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만원으로 시작했던 빚이 3,20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돌려 막기'의 한계에 봉착한 회사원 장모(35)씨.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고금리사채를 빌려 쓸 것이냐, 아니면 신용불량자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냐. 헌데 눈이 번쩍 뜨이는 이메일 하나가 최근 날라왔다. 일반인들이 모르는 카드 대출 비법을 공개한단다.
사이트에 접속을 하자 제목 하나 하나가 솔깃하다. ▦다 쓴 카드로 서비스 받기 비법 공개 ▦삼성ㆍLG카드 일시 증액 방법 ▦돈 없이 대납하는 방법 ▦백화점 카드 발급 비법 공개 ▦무면허ㆍ신용불량자 면허증 대출 비법▦은행 거래 없이 1,000만원 대출하기 ▦카드 받기 전에 대출 먼저 받기….
망설일 것도 없이 2주일간 이용 대금으로 거금 2만2,000원을 투자했다.
결과는 일단 대성공이었다. “역시 정보는 돈이야”라고 감탄하며 일촉즉발의 위기를 모면한 장씨. 하지만 달라진 것은 ‘시한부 생명’이 몇 개월 더 연장됐다는 것과 빚이 3,200만원에서 4,500만원으로 더 늘어났다는 것뿐이었다.
신종 업종으로 부상한 대출정보업체
‘카드 연체율 또 사상 최고’ ‘올해 신용불량자 50만명 증가’ ‘소비자 체감 경기 외환 위기 이후 최악’…. 가계 부채가 갈수록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면서 ‘대출 정보 업체’가 신종 업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들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이른바 대출 비법(秘法). 직접 카드깡을 해주거나 대출 대납을 해주는 사채업자들과는 다르다.한 업자는 “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낚는 방법을 알려주는것”이라고 했다.
은행이나 저축은행, 카드사 등의 각종 대출 상품은 물론 대출 방식까지 꼼꼼히 분석해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최대한 대출을 많이받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은행 창구를 찾아가 손이 닳도록 애걸하는 것도 아닐 테고 대출에 비법은 무슨…”이라며 코웃음을 치는 이들에게 정보업체는 이렇게 솔깃한 얘기를 들려준다. “자동차 없이도 자동차 대출을 받을 수 있고요, 연체 신용카드도 30% 이상 한도를 증액할 수 있어요.”하지만 한 꺼풀 벗겨 보면 ‘비법’은 대부분 ‘편법’이고 ‘불법’이다. 때론 금융기관의 비릿한 장삿속을 합법적으로 이용한 내용들도 있긴 하지만. 여기에 현혹된 서민들은 편법도, 불법도 마다 않고 대출액을 늘려가다 결국은 신용불량의 나락에 빠진다. 그리곤 푸념을 내뱉는다. “그래, 서민들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안돼.”
100곳 이상 성황
인터넷 대출 정보 업체 M사. 100여가지 대출 비법을 2만4,500원의 정보이용료로 제공한다. 주민등록번호니 연락처니 하는 신상 정보도 필요 없다. 휴대폰이나 계좌 이체로 돈만 입금하면 ‘OK’다. 정보 이용 기간은 14일.이 기간 마음대로 정보를 이용할 수 있지만 무단 유출을 막기 위해 내용을 인쇄하거나 복사할 수는 없다. 도대체 얼마나 고급 정보가 숨겨져 있길래. 요란한 광고에 비하자면 실망스럽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이들에게는 분명 요긴할 듯 싶다.M사처럼 신용이 낮은 고객들을 위해 인터넷 등을 통해 대출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는 어림 잡아 100곳 이상.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대출’과‘정보’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예비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사이트들이 줄줄이 검색된다.
대부분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한 지난해 이후 등장한사이트들이다. 이용료는 적게는 1만원 안팎에서 많게는 3만원 가량. 하지만 콘텐츠는 다른 업체에서 도용하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이트를 개설하는데 별다른 공을 들일 것도 없다. 서로서로 베끼기에 열중한 결과 정보의 내용도 거기서 거기다.
유료 가입자 1,000명 정도만 확보하면 1,000만원에서 많게는 3,000만원까지 수입이 생기기 때문에 홈페이지 개설 비용(200만~300만원)을 제하더라도 짭짤한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들이 고객들에게 전수하는 비법은 크게 3가지 유형. 첫번째는 ▦본인의신용등급 확인하는 법 ▦경락잔금대출 방법 ▦XX은행, XX화재 대출 안내등 대출과 관련한 순수 정보다. 금융기관이나 상품에 대한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두었다는 점에서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금융기관 홈페이지나 신문 기사 등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K사 한 직원은 “이런 순수 정보들은 콘텐츠 내용을 풍부하게 하기 위한 소품”이라며 “돈을 주고 비법을 사는 이들은 이런 정보에는 사실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두번째 유형은 금융기관의 허점을 이용한 대출 방식. 공식적으로는 대출기준을 엄격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뒤로는 대출을 늘리는데 혈안이 돼 있는 금융기관의 장삿속을 겨냥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것이 ‘야간 카드 한도 증액 비법’. 골자는 공식 업무 시간이 끝난 야간에도 카드사들은 한도를 추가로 승인해주는 ‘야간 승인실’을 운영하고 있는데 구실만 그럴 듯하면 한도를 쉽게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으로 여행을 왔는데 경비가 떨어졌다고 이야기하면 업체들은 대부분 고객 유지를 위해 원칙을 무시하고 한도를 증액해 준다는 것이다.심지어 야간 승인율이 높은 카드사가 어느 곳이며, 어떤 말투로 전화를해야 승인이 잘 되는지 까지 상세히 알려준다. 카드를 당일 즉시 발급받을수 있는 은행 지점은 어느 곳인지, 무자격자가 카드를 발급 받기에 가장 좋은 지점이 어디인지 등에 대한 정보도 결국은 은행과 카드사의 구태의연한 장삿속에 기댄 것들이다.
편법, 그리고 빚을 조장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편법과 불법을 조장하는 마지막 유형이다. 상당수업체들이 연락처 조차 제대로 기재하지 않고 비밀스럽게 영업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용불량자 카드 발급 비법’이라는 제목에 현혹돼 클릭해보면 대리 취업을 하는 방법이 상세히 소개돼 있고, ‘백수 2,000만~3,000만원 대출 받기’라는 제목의 글은 사업자 등록을 허위로 내도록 조장한다.
또 ‘차 없이 대출 받는 비법’은 주변 사람에게 2~3일간 차량의 명의를빌릴 것을, ‘신용카드 발급률 올리는 비법’은 소득과 직업을 속일 것을주문한다. 이들은 “사업자등록을 허위로 낸다고 해도 세금만 내면 되기때문에 불법이 아니다. 또 다른 사람의 차량 명의를 2~3일간 빌리는 것 역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고 항변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대출정보 업체들이 빚을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갚을 능력도 없는 사람이 무작정 대출만 늘릴 경우 곧 바로 연체로 이어지고 다시 신용불량자의 낙인을 찍히는 것은 당연한 수순.
시중은행 한 임원은 “은행과 카드사가 이런 대출정보 업체들에게 구실을 제공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이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불법을 부추긴다면 금융 당국이 제대로 단속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첫댓글 헉..나두 저거 했었떠여..ㅡ,,ㅡ
꺽................켁...죽음의 질주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