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목열자(瞋目裂眦)
눈을 부릅뜨고 찢어질 듯이 노려본다는 뜻으로, 극도로 화가 난 모습을 비유하는 말이다.
瞋 : 부릅뜰 진(目/10)
目 : 눈 목(目/0)
裂 : 찢어질 렬(衣/6)
眦 : 흘길 자(目/5)
출전 : 회남자(淮南子) 태족훈(泰族訓)
荊軻西刺秦王, 高漸離爲之擊筑, 而歌於易水之上.
형가(荊軻)가 서쪽으로 진(秦; 진시황) 나라 왕을 암살하러 갈 때, 고점리(高漸離)가 형가를 위해 축(筑)을 치고 역수(易水) 가에서 노래를 불렀다.
聞者瞋目裂眦, 髮値穿冠.
듣고 있던 사람들은 (비장한 가락에) 눈을 찢어질 듯이 부릅떴고, 곤두선 머리카락이 관을 뚫을 정도였다.
이 이야기는 형가가 연(燕)나라 태자 단(丹)의 부탁으로 진왕 정(政)을 암살하기 위해 진나라로 출발할 때 태자 단과 고점리 등이 형가를 배웅하는 장면으로, 회남자(淮南子) 태족훈(泰族訓)에 나오는 표현이다.
이 장면을 사기(史記) 자객열전(刺客列傳)에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至易水之上, 高漸離擊筑, 荊軻和而歌.
역수에 이르러 고점리가 축을 치자 형가가 그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風蕭蕭兮易水寒, 壯士一去不復還.
바람은 소슬하고 역수의 물 차가운데, 장사 한번 가면 다시 오지 못하리.
士皆瞋目, 髮盡上指冠.
모두 (비장한 마음에) 눈을 부릅떴고 머리카락이 관을 뚫을 정도였다.
형가는 진왕 암살을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또한 사기(史記) 卷007 항우본기(項羽本紀)에서도 이 성어을 볼 수 있다.
홍문의 회에서 항우(項羽)의 참모인 범증(范增)은 유방(劉邦)의 세력이 더 커지기 전에 제거하려 하였다. 이때 유방의 부하인 번쾌가 소식을 듣고 즉시 칼을 차고 방패를 들고 진영 문으로 들어갔다. 창을 엇갈리게 들고 있던 호위병들이 막으며 들여보내려 하지 않았다.
번쾌가 그들의 방패를 비껴 치자 호위병들이 땅에 엎어졌다. 마침내 번쾌는 안으로 들어가 장막을 들추고 서쪽을 향해 서서는 눈을 부릅뜨고 항우를 바라보았다. 이때 머리카락은 위로 솟고 눈초리는 찢어질 대로 찢어져 있었다(頭髮上指, 目眦盡裂, 瞋目裂眦).
噲即帶劍擁盾入軍門. 交戟之衛士欲止不內, 樊噲側其盾以撞, 衛士仆地. 噲遂入, 披帷西嚮立, 瞋目視項王, 頭髮上指, 目眥盡裂.
(史記/卷007 項羽本紀)
■ 진목열자(瞋目裂眥)
눈을 부릅뜨고 찢어질 듯이 노려보다, 몹시 화가 나다.
사람의 눈에 관해 좋은 말이 많다. ‘눈은 마음의 창이요, 몸의 등불’이라든가 ‘사람을 알아보는 데는 눈동자보다 좋은 것이 없다’ 등은 귀중한 눈을 잘 표현했다. 서양 사람들이 곧잘 눈꼬리를 손가락으로 올려 ‘찢어진 눈’ 흉내로 동양인을 조롱하는 것은 눈이 작은 겉모습만 보고 깊은 마음을 보지 못한 행위라 되레 욕을 먹는다.
눈은 온화하게 친절을 나타낼 수 있지만 상대를 무시하는 이럴 때는 눈에 쌍심지를 돋우며 무섭고 사납게 부릅떠야 잘못을 안다. 무지무지하게 화가 났을 때 마음을 나타내는 눈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 눈을 부릅뜨고(瞋目) 찢어질 듯이 흘겨본다(裂眥)는 이 성어다.
어려운 글자로 되었어도 이런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라 출처는 여러 곳이다. 먼저 前漢(전한)의 왕족이었던 劉安(유안)의 ‘淮南子(회남자)’에는 글자 그대로 사용됐다. 戰國時代(전국시대) 燕(연)나라 태자의 부탁을 받고 秦始皇(진시황)을 암살하려던 자객 荊軻(형가, 軻는 수레 가)는 친구 高漸離(고점리)의 배웅을 받는다.
