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강이도 다 보이고 에이 흉칙해라
재잘거리고 걷기만은 심심했던가 보구려
그건 대체 무슨 게임이길래
길 가다가 눕는 거요
두 낭자 손 잡고 어딜 가던 길이었소
친구집 가려했나, 동구 밖 떡볶이집 가려했나
게임이 재밌었소? 탱크도 구경왔군.
구경만 하고 가지 두 낭자 뉘여놨네
뉘였으면 일으키지 계속 뉘여 놓을건가
뉘인 건 죄 아니지 못 일으킨 게 큰 죄지
근데 근데 죄 없단 거 그거 대체 뭔 소리요
효순, 미선 두 낭자, 게임한 게 무죄라구?
그러면 그렇지, 난 또 뭐라고
그래도 집에 가면 혼나겠수. 길에서 눕는 게임 했으니
정강이 보이고 눕는 게임 다시는 하지 마오.
그건 그건 무죄지만 그래도 하지 마오
누워 놓고 못 일어나면 바보 소리 들으니
그런데 왜 바람 살살 속삭이면
양주쪽 그 멀리서 피비린내 번지오?
번지는 피비린내속 원통함은 또 무에요?
길 가던 개 두 마리 치어 죽은 거 아니거늘
함께 놀자 곁에 있던 탱크는 어델 가고
탱크를 몰며 놀던 키 큰 아찐 또 어디에
일어나서 말해야지, 일으켜달라 해야지
뾰족구두 신어보고 핸드백도 들어보고
입술도 발라보고 분칠도 해보고
그렇게 하고프니 뉘인 것 일으키라
목 터지게 외쳐보오
힘없는 이 백성, 제 백성 죽이고도
꿀먹은 벙어리에 손가락 잘린 병신이오
KFC, 맥도널드 여전히 분비고
달러쓰며 미국여행 줄지어 서 있소
내 자식 깔렸다면 지금 나 어쩔 건가
자식 군대 보내놓고 가슴팍 달래느라
애간장 다 녹이며 지새운 밤 많았거늘
누운 채 가버린 두 낭자 아비, 어미
오장육부 다 터져 똥물마저 나올 거요
탱크 무게 못 이겨 일어나지 못하겠네.
탱크 바퀴 못 받아 숨쉬지도 못하겠네
미안하오, 미안해. 일으켜주지 못해서
죄인이오, 때리구려, 분 풀리도록 때리구려
진실도 못 밝히는 이 못난 등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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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글은 수필가 김석옥님 글입니다.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저도 자식을 키우는데.
남의 일은 아닌거 같습니다.
같이 생각을 해보자는 뜻에서 옮겨 보았습니다.
옮겨 주실 수 있으면 널리널리 옮겨 주세요...
"우린 죄인이오 때리구려 분 풀리도록 때리구려.
진실도 못 밝히는 이 못난 등신들을.."
이글이 자꾸 맘에 걸립니다.
자꾸만요......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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