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밭작물 관수시설 지원사업에 선정된 농가가 이동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제주시 구좌읍 지역의 한 밭에서 스프링클러가 가동되고 있다.
◆친서민 농정은 배려의 농정=농림축산식품부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은 대부분 규모가 크다. 예를 들어 밭기반정비사업의 경우 사업 대상지는 10㏊ 이상이어야 한다. 소규모 영세농이 접근하기에 쉽지 않은 구조다. 농식품부의 농정 기조가 농가의 규모화·조직화에 맞춰져 있다보니, 이처럼 소규모 영세농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의 친서민 농정은 이러한 문제 인식에서 시작됐다. 이에 따라 사업 대상자가 소농·고령농·부녀농·귀농인·친환경인증농가·다문화농가 등으로 제한된다. 일반농가도 사업 대상자가 될 수 있지만, 전체 사업비의 30%만 배정된다. 나머지 70%는 소농·고령농·부녀농 등의 몫이다.
소농은 경지면적 0.5㏊ 이하, 고령농은 만 65세 이상, 부녀농은 농업경영체 등록 여성 단독 농가주의 기준을 충족해야 사업 대상자에 선정될 수 있다. 이같은 지원에 대한 근거는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제201조에 두고 있다.
친서민 농정에 투입하는 예산은 연간 50억원가량이다. 도 전체 농림예산이 약 1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주 많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자체 예산의 상당 부분은 중앙정부와의 매칭 사업 형태로 사용처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적다고도 할 수 없는 금액이다.
◆소형 농기계·시설 지원 사업 추진=친서민 농정에 따라 시행하는 주요 사업은 농경지 암반 제거 지원, 소형 농기계 지원, 소규모 육묘장 및 저온저장고·비닐하우스 지원, 밭작물 관수시설 자재 지원 등이다. 주로 ‘소형·소규모’ 농기계나 시설을 지원하는 데에서 소규모 고령농가를 위한 사업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농경지 암반 제거 지원 사업은 200㎡(60평) 이하가 지원 기준이며, 700만원의 사업비 가운데 도에서 420만원을 지원한다. 돌이 많은 제주지역의 지형적 특성과 소규모 농가 배려라는 두가지 목적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 이 사업은 시행됐다. 밭에 암반이 있어 농사를 짓기 불편한데도 밭기반정비사업을 이용할 수 없는 소규모 농가에 알맞은 사업이라는 얘기다.
이 사업을 통해 자신의 밭에서 암반을 제거한 강영식씨(57·제주시 애월읍)는 “밭에 암반이 있어 경운작업이나 파종 때 매우 불편했다”며 “이 사업으로 암반을 제거해 식재 면적도 증가했고 농경지 활용도도 높아져 소득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소규모 육묘장 시설 지원 사업도 마찬가지다. 165㎡(50평) 이하 육묘장 1동이 사업 대상이며, 한곳당 874만5000원의 사업비 가운데 도에서 524만7000원(60%)을 보조해준다.
◆내년에 사업 확대 계획=제주도는 2013년부터 4년간 매년 50억원가량을 투입해 이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국비가 포함되지 않은 도 자체 예산으로만 이뤄져 있다.
내년에는 사업비를 올해에 견줘 14% 늘려 57억원으로 책정했다. 사업에 따른 효과가 매우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 시행 이후 해당농가의 경영비가 절감되고 농가소득이 향상되고 있다는 게 제주도의 설명이다. 도의 지원으로 자신의 밭에 관수시설을 설치한 당근농가 이매춘씨(72·제주시 구좌읍)는 “관수시설 덕분에 가뭄을 극복할 수 있었고, 품질이 향상돼 좋은 가격에 당근을 판매하는 등 소득이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도도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재정이 열악한 실정이기 때문에 이 사업을 계속 확대하는 데 부담을 가지고 있다. 도 관계자는 “중앙정부가 사업비의 일부를 지원해준다면 소규모 영세농을 위한 사업들이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농민신문 서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