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동계올림픽 마스코트… 겨울엔 온몸이 하얗게 변해요
북방족제비
▲ 2026년 동계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인 티나(왼쪽)와 밀로. 둘 다 북방족제비예요. /IOC
얼마 전 이탈리아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에서 열릴 2026년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의 마스코트가 공개됐어요. 두 개최 도시에서 각각 이름을 딴 '밀로'와 '티나'인데요. 기다랗고 호리호리한 몸을 가진 이 친구들은 북방족제비 남매래요.
족제비 무리는 육식동물 중에서는 덩치가 왜소하지만, 주변 환경에 아주 훌륭하게 적응해 지구촌 곳곳에 널리 분포하고 있어요. 그중 북방족제비는 시베리아와 중앙아시아, 유럽, 그리고 미국과 캐나다 등 추운 곳에 사는 족제비랍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였던 호랑이 수호랑을 비롯해서, 동계올림픽 마스코트는 북극곰·표범·코요테·늑대 등 추위를 이겨내며 살고 있는 강인한 맹수들이 선정되는 경우가 많았죠. 이번에도 그 전통을 따른 셈이 됐어요.
북방족제비는 우리나라에 사는 족제비랑 아주 빼닮았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점이 있어요. 우선 꼬리를 제외한 몸길이가 최장 40㎝로 족제비보다 조금 더 크고요. 온몸의 털 색깔이 갈색인 족제비와 달리 등쪽은 갈색이고, 배쪽은 흰색이에요. 꼬리 끝은 검은 털로 덮여 있죠. 북방족제비는 일부 지역에서는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철이 되면 새하얀 털옷으로 갈아입죠.
여느 족제비 무리처럼 북방족제비도 아주 무서운 사냥꾼이랍니다. 계절이 바뀔 때 털 색깔을 바꾸는 건 먹잇감의 눈에 띄지 않도록 하는 위장 전략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은 토끼예요. 자기보다 무려 다섯 배나 덩치가 큰 토끼를 거뜬히 사냥하기도 하죠. 토끼를 워낙 선호해서 특정 지역의 북방족제비 숫자는 그곳에 토끼가 얼마나 많은지에 좌우되기도 한대요.
나무 타기 실력도 뛰어나서 나무 위로 쪼르르 올라가서 새 둥지를 습격해서 어린 새와 알을 사냥하기도 하죠. 쥐가 살고 있는 구덩이를 파헤치기도 하고요. 수영 솜씨도 아주 뛰어나서 강폭이 1㎞가 넘는 곳도 거뜬히 헤엄칠 수 있대요. 자신이 헤엄칠 수 있는 거리보다 더 멀리 이동해야 할 때는 물을 떠다니는 통나무나 나뭇가지에 올라타서 체력을 비축하기도 해요.
덩치는 그리 크지 않다 보니 다른 육식동물에게 사냥당하기도 해요. 수리나 매, 올빼미 등 맹금류가 가장 무서운 천적이죠. 북방족제비 꼬리 끝이 유독 검은 이유는 맹금류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보인다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해요. 천적의 주의를 꼬리 쪽으로 분산시켜서 배나 머리 등 더 치명적인 부위를 공격당해 목숨을 잃는 경우를 피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북방족제비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뉴질랜드에서 생태계를 파괴하는 유해 동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답니다. 19세기에 뉴질랜드 사람들이 목초지를 황폐화시키는 토끼들을 퇴치하기 위해 북방족제비를 들여와 풀어놓았는데 이 녀석들이 야생에 완전히 적응하면서 뉴질랜드에 사는 새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가장 무서운 천적이 됐기 때문이에요.
정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