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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상대사의 **법성게(法性偈)**
### 1. 法性圓融無二相 (법성원융무이상)
* **뜻:** 법의 성품은 원융하여 두 가지 모습이 없다.
* **해설:** 우주만물의 본래 바탕인 진리(법성)는 걸림이 없고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너와 나, 선과 악, 생과 사처럼 서로 대립하는 차별적인 두 모습이 없습니다. 전체가 하나의 통틀어 진 본질입니다.
### 2. 諸法不動本來寂 (제법부동본래적)
* **뜻:** 모든 법은 움직이지 않아 본래부터 고요하다.
* **해설:** 현상 세계의 모든 존재(제법)는 겉보기에는 끊임없이 변하고 움직이는 것 같지만, 그 본질의 자리는 조금도 흔들림이 없으며 태초부터 지극히 고요하고 평온한 상태(열반) 그대로입니다.
### 3. 無名無相絶一切 (무명무상절일체)
* **뜻:**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어 일체의 집착이 끊어졌다.
* **해설:**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이름(名)도 없고, 눈으로 볼 수 있는 형태(相)도 없기 때문에, 인간의 분별심이나 언어적 단정, 일체의 고정관념을 초월해 있습니다.
### 4. 證智所知非餘境 (증지소지비여경)
* **뜻:** 오직 깨달은 지혜로만 알 뿐, 다른 경계로는 알 수 없다.
* **해설:** 이 깊은 진리의 세계는 말장난이나 학문적 이론으로 알아챌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스스로 수행하여 얻은 부처님의 깨달음의 지혜(證智)로만 직접 체험하여 알 수 있는 영역입니다.
### 5. 眞性甚深極微妙 (진성심심극미묘)
* **뜻:** 참된 성품은 지극히 깊고 너무나 미묘하다.
* **해설:** 우주의 참된 본성(진성)은 인간의 상식이나 생각의 깊이를 훨씬 뛰어넘어 깊고 오묘하므로, 가늠하거나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 6. 不守自性隨緣成 (불수자성수연성)
* **뜻:** 자기 성품을 고집하지 않고 인연을 따라 이룬다.
* **해설:** 참된 성품은 고정된 실체로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물이 인연에 따라 얼음도 되고 수증기도 되듯, 진리는 고정된 틀을 고집하지 않고(不守自性) 인연에 따라(隨緣) 온갖 현상 세계의 모습을 만들어냅니다.
### 7. 一中一切多中一 (일중일체다중일)
* **뜻:** 하나 속에 모두가 있고 모두 속에 하나가 있다.
* **해설:** 개별적인 하나(一) 속에 우주 전체(一切)가 온전히 녹아 있고, 우주 전체 속에 개별적인 하나가 깃들어 있습니다. 독립되어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 8. 一卽一切多卽一 (일즉일체다즉일)
* **뜻:** 하나가 곧 모두이고 모두가 곧 하나이다.
* **해설:** '나'라는 존재가 곧 '우주 전체'와 직결되어 있으며, '우주 전체'의 중심이 곧 '나'라는 뜻입니다. 부분과 전체가 결코 둘이 아님을 선언합니다.
### 9. 一微塵中含十方 (일미진중함시방)
* **뜻:** 한 티끌 그 작은 속에 온 우주가 머금어져 있고,
* **해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지극히 작은 먼지 한 톨(一微塵) 속에 동서남북·상하 등 모든 공간인 온 우주(十方)의 진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 10. 一切塵中亦如是 (일절진중역여시)
* **뜻:** 모든 티끌 속 또한 이와 같다.
* **해설:** 특정한 먼지 하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잡다하고 사소한 모든 티끌과 존재들이 전부 다 이와 같이 우주를 품고 있습니다.
### 11. 無量劫卽一念 (무량겁즉일념)
* **뜻:**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무량겁)이 곧 한 생각이고,
* **해설:** 시간의 개념 또한 초월합니다. 우주가 태어나고 사라지는 영원에 가까운 기나긴 시간도, 지금 내가 깨어있는 이 찰나의 한 생각(一念)과 다르지 않습니다.
### 12. 一念卽是無量劫 (일념즉시무량겁)
* **뜻:** 찰나의 한 생각이 곧 헤아릴 수 없는 긴 시간이다.