고점리는 비파와 비슷한 악기 筑(축)의 명인으로 사지로 떠나는 형가를 위해 易水(역수)를 건너기 전 비장하게 노래를 곁들인다. ‘듣고 있던 사람들은 눈을 찢어질 듯이 부릅떠 흘기고, 곤두선 머리카락이 관을 뚫을 정도였다(聞者瞋目裂眦 髮植穿冠/ 문자진목열자 발식천관).’ 이는 듣는 사람이 직접 화를 냈다기보다 고점리의 가락이 진시황의 횡포에 분노하도록 연주를 잘 했다는 이야기다. 泰族訓(태족훈)에 나온다.
‘史記(사기)’의 자객열전에는 고점리의 축 연주에 형가가 노래를 부르는데 약간 달리 표현하고 있다. 전송 나온 사람들이 감동하여 ‘모두 눈을 부릅뜨고 머리카락이 관을 찌를 듯 노기를 띠었다(士皆瞋目 髮盡上指冠/ 사개진목 발진상지관).’
項羽(항우) 본기에는 鴻門宴(홍문연)에서 劉邦(유방) 보호를 위해 장수 樊噲(번쾌, 噲는 목구멍 쾌)가 잔치자리에 뛰어 들어갔을 때의 모습을 그린다. ‘눈을 부릅뜨고 항우를 노려볼 때 그의 머리카락은 위로 솟고 눈초리는 찢어진 듯했다(瞋目視項王 頭髮上指 目眥盡裂/ 진목시항왕 두발상지 목자진렬).’
화가 나서 부릅뜰 때 눈에 불을 켠다고 한다. 물론 이익에 눈이 어두울 경우에도 쓰지만 쌍심지가 돋을 정도로 화가 나면 눈빛이 횃불과 같이 빛난다며 目光如炬(목광여거)란 표현도 있다. 큰 공을 세웠음에도 모반죄로 죽은 南北朝(남북조) 때의 장군 檀道濟(단도제)의 눈이 이랬다는데 그럴 만하다.
없는 사실을 지어내 덮어씌우면 성인도 돌아선다. 자기만 옳다는 고집, 끊임없는 모함, 분란의 원인인 거짓 뉴스가 횡행할 때 사회는 전쟁터마냥 시끄럽다. 상대방의 사정을 이해하고 친절한 눈빛으로 대화하면 눈에 불을 켜고 흘겨 볼 이유가 없다.
▶️ 瞋 : 부릅뜰 진
▶️ 目(눈 목)은 ❶상형문자로 사람의 눈의 모양이다. 처음엔 보통 눈과 같이 가로로 길게 썼는데 나중에 세로의 긴 자형(字形)으로 변한 것은 글이 세로 쓰기인 데 맞춘 것이다. ❷상형문자로 目자는 ‘눈’이나 ‘시력’, ‘안목’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目자는 사람 눈을 그린 것으로 갑골문에 나온 目자를 보면 사람의 눈과 눈동자가 잘 표현되어 있었다. 본래 目자는 가로로 쓰였었지만, 한자를 세워 쓰이는 방식이 적용되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目자는 눈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보다’나 ‘눈의 상태’, ‘눈’과 관련된 뜻을 전달하게 된다. 그러나 眞(참 진)자나 鼎(솥 정)자처럼 솥을 생략할 때 目자가 쓰이는 예도 있으니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目(목)은 (1)예산(豫算) 편제 상의 단위의 하나. 항(項)의 아래 절(節)의 위 (2)생물 분류학(分類學) 상의 단위의 하나. 강(綱)과 과(科)의 가운데임 등의 뜻으로 ①눈(감각 기관) ②눈빛, 시력(視力) ③견해(見解), 안목(眼目) ④요점(要點) ⑤옹이, 그루터기(풀이나 나무 따위의 아랫동아리) ⑥제목(題目), 표제(標題) ⑦목록(目錄) ⑧조목(條目), 중요 항목 ⑨이름, 명칭(名稱) ⑩그물의 구멍, 눈 ⑪우두머리, 두목(頭目) ⑫품평(品評), 평정(評定) ⑬보다, 주시(注視)하다 ⑭일컫다, 지칭(指稱)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눈 안(眼)이다. 