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을 메우다_이상국(1945 ~ )
마당에 손바닥만 한 못을 파고 연(蓮) 두어 뿌리를 넣었다
그 그늘에 개구리가 알을 슬어놓고 봄밤 꽈리¹를 씹듯 울었다
가끔 참새가 와 멱을 감았다
소금쟁이와 물방개도 집을 지었다
밤으로 달이나 별이 손님처럼 며칠씩 묵어가기도 했다
날이 더워지자 개구리를 사랑하는 뱀도
슬그머니 산에서 내려왔는데
그와 마주친 아내가 기겁을 한 뒤로
장에 나가 개 한마리를 구해다 밤낮으로 보초를 서게 했다
그사이 연은 막무가내 피고 졌다
마당이 더는 불미(不美)하지 않았으나
마을에 젊은 암캐가 왔다는 소문이 나자
수컷들이 몰려들어 껄떡대는 바람에 삼이웃²이 불편해 했고
어쩌다 사날씩 집을 비울 때면 그의 밥걱정을 해야 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못을 메워버렸다
마당에 평화가 왔다
[2016년 발표 시집 「달은 아직 그 달이다」에 수록]
¹꽈리: 가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²삼이웃: 이쪽저쪽의 가까운 이웃.
꽈리
C. 드뷔시(1862-1918)가 1890년(28세) 작곡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中
셋째 曲 'Claire de lune(달빛)'입니다.
(요 작품은 총 4曲으로 구성됐고요.)
터키 피아니스트 파질 세이(1970 ~ ) 피아노 연주입니다.
https://youtu.be/FEBG2Qyi8eg?si=TLllXAzrxxCBzjS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