* **해설:** 지금 이 순간 지극히 깨끗한 마음으로 집중하는 한 생각이 영원한 시간의 가치를 지닙니다. 과거·현재·미래의 구분이 본질적으로 무너진 세계입니다.
### 13. 九世十世互相卽 (구세십세호상즉)
* **뜻:** 구세와 십세가 서로 융합하여 한 몸이 되니,
* **해설:** 불교에서 시간을 나눌 때 과거·현재·미래를 다시 각각 셋으로 나눠 '구세'라 하고, 이 모두를 통틀어 '십세'라 합니다. 이 모든 겹겹의 시간들이 단절되지 않고 서로 긴밀하게 맞물려 돌아가고 있습니다.
### 14. 仍不雜亂隔別成 (잉불잡란격별성)
* **뜻:** 그러면서도 뒤섞여 어지럽지 않고 제 모습을 지키고 있다.
* **해설:** 시간과 공간, 나와 우주가 이토록 하나로 융합되어 있으면서도(상즉상입), 현상적으로는 질서를 잃지 않고(不雜亂) 봄·여름·가을·겨울의 차례를 지키며 개별적인 존재의 개성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다는 경이로움을 뜻합니다.
## 2부: 이타교화 (利他敎化) —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님의 방편
### 15. 初發心時便正覺 (초발심시변정각)
* **뜻:** 처음 수행을 시작할 때가 곧 바른 깨달음의 때이다.
* **해설:** 진리를 구하고자 처음 순수한 마음을 내는 그 찰나(初發心)에 이미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부처의 깨달음(正覺)이 완성되어 있습니다. 시작이 곧 끝이라는 화엄의 핵심 역설입니다.
### 16. 生死涅槃相共和 (생사열반상공화)
* **뜻:** 생사와 열반이 서로 함께 조화를 이룬다.
* **해설:** 고통스러운 윤회의 삶(생사)과 완전한 평온의 세계(열반)는 완전히 떨어진 별개의 장소가 아닙니다. 미혹하면 생사요, 깨달으면 바로 그 자리가 열반이니, 두 경계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함께 조화를 이룹니다.
### 17. 理事冥然無分別 (이사명연무분별)
* **뜻:** 진리(理)와 현상(事)이 어두워 분별함이 없으니,
* **해설:** 우주의 근본 이치(理)와 눈앞에 벌어지는 구체적인 현실(事)이 너무나 완벽하게 어우러져 한 몸이 되었기에, 무엇이 이치고 무엇이 현실인지 구별할 수 없는 깊고 은밀한 융합의 상태를 말합니다.
### 18. 十佛普賢大人境 (십불보현대인경)
* **뜻:** 이는 시방세계 부처님과 보현보살과 같은 대인의 경계이다.
* **해설:** 이처럼 이치와 현실, 생사와 열반이 하나인 도리는 온 우주의 부처님들(十佛)과 실천을 상징하는 보현보살(普賢) 같은 위대한 깨달음을 얻은 분들(大人)만이 온전히 거니는 경지입니다.
### 19. 能仁海印三昧中 (능인해인삼매중)
* **뜻:** 부처님(능인)께서 해인삼매의 고요함 가운데서,
* **해설:** 부처님(능인)께서 우주의 모든 현상이 잔잔한 바다 위에 도장 찍히듯 고스란히 비치는 깊은 명상 상태인 **'해인삼매(海印三昧)'**에 드셨습니다.
### 20. 繁出如意不思議 (번출여의불사의)
* **뜻:** 마음먹은 대로 뜻을 이루는 불가사의한 법을 무수히 내놓으신다.
* **해설:** 해인삼매의 깊은 고요함 속에서 중생들을 고통에서 건져내기 위해, 뜻하는 대로 모든 것을 성취하게 해주는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가르침과 방편들을 무궁무진하게 이 세상에 펼쳐 보이십니다.
### 21. 雨寶益生滿虛空 (우보익생만허공)
* **뜻:** 진리의 보배 비를 내려 중생을 이롭게 하니 온 허공에 가득한데,
* **해설:** 부처님께서 대자비심으로 중생들을 위해 온갖 보배로운 진리의 비(雨寶)를 내려주십니다. 이 가르침의 혜택은 온 우주(허공)에 가득 차 있습니다.
