 옮겨지게 된 것은 14세기 무렵이다.
본래 캐럴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전통적인 선율의 단순한 노래로 여러 전례시기에 존재한다.
하지만 흔히 캐럴이라는 용어는 크리스마스 때 사용되는 노래만을 가리킨다.
중세 때 경배가 중심인 그레고리오 성가와 달리 캐럴은 쾌활한 요소를 끌어들였고,
프란치스코 성인이 성탄 구유를 대중들에게 선보이고 춤과 노래로 예수의 탄생을 찬양한 덕분에
캐럴이 널리 퍼지게 됐다.
- 지난해 12월 수원교구 안산대리구 와동일치의모후본당에서 공연 중인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캐럴은 라틴어와 영어를 섞어 쓰고, 음악과 선율을 중시하며
일반적으로 대중들이 즐겁고 익숙하게 부를 수 있도록 돼 있다.
세계적으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에서 많은 크리스마스 캐럴이 나타났다.
프랑스 캐럴은 목가적이며 전원적인 메시지가 많고, 영국에서는 14세기에 이미 캐럴이
음악적으로 중요한 장르가 됐다.
이탈리아 나폴리 지방에서는 성탄이 되면 목동들이 성탄 구유 앞에서 춤을 추며 캐럴을 부르는
풍습이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구한말에 유입됐으며 일제 강점기인 1933년에는 한복을 입고
성가를 부르는 최초의 크리스마스 씰이 발행됐다.
당시에는 개신교를 중심으로 캐럴이 퍼져있었고 해방 이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
[가톨릭신문, 2018년 12월 25일, 민경화 기자, 박민규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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