용례로는 직접 자기의 눈으로 봄을 목격(目擊), 안경낀 사람의 변한 말을 목사(目四),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실제적 대상으로 삼는 것을 목표(目標), 책 따위의 기사의 순서를 목차(目次), 눈 인사를 목례(目禮), 눈으로 셈함을 목산(目算), 눈으로만 가만히 웃는 웃음을 목소(目笑), 눈병을 고치는 데 쓰는 약을 목약(目藥), 오는 사람을 바라보고 맞음을 목영(目迎), 어떤 사물을 주의해서 봄을 주목(注目), 전에 비하여 딴판으로 학식 등이 부쩍 늘어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봄을 괄목(刮目), 공부할 지식 분야를 갈라놓은 것을 과목(科目), 낱낱의 조나 항을 항목(項目), 사물을 분별하는 견식을 안목(眼目), 서로 미워함을 반목(反目), 형식 상 표면에 내세우는 이름이나 구실을 명목(名目), 사람이나 사물이 어떠하다고 가리키어 정함을 지목(指目), 물품의 명목을 품목(品目), 좋지 못한 집단의 우두머리를 두목(頭目), 눈은 물건을 잘 보지만 자기의 눈 속은 보지 못한다는 말을 목단어자견(目短於自見), 고무래를 보고도 그것이 고무래 丁자인 줄 모른다는 말을 목불식정(目不識丁),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딱하거나 참혹한 상황을 이르는 말을 목불인견(目不忍見), 눈으로 책을 알지 못한다는 말을 목불지서(目不之書), 눈으로 부리고 기세로 부린다는 말을 목사기사(目使氣使), 눈으로 먹고 귀로 본다는 말을 목식이시(目食耳視), 눈초리가 다 찢어진다는 말을 목자진열(目眥盡裂),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눈앞의 일만 생각하는 계책이라는 말을 목전지계(目前之計) 등에 쓰인다.
▶️ 裂(찢을 렬/열)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옷 의(衣=衤; 옷)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列(렬; 베어 가르다)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옷을 베어 자르다의 뜻이다. 列(열)이 째다란 뜻의 본디 글자였으나 나중에 列(열)은 행렬의 뜻으로 쓰였으므로 衣(의)를 더하여 裂(렬)자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裂(렬/열)은 ①찢다, 찢어지다 ②쪼개다, 분할(分割)하다 ③터지다 ④해지다, 무너지다 ⑤마르다(옷감이나 재목 따위의 재료를 치수에 맞게 자르다), 재단(裁斷)하다 ⑥거열(車裂: 수레에 사지를 묶어 찢던 형벌) ⑦찢어진 틈 ⑧자투리,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찢어진 낱낱의 조각을 열편(裂片), 찢어 벌리거나 찢겨 벌어짐을 열개(裂開), 익으면 껍질이 저절로 벌어져 안의 씨가 흩어지는 열매를 열과(裂果), 찢어서 결딴냄을 열파(裂破), 피부가 찢어진 상처를 열창(裂創), 피부가 찢어진 상처를 열상(裂傷), 갈라지거나 째져서 생긴 틈을 열하(裂罅), 거북의 등에 있는 무늬처럼 갈라져서 터지는 것으로 친한 사이에 틈이 생기는 일을 균열(龜裂), 찢어져 갈라짐으로 단체나 집단이 여러 파로 갈라짐을 분열(分裂), 깨뜨리거나 갈라져 터짐을 파열(破裂), 무너져 갈라짐 또는 찢어짐을 궤열(潰裂), 기와가 부서지는 것처럼 산산이 쪼개짐을 와열(瓦裂), 얼어서 갈라짐을 동렬(凍裂), 폭발하여 파열함을 폭렬(爆裂), 가로 찢어지거나 벌어짐을 횡렬(橫裂), 열에 의하여 광물 따위가 갈라지는 현상을 열렬(熱裂), 찢기고 흩어져 없어짐을 멸렬(滅裂), 네 갈래 다섯 갈래로 나눠지고 찢어진다는 뜻으로 이리저리 갈기갈기 찢어짐으로 질서 없이 몇 갈래로 뿔뿔이 헤어지거나 떨어짐을 이르는 말을 사분오열(四分五裂), 이리저리 흩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지리멸렬(支離滅裂), 눈초리가 다 찢어진다는 뜻으로 눈을 부릅뜨고 몹시 사납게 흘겨보는 모양을 이르는 말을 목자진열(目眥盡裂), 옷을 찢거나 갓을 부수는 일 또는 점잖음을 버리고 서로 다투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의관열파(衣冠裂破) 등에 쓰인다.
▶️ 眦 : 흘길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