### 22. 衆生隨器得利益 (중생수기득이익)
* **뜻:** 중생들은 저마다의 그릇에 따라 이익을 얻는다.
* **해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평등하지만 큰 나무는 물을 많이 흡수하고 작은 풀은 적게 흡수하듯, 부처님의 평등한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중생들은 각자의 근기와 역량(그릇)에 따라 저마다 알맞은 깨달음의 이익을 얻어갑니다.
## 3부: 수행득익 (修行得益) — 수행자가 나아갈 길과 성불
### 23. 是故行者依本際 (시고행자의본제)
* **뜻:** 그러므로 수행자는 본래의 자리(본제)에 의지하여,
* **해설:** 앞서 말한 진리가 이와 같으므로, 진정으로 도를 닦는 수행자(行者)는 외부의 화려한 현상에 흔들리지 말고, 우리 마음의 가장 깊은 본연의 고향이자 우주의 시작점인 본래 자리(본제)에 머물러야 합니다.
### 24. 迴息妄想必不得 (회식망상필부득)
* **뜻:** 망상을 쉬지 않고서는 결코 진리를 얻을 수 없다.
* **해설:** 내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온갖 집착과 분별심, 헛된 생각(망상)을 돌이켜 잠재우지 않는다면, 아무리 오랜 세월 공부해도 결코 참된 깨달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 25. 無緣善巧捉如意 (무연선교착여의)
* **뜻:** 조건 없는 대자비의 방편으로 여의보주를 잡으니,
* **해설:** 나만 깨닫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조건 없는 자비심(무연자비)과 훌륭한 교화 방편(선교방편)을 발휘할 때, 비로소 무엇이든 마음대로 이루어내는 마음의 보배 구슬(여의보주)을 손에 쥐게 됩니다.
### 26. 歸家隨分得資糧 (귀가수분득자량)
* **뜻:** 고향 집으로 돌아가매 능력에 따라 양식을 얻도다.
* **해설:** 본래의 참된 성품(고향 집)으로 돌아가는 수행의 길에서, 수행자는 자신이 닦은 정진의 힘과 분수(수분)에 맞춰 성불에 필요한 공덕과 지혜의 양식(자량)을 든든하게 얻게 됩니다.
### 27. 以陀羅尼無盡寶 (이다라니무진보)
* **뜻:** 신묘한 다라니의 다함 없는 보배로써,
* **해설:** 온 우주의 진리를 압축하여 기억하게 하는 신비로운 주문이자 가르침의 핵심인 '다라니(陀羅尼)'라는 고갈되지 않는 무한한 정신적 보물을 활용하여,
### 28. 莊嚴法界實寶殿 (장엄법계실보전)
* **뜻:** 온 우주(법계)의 참된 보배 궁전을 화려하게 장엄하고,
* **해설:** 그 무궁무진한 가르침의 보배로 내가 살아가는 이 세계(법계)와 내 마음의 본바탕을 아름답고 거룩하게 꾸미고 가꾸어 나갑니다.
### 29. 窮坐實際中道床 (궁좌실제중도상)
* **뜻:** 마침내 진리의 끝자리에 이르러 중도의 평상에 앉으니,
* **해설:** 수행의 끝에 이르러 우주의 가장 참된 실재(실제)를 완전히 깨닫고, 있다 없다라는 양극단을 완전히 초월하여 치우침이 없는 가장 올바르고 편안한 자리인 **'중도(中道)의 왕좌'**에 당당히 앉게 됩니다.
### 30. 舊來不動名爲佛 (구래부동명위불)
* **뜻:** 예로부터 본래 부동한 이 자리를 일컬어 부처라 한다.
* **해설:** 법성게의 대단원이자 결론입니다. 이렇게 중도상에 앉아 깨닫고 보니, 내가 새로 부처가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득한 옛날부터 조금도 움직임 없이 고요히 빛나고 있던 내 안의 본래 성품, 그 자리가 바로 언제나 함께 있었던 **'부처(佛)'**였음을 비로소 확인하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