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아침 출근하는 바보를 보내고 빈집에서 빈둥댄다.
광주극장을 갈까 무등으로 갈까, 버스 타고 보성의 작은 산을 오르고
바보와 같이 동강으로 갈까
결국 종일 책 하나 들지 않고 빈둥대다가 바보의 전화가 와서야
벌교로 가겠다고 한다.
1번을 타고 남광주정류장에 내리니 4시 반 고흥행 버스가 있다.
조금 지나 도착한 광우고속은 텅텅 비었다.
기사가 도움 주는 여성을 올라오라해 차 안을 확인시킨다.
금호고속으로부터 운행권을 사 이제는 동방과 광우만 고흥쪽으로 다닌댄다.
고속버스를 운행하는 급부터 지방 직행 차들 운전까지 등급이 있댄다.
요샌 통학생도 타지 않고 월요일과 금요일 병원에 가는 노인들이 더러 탄댄다.
소태도 없더니 화순에서는 다행이 네명이 탄다.
6시가 못 되어 벌교에 도착해 바보를 기다린다.
화요일 바보가 출근하자 컴퓨터를 켠다.
충남에 다녀 온 사진 몇 개를 올리고 나자 금방 10시가 가까워진다.
싸라기쌀을 싣고 나가 벌교 센터에 내려주고 이읍으로 달린다.
천자암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10시 반이 돼 간다.
하얀 눈 몇개가 날린다. 눈이 펑펑 내리면 좋겠다.
천자암에 이르자 개가 짖으며 맞아주다 손을 내밀자 앞발을 들어 환영한다.
사진을 찍으려 하자 계단에서 포즈를 취해준다.
천자암봉에 오르자 흐릿한 장군봉 앞으로 연산봉이 우뚝하다.
어제 푹 쉬었으니 오늘은 강행군을 해 보자.
연산봉으로 오른다. 눈이 날린다. 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연산봉에서 숨을 고르며 당진 선생님댁에서 가져 온 야관문을 입대고 마신다.
연산봉 사거리에서 보리밥자비으로 내려간다.
보리밥집이 휴업이면 어떨가 걱정하며 가는데 비닐 하우스 안에 몇 사람이 있다.
8천원을 주고 보리밥을 시키니 갖다준다.
나중에 개를 끌고 온 부부가 보리밥을 시키며 동동주 반되를 시킨다.
아 반되도 되는구나. 나도 반되를 시킬까말까 고민한다.
고민만 하다가 참고 일어선다. 난 술꾼이 아니구나.
선암큰굴목재로 오른다.
얼마전 바보와 한번 오른 길이지만 멀다.
하지만 밥을 채운 몸은 잘 올라간다.
쥐새끼들은 배고픔을 참지 못한다. 겨울잠을 자지도 못하고
식량을 쌓아두지도 못한다.
필요할 때가 되면 부지런히 먹을 것을 찾아다니면 된다.
그러고 힘을 내고 그 힘이 떨어지면 얼른 먹을 것을 집어 넣어야 한다.
나라는 쥐가 그렇다는 이야기다.
선암사 삼인당 나무를 보고 아래 보이는 강선루를 멀리서 쳐다만 보고
선암사로 오른다.
이리저리 편액과 문 열린 흐린 안쪽을 찍고 돌아다닌다.
선암매는 기척이 없다.
화순사람 송태회와 구철우의 글씨를 보고 뒤깐을 찍고 대각암
조계산 등로 입구로 걷는다.
2시 반이다. 2.3km 정상까지를 한 시간에 가 보자고 쉬지 않고 오른다.
산구비를 돌 때마다 힘이 든다.
향로암지를 지나 마지막 정상을 치고 오르는데 한남자가 내려온다.
도화에 있을 때 도화고 교장을 했고 나중에 어느지역 교육장을 하신
장교장이다. 인사를 하니 몰라봐 미안하다 한다.
퇴직후 직업학교쪽에서 일하다 지금도 건강보험료 준다해 나가고 있다 하신다.
건강관리 잘 하라고 하신다.
서서 한참을 이야기 하다 장군봉 정상석에 이르니 3시 38분이다.
기분이 좋아 웃는 모습을 찍고 북쪽 능선으로 내려간다.
낮으막한 오르내림이 반복된다.
연산봉은 앞을 가로막고 우뚝하다.
눈 녹은 낙엽을 밟기도 하지만 까만 흙에 미끌리기도 한다.
다리에 힘이 떨어진다. 딱딱한 등산화에 헐거운 양말에 발이 아프다.
연산봉 사거리 지나 연산봉에 올라 아껴 둔 술을 한모금 마신다.
서쪽 하늘이 더 밝으면 좋으련만 모후산도 보이지 않는다.
송광굴목재 사진을 찍고 천자암봉 안내판도 찍는다.
천자암에 오니 공사 자재 뒤로 절간은 조용하다. 개도 보이지 않는다.
쌍향수를 한번 더 쳐다보고 돌계단을 내려오며 넘어진 서어나무의 조각을 줍는다.
가파른 시멘트길을 지그재그로 돌며 내려온다.
5시 55분이다. 7시간 반 가까이 17km 조금 넘게 걸었다.
참 느리다. 바보보다 먼저 도착하려고 이읍에서 4차로로 접어들어 힘차게 달린다.
어머니는 주무시고 혼자 신평막걸리를 마시고 있는데 조성에 들러온 바보가
반찬통을 여럿 들고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