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때 들밥 내간다고 혼비백산했던 게 사건의 시작에 불과했어요 ㅎㅎㅎ
들밥 나르고 와서 좀 쉴라고 하니 아부지가 또 부리나케 찾으시는거예요,
일꾼이 부족하니 와서 좀 도우라는 것이였어요
내가 뭐 도울 일이 크게 있을까 하고 벼농사 다 기계가 하는 거지 싶어
설렁설렁 구경하는 마음으로 논으로 쫓아갔는데요 ㅡ,.ㅡ
처음 떨어진 일이 5톤 트럭 위에 실린 톤백 마대의 고리를 지게차에 걸어주는 일이였어요,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인데, 키는 작고 톤백의 키가 저보다 컸어요 ㅋㅋㅋㅋㅋㅋㅋ
용을 쓰며 아부지가 지게차를 옮겨 날을 밀어오면 타이밍에 맞추어 4개의 고리를
끼워드리는 일을 했답니다
트럭도 몰으라고 했는데 역시나 짧은 다리에 쿠션이 없어서 할 수 없이
조수석에 타서 아부지가 향하는 논마다 쫓아가야 했어요,
2억 짜리 야마하(일제) 콤파인의 위력에 역시나 감탄을 많이 했네요
울 아부지 논들은 대부분 이쪽 구석 저쪽 구석, 생전 가보지 않은 곳에도
숨어 있는 경우들이 많아서 일반 콤바인으로 벼를 베면 빠지는 일들이 빈번했다고 해요
그런데 왠걸요 기계는 벼들을 스님이나 해병대 머리 깎은 듯이 시원스럽게 베어나갔어요 ,
작업속도도 어마어마했고, 빠지는 일이 일절 생기지 않더라고요 (역시 기계는 돈이야 +_+)
기계에 벼가 차면 트럭 위에서 톤백에 고리를 걸고 벼가 쏟아지지 않게
구겨진 주름을 펴주면서 벼를 받아내야 하는데요, 보통 2-3명이 해야 속도도 나고
실수가 줄더라고요 생전 처음 해보는 쌀받기 작업에 투입되어
얼굴에 흙먼지와 까끌까글한 쌀겨먼지가 얼마나 따갑던지요
작업차량이 3대이니 중간중간 벼를 벨 때 지나는 차량들 통행지시도 해야 했고요
도대체 이런 곳에 아부지의 논이 있었다니 ,
아부지는 어느 세월에 저 많은 벼들을 심으셨을지 혀를 내두르게 됐어요
남이 농사 짓기 어려워서 포기한 논들을 아부지는 낚아채서 농사를 벌이신 탓에
벼 베주러 오신 분들이 사실 좋아하지 않았답니다 "다 그런 논"이라고요 ㅎ.ㅎ
할툰 처음 보는 논들이 많았답니다
오지투어한 기분도 들었고요 , 이제 쌀 받는 일조차 많이 버거워보이는
아부지를 대신해서 제가 오늘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뿌듯했고요
무엇보다 아부지가 엄청 좋아라 하시는 게 느껴졌어요
벼농사 짓는 거 기계랑 방앗간오라버니와 아부지께 거의 팔할은 넘게 맡겨놓고서
벼농사 짓는 흉내나 내어볼까 했던 지기는 오늘 완전히 그 알량한 생각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어요!
아무리 벼농사는 기계가 짓는다고는 하지만 결국엔 사람손이 가지 않고는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걸 또... 깨닫게 되었네요
제가 오후 내내 같이 작업에 따라다녀서 아부지가 엄청 힘이 되셨나봐요
3일은 걸렸을 작업이 2일만에 끝이 났다고 아부지 싱글벙글하셨어요
잘 해주지 않는 칭찬도 서너 번 반복해주시는 걸 보니
아무리 일꾼을 쓴다고 해도 가장 쉬운 농사라고 하는 벼농사도 팔순 넘은 아부지께는 벅차셨던 게 분명했어요
혹독한 벼농사 신고식을 이렇게 마쳤습니다
작은 키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버둥거렸더니 어깨쭉지가 아파옵니다
언제나 농사 앞에서는 겸손해집니다
먹고 사는 일이 그래요
그래도 남 앞에서 자존심 내려놓는 일은 아니라서
농사는 힘들어도 뿌듯한 것 같아요
오늘은 뿌듯한 마음으로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내일은 ................... 오랫동안 곪아왔던 숙원이 하나 또 풀리는 날이기도 합니다.
그 일은 내일 다 잘 마무리하고서 카페에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꽃님들 날이 추워지니
감기 조심하셔야 해요 !!!
첫댓글 수고가 많으셨어요^^
내일은 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으흐흐흐 오늘은 기쁜 날이예요~ 곧 개봉박두하것습니다 ㅎ ㅎ
고생하셨어요
아버지께 힘이 되어드렸다니 제가 다 고맙네요
봄이야님 고맙습니다 아부지도 이제 나이 드셔서 많이 힘드신가봐요 공으로 먹는 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부지께 도움되는 게 있어 저도 기뻤어요^~^
수고많으셨네요
아버지의 뿌듯해 하시는 얼굴이 그려지네요
내일일도 멋지게 마무리 하시길 바랍니다
멋지게 마무리해서 올게요!!!^♡^
이리뛰고 저리뛰고 낑낑대며 고리 걸어주는 지기님 눈에 선합니다
아부지는 참 대단하셔요 아직도 농사 욕심이 많으셔서 여기저기 농사 지으시다보니 울 지기님도 첨보는 논들도 많고요
이제 조금씩 줄여나가셔야지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첨하시는 일이라 더 힘드셨을텐데 푹 줌셔요♡
최여사(어머니)는 그냥 집에 있으라고 했던 아부지 배려가 왜인지 알 것 같았어요 ㅎ ㅎ
시골에 바쁠때는 부저갱이도 한몫을 한다잖아요
사람쓰는것도 그래요.
아버님은 딸이 도와주니 뿌듯하셨을겁니다.
예전에는 우리도 콤바인에서 톤백으로 직접 받았는데,
지금은 벼탱크가 있어서
그곳에 받아 집에있는 건조기에 쏟아붓지요.
건조기는 제 담당입니다.
저희도 얀마콤바인이랍니다
기계1대가 차값보다도 더가기도 하죠.
저도 예전에는 지게차에 고리걸어주는일을했지요.
올해는 건조기에서 다 말린벼를 받을수있는 장치를 구입해서 훨씬 수월했답니다
수고하셨어요.
우와 엄청 대농이신가봐요 비싼 기계들을 모두 장착하셨는데요 ???^♡^ 아부지 잘 나가던 시절에는 그시절 최신식 기계들이 저희집엔 다 있었더랬죠 이제 그야말로 과거형이 되어버렸어요 남은 기계들도 아부지만큼 나이가 들었고요 아부지 일 줄이시라고 최신기계는 살 엄두를 잘 안 네요~ 기계 좋은 일 하는 분들께 맡기니 그래도 속 썩을 일 없고 편하긴 한 것 같아요 🤣🤣🤣
처음하는 일은 서툴러 힘이 두배 수고 많으셨어요
수고하신 만큼 성과도 좋으시길~^^
저도 톤백에 배추 잘라 넣고 트랙터에 꽂을려면 키가 작아 애먹어요
배추실은 톤백도 무겁구요
벼 벨때는 남편이 알아서 하니까 전 다른일 해요
부모님도 지기님도 참 부지런 하셔요.
쉼 틈없이 계속 움직이시고, 일 하시고....
무리 하지만 마셔요.
건강이 최고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