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의 온도 / 김진숙
노을을 펼쳐두고 함께 걷던 언젠가
당신은 길가에 핀 달맞이꽃이 궁금하고
나는 또 괭이갈매기 울음소리에 기대고
다른 곳을 볼 때마다 깨진 거울 같았지만
떨림이 사라졌다고 멀어진 게 아니란 걸
밑바닥 그림자마저 우린 이미 닮아가는 걸
곁을 준다는 건 서쪽을 내어주는 일
마주한 저녁상에 끼륵끼륵 안부를 묻는
새들도 눈치챘을까, 내 안에 사는 당신
물 위의 이름들 / 김진숙
이보다 슬픈 노래를 들은 적이 없어서
또박또박 들려오는 이름들을 새깁니다
대마도 그 너머까지 흘러간 죽음에 대해
가슴 탕탕 치는 파도가 출렁일 때마다
'너무나 억울해서 목에서 피가 쏟아져'
사라봉 수장된 바다 몸서리를 칩니다
잠겼다 떠오르다 더듬더듬 읽어가는
나의 추모는 너무 작고 어설픈 노래여서
한없이 돌덩이처럼 가라앉기 일쑤지만
산지항 배에 실려 돌아오지 못한 길
혼이라도 붙어오시라 베적삼 지어다가
향불을 태우는 마음 두 손으로 받듭니다
- 『종이는 나무의 예문』( 2024.연언동인 제10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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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의 온도 / 물 위의 이름들_김진숙
한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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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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