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에 없던 김장을 하게 되었다.
대체로는 정해진 날짜 11월 20일 경 앞뒤에 김장을 하였던 터라
가끔씩 이렇게 벼락치기 김장을 하게 되면 미친년 널 뛰듯 한다 라는 말이 생각난다.
사실 이번엔 그다지 김장할 마음이 없었던 터요 그동안 오락가락하던 기후변화 탓에
김창 재료들이 부르는 게 값이라 해서 올해는 쇼핑몰 구매욕이 발동하여 사먹을까 싶었다.
헌데 개인적으로는 남의 김치를 잘 먹지 않는 까닭에 그것도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구입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계절이 건너갈 시점에 다늦게 어느 틈엔가 텃밭에 배추를 심어놓은 모양새를 살펴보니
약을 치지 않은 탓에 벌레들이 제 세상인 양 배추를 파먹었고 늦게 심겨진 덕분에
잘자라지도 못해 이래저래 김장은 못하고 그저 국거리로나 사용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눈길도 주지 않았던 배추가 어느새 조금씩 속을 채워가기도 하고
여전히 속 없는 배추로도 잔존하길래 대충 김장은 해봐야겠다 싶어 20일까지 기다릴 요량이었으나
갑자기 찾아든 지인이 대파를 한무더기 가져온 것이 아닌가 말이다.
하여 별 수 없이 예정에도 없던 김장을 시작하게 되었다.
꼴랑 대파 무더기 하나 받았다고 김장을? 이라고 의심하지 마시라.
받아든 날은 그래도 다담을 나누며 이런저런 애기로 시간을 할애하고
다음 날 한의원에 들려 교통사고 후유증 치료를 받고 시장으로 찾아들었다는 말씀.
마침 한의원 길 건너편에서 트럭 한대가 쪽파와 양파를 팔면서 시선몰이를 하길래 다가가서
분명 마이크로 들리는 소리로는 쪽파 한단에 4천원, 두단에 7천원, 세단에 만원이라고 하는데
이 아저씨 왈, 얼마냐고 물었더니 쪽파 한단에 5천원이라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누굴 바로로 아나 싶기도 하고 웬만한 어리버리들은 얼떨결에 오천원을 주겠다 싶어
"아저씨, 스피커에서는 한단에 4천원이라면서 은근슬쩍 5천원이라고 하다니 어이가 없네...두단 주세요"
사실 제대로 배추를 심지 않은 터라 쪽파는 한단이면 충분하였지만 아저씨가 괘씸해서 얼떨결에 두단을 사고야 말았다.
그리고 장보러 가서 갓을 사고 청각을 구입하고 동태를 산 후에 생새우를 찾았으나 안보인다.
뭐 이번 김장은 조금이니 생새우는 패스....그렇게 얼렁뚱땅 장을 보고 돌아와
김장 밑재료를 미친듯이 손질을 하면서 풀을 쓰고 국물을 만들고 갖은 양념재료들을 갈아놓고
씻어놓은 속재료들을 물기를 빼서 썰어놓은 다음 텃밭에서 옮겨온 배추들을 절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배추를 짜게 절이는 것이 아니라 반만 절이는 관계로
늦은 밤에는 얼추 배추가 원하는 만큼 절여진 상태가 되어 얼떨결에 시작한 김장인지라
다시금 미친듯이 속을 전부 버무려 그 자리에서 바로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다.
사실 별로 많아보이지 않네 싶었어도 자그마하고 고소한 배추가 그런대로 먹을만큼은 되었다.
물론 예전 같은면 김장을 해서 이집 저집 나눠주느라 정말 김장김치를 담그는 것이 무슨 연례행사 같았다면
이번에 담근 김장김치는 그저 일반 김치 하듯이 속재로도 대충 빠진 채로 담그게 되었지만
맛은 여전히 그전 김치나 같아지길 바랄 뿐....늦은 밤 열한시가 되어 끝난 김장은 오후에 시작되었지만
그래도 바로 그날로 해치워서 무슨 벼락치기 숙제를 한 듯한 느낌이다.
이게 된다고? 벼락치기 김장이 이렇게도 되는구나 싶도록 그야말로 혼자서 북치고 장구 친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치는 세집이 나눠갖게 될 요량이니 그만하면 잘했다 싶다.
와중에 쪽파 김치도 담궜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렸다.
그러나 일하기 귀찮다고 교통사고 이후라는 핑계를 달고 슬렁슬렁 얼렁뚱땅 해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뭐든 형편껏 해야하는 법이니 그려러니로 지나 갈 일.
김장을 벼락치기로 해내고 나니 공부는 벼락치기가 가능한가 싶긴 했다.
사실 오늘 수능 시험을 치르는 모든 수험생들은 지난 고등학교 수업 3년의 결실을 보자는 것이요
더러 벼락치기로 뭔가 성과를 내고 싶은 친구들도 있을 일이나 그건 쉽지 않을 일....
무엇이든 원하는 것이 있다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제 성과를 내는 것이 우선이겠다 싶은 오늘.
모든 수험생들에게 만반의 준비를 해온 만큼의 결실이 충분히 주어지길 바란다.
벼락치기...살면서 가끔 필요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첫댓글 아멘,, 저희는 양평에 사는 이머ㅗ님 댁에서 해오ㅓ는데 그 때는 어머님도 같이 김치를 하셨지만 이제는 떡을 좋아하시는 이모부 떡 한맗을 보내드렸는데 이모님댁도 김치를 많이 안담으셨는지 조금 가져오셔서,,어머님이 알타리 등등 하신다고 하시네요,,늘 마지막이다,, 마지막이다 하시면서요,,,
어머님이 강건하셔서 다행인 거죠.
여전히 나머지 김치도 하신다니....
저도 한때 가족들과 지인들까지 챙겨가며 김장을 했더랬는데
요즘은 체력과 마음이 슬렁슬렁.
게다가 올해는 교통사고 핑계로 대충.
그래도 숙제한 듯한 느낌입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이 계절을 잘 지냈으면 합니다.
토요일에 김장할 요량으로
어제 우중인데도 노량진수산시장에 가서 싱싱한 생새우와 굴을 사가지고 왔네요. 우리도
올해는 20포기 정도, 평년보다는 적은 양을 담글듯해요. 죽산엔 늘 신선한
생새우가 없어 마뜩찮았는데
올해는 서울 있는 김에 다녀오니 김장준비가 그나마 좀 된듯합니다~!
오호, 지금쯤 매우 분주하겠습니다.
맛있는 김장 기대하겠습니다.....
생새우, 미처 못구해서 그냥 패스 했더랍니다요.
김장을 하셨군요
몸살은 아니 나셨는지……
전 동생들이 해줘서 그득해져서 부자된듯 합니다
집에 우환으로 연락없이 지냅니다
카페만 슬쩍 몰래 들리고 저 혼자만소식 접하고있어 미안해서 오늘은 댓글로 생존신고 합니다
에고고...반갑습니다요.
뭔 일이있나 싶었더니 우환이 있었군요.
그래도 생존신고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기회가 되면
얼굴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