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76) - 빛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기
보스턴 체류 마지막주간에 접어들었다. 주말에 흐리고 비가 내리다가 다시 맑은 날, 날씨와 상관없이 오가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무엇을 살피려는 열심인가, 십 수 년 전 교회어린이들과 제주도 수련의 길에 오를 때 적은 글에 힌트가 있다. ‘어느 작가가 쓴 글, 우리에게 필요한건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일회성으로 스쳐 지나가는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고작 빛을 보는 일 뿐이다. 관광(觀光: 빛을 바라봄)이 바로 그런 말이 아닌가. 여행은 빛을 보는 것이 아니라 빛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라는 내용이 마음에 닿는다. 이번 제주도 탐방이 바로 빛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아름다운 발걸음이 되기 바란다. 여행은 누구와 무슨 목적으로 하는가가 중요하다. 우리 서로 사랑과 신뢰를 주고받으며 지혜를 터득하고 덕을 쌓는 기회로 삼자.’ 어린이들과는 그 전에 일본과 중국을 여행하며 기록을 남긴 터, 제주여행을 포함한 6개월간의 잠언공부 후 어린이들과 함께 엮은 '지혜가 부른다'는 책자로 빛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기의 열매를 맺었다. 이번 보스턴체류도 단순히 빛을 보는 것이 아니라 빛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보스턴 중심가에 등장한 크리스마스 트리
보스턴 체류 중 빛을 열고 들어간 사례 몇 가지,
각 주마다 주를 대표하는 문구가 있다. 뉴햄프셔를 지나며 ‘자유롭게 살든가 죽음을 달라(Life Free or die)를 깨쳤고 보스턴에 머물며 매사추세츠는 청교도들이 미 대륙에 정착한 이래 미국의 종교적, 정치적, 문화적, 교육적 가치의 터전 곧 미국의 정신(Spirit of America)인 것을 새겼다.
광주에 오래 살며 아쉽게 느낀 것은 무등산 기슭에서 바라본 도시미관의 짜임새가 미흡하다는 점이었는데 보스턴의 외관은 도시전체가 거대한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운 건축물인 것이 부럽다.
여러 경로를 통하여 보스턴과 한국사회가 밀접하게 연관된 것을 확인하게 된 것도 소득 중의 하나, 보스턴에 한국총영사관이 설치된 것을 비롯하여 한국 유학생이 수천 명에 달하고 한인교회가 도심은 물론 주변의 작은 도시까지 뿌리내린 것이 대단하다.
교민신문 ‘보스턴코리아’를 통하여 살피는 한인사회의 네트워크가 다양하고 며칠 전에 치른 미국 중간선거의 매사추세츠 관련기사도 흥미롭다. 매사추세츠 주의 새로운 주지사와 부지사는 모두 여성, 신임지사는 미국최초의 게이이고 주의 6개 선출직 중 5명이 여성정치인이라네. 보스턴을 포함한 매사추세츠 주 병원 응급실이 환자들로 포화상태를 이루고 일부는 기다리다 지쳐서 치료를 포기하고 떠난다는 보도가 놀랍다.
예술작품처럼 아름다운 건축물이 즐비한 워터 프런트 항
11월 13일(일), 여러 차례 출석한 보스턴한인교회에서 고별예배를 드렸다. 초빙강사의 말씀주제는 ‘교회사역의 영예와 신비’, 교회의 직분과 임무는 책임과 권한의 경중에 관계없이 모두가 소중하니 각기 소명을 잘 감당하는 것이 요체임을 강조한다. 이를 들으며 떠올린 상념, 평생을 종지기로 일관한 런던의 어느 교회 일꾼은 노환으로 임종상태에 이르렀는데 그 직전의 타종시간에 불끈 일어나 종탑에서 마지막 종치기를 마치고 숨을 거두었다. 이에 감동한 여왕은 그에게 기사작위를 제수하였다. 교회뿐이랴, 우리 모두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하자.
모두가 소중함을 일깬 보스턴한인교회의 고별예배, 언제 다시 찾을까
주말에 아들의 안내로 외곽에 있는 대형마트에 들렀다. 두 달여 머무는 동안 인근의 숍과 마트, 멀리 떨어진 한국 상품매장, 교외에 있는 초대형 마트 등을 두루 살폈는데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비싼 물가가 부담스럽다. 그런데 마트의 특정품목이나 초대형 마트의 전반적인 상품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 가족이 여럿인 가구는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가계에 도움이 되겠다. 정부나 가계나 경제가 중요, 살림에는 근검절약이 묘약이다.
초대형마트의 상품저장 규모가 엄청나다
11월 14일(월), 아침에 아내가 각별한 친구의 남편부음을 전한다. 평소 건강하던 친구 남편은 달포 전에 갑작스런 심정지가 와 즉시 큰 병원에 입원, 중환자실과 일반병실을 오가며 치료 중이었는데 끝내 유명을 달리하였다는 비보다. 아내는 친구와 수시로 통화하며 병세를 살피고 쾌유를 빌었건만 하늘의 부름을 막을 수는 없는 일, 떠난 이의 안식과 평화를 빌며 장례일체 은혜롭게 치르기를 비는 마음이다. 아내 친구와는 국내외 여행을 여러 차례 함께 한 사이, 뜻밖의 어려움을 위로하며 시련 뒤의 평안을 기원한다. 하나님이여,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더 큰 사랑을 베푸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