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집중력 강화제라고 속여 마시게 한 일당이 ‘음료를 가져가지 말고 현장에서 바로 마시라’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의 ‘작업’을 위해 시음 장면을 확인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들은 마약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만 전화해 금품을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해당 마약 조직을 뿌리 뽑으라”고 지시하면서 경찰과 검찰 모두 비상이 걸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건넨 혐의를 받는 20대 여성 A씨가 6일 추가로 자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20대 남성과 40대 여성이 같은 혐의로 붙잡혔다. 이로써 학생들에게 음료를 건넨 4명 중 3명의 신병이 확보됐다.
이들은 지난 3일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기억력 상승과 집중력 강화에 좋은 음료수를 최근 개발해 시음 행사를 진행 중”이라며 학생들에게 접근, 마약 성분을 넣은 음료를 건넨 혐의를 받는다. ‘메가 ADHD’라는 상표가 붙은 음료에는 필로폰 성분이 들어 있었다. 특히 이들은 음료를 받은 학생들에게 “(집으로) 가져가는 건 안 된다. 보는 앞에서 모두 마시고 가라”는 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설문조사를 가장해 부모 연락처와 시음 이후 추가 구매 의향 등을 물었다고 한다. 붙잡힌 3명은 모두 “인터넷에서 아르바이트인 줄 알고 지원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불특정 다수에게 몰래 마약을 먹인 뒤 금품을 요구했다는 점 등에서 ‘퐁당 마약’(몰래 마약을 타는 행위) 범죄와 보이스피싱 사기가 결합된 신종 범죄 가능성을 의심한다. 음료를 나눠주는 ‘행동책’ 외에 범행을 기획·지시한 ‘상선’ 및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이 가담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조사 중이다. 실제 음료를 마신 학생 부모에게 조선족(중국동포) 말투로 돈을 요구하는 협박 전화가 왔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한 마약 범죄 전문가는 “마약인 줄 모르고 먹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닌데도 불특정 다수의 학생에게 마약을 뿌리고 금품을 요구했다”며 “마약 범죄 쪽에서는 통상적이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보고받고 “검경은 수사 역량을 총동원해 마약의 유통·판매 조직을 뿌리 뽑고 범죄 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이원석 검찰총장은 전국 검찰청에 “마약 범죄에 엄정 대응하고 유관기관 협업을 강화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경찰은 수사 주체를 강남경찰서에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로 넘겨 집중 수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