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서 넣어둔 돈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37년을 함께 살아온 아내를 둔기로 잔인하게 살해한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형사2-3부(부장 박성윤)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은 A씨(76)에 대해 “죄질이 중하며, 원심의 형은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에 있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24일 오전 8시 39분쯤 전남 목포시 한 아파트에서 아내 B씨(74)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90만원을 찾지 못하자 B씨가 몰래 가져갔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A씨와 B씨는 37년 가까이 살아온 부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격분한 A씨는 “죽여버리겠다”며 B씨를 주먹과 발로 수차례 가격해 넘어뜨리고 각종 둔기로 얼굴과 가슴 등 온몸을 내리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현관문 밖으로 도망가는 B씨를 뒤쫓아가 폭행하기도 했다.
B씨는 이웃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웃들도 두려움에 돕지 못했다. B씨는 이사 중인 빈집에 피신했다 119에 도움을 요청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3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부검결과 B씨는 교통사고에 버금가는 다발성 손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흉기를 이용해 폭행한 적이 없고, 살인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2심 재판부 모두 범행 경위에 비춰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흉기로 피해자를 무차별적이고, 반복적으로 때려 피해자는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에게서나 확인될 정도의 신체 손상을 입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수법이 잔혹하고, 피해자가 사망 직전까지 받았을 극심한 두려움과 신체적 고통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범행의 죄질이 지극히 나쁘다. 피고인은 별다른 반성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서 징역 1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흉기에서 피해자의 DNA가 검출되는 등 살해 고의가 인정된다”면서 “사소한 이유로 오랜 기간 살아온 배우자를 폭행해 사망하게 한 죄질이 나쁘다”라며 A씨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