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감나무 반닫이
눈은 다 같은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장모님이 쓰다 남긴 먹감나무 반닫이
차디찬 방 윗목에서 아내를 기다리던
불면증
가끔씩 불길 번지듯 징소리 요란하다
제대로 득음할 때까지 두들겨 맞는
안과 밖 멍이 든 자리 갇힌 밤이 두렵다
새벽녘 홍시 빛이 묽어지는 하늘 아래
먹물을 뒤집어쓴 나무들이 일렬로 서서
긴 밤을 배웅을 한다, 어제의 역광 사이 `
부용당 연지에 빠지다
물 위에 정자 한 채
그려 넣은 붉은 해
제 몸의 뜨거움에
그냥,
첨벙 뛰어드는
부용당
네모난 연지
유라판같이 누운
하늘은 물에 들어 있어도 젖지 않는다
발목이 붉은 딱새 얼굴을 씻다 말고
물낯을 쪼아대다가 푸르름에 몸 담근다
달걀버섯
바람 든 촌닭 년이 출산을 했나보다
미숙아를 내다 버린 동북쪽 깊은 산속
심술보 망태버섯이 또 그물코를 늘린다
질펀한 푸르름 속 눈요기나 하라는 듯
원색의 진한 색을 한껏 풀어 유혹하다
산허리 뭇 아이들을 계곡으로 굴린다
- 시조집 『경계를 걷다』 이미지북,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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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성 시인 시조집 『경계를 걷다』
김수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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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8
24.10.16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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