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성기 욕설·윗집서 ‘쿵쿵’… 소음이 미치는 해악 [헬스컷]
지속적 소음, 심혈관질환, 난청, 이명 등 유발
지난 2일, 지방선거일은 소음에서 벗어나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유세 차량의 확성기 소리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음악, 연설 등 방법마다 다르겠지만 확성기의 소리는 70~90dB이라고 합니다. 철도변이 100dB, 자동차 경적이 110dB, 전투기 이착륙 시 발생하는 소음이 120dB이니 많은 사람이 소음으로 고통 받은 셈입니다. 소음 중 ‘갑’은 층간소음입니다. 이웃 갈등의 주범으로 해마다 2~3건의 강력범죄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요?
◇지속적인 확성기 소리, “심혈관질환 유발할 수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소음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000여건에 불과했던 집회 소음 관련 신고 건수가 지난달 4074건으로 늘었습니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 인근에서 확성기로 혐오 발언·욕설 등을 쏟아냈던 보수 단체의 시위가 대표적입니다. 사저 인근엔 소음으로 노인들이 병들어간다는 현수막도 붙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병일까요?
먼저 난청입니다. 시끄러운 소음에 장시간 노출되면 청력 감퇴나 심각한 난청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한림대성심병원 이비인후과 홍성광 교수는 일반적으로 90dB 이상 소음에 하루 8시간 이상 노출되면 소음성난청이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는 노인이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난청을 넘어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질환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소음에 노출되면 몸이 긴장하면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는데 이러면 심장박동이 증가해 혈압이 오릅니다. 혈압 증가는 혈관 손상으로 인한 심혈관질환 발병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혈관이 약한 노인에게 치명적입니다.
네덜란드의 국책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속적은 소음은 심혈관질환, 난청, 이명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소음의 장애보정손실년수(Disability Adjusted Life Years, 질병에 의한 장애,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손실된 수명을 평가하는 단위)가 ▲음용수의 납 ▲간접흡연 ▲실내 라돈 ▲대기 중 발암물질보다 더 높다고 평가합니다.
◇수면까지 방해하는 층간소음, 확성기보다 더 나쁠 수 있다
누가 들어도 시끄러운 소음의 파괴력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그렇다면 층간소음은 어떨까요? 층간소음은 일종의 진동입니다. 진동은 파장 길이에 따라 고주파와 저주파로 나뉘는데, 파장이 짧은 고주파는 콘크리트 바닥을 쉽게 통과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발걸음이나 물건을 떨어뜨렸을 때의 충격으로 발생하는 저주파는 파장이 길어서 바닥을 뚫고 아래층으로 전달됩니다.
층간소음 인정 기준은 주간에는 1분간 43dB, 야간엔 38dB입니다. 조용한 사무실이나 주택가에서 들릴 만한 소음 수준으로 직접적인 난청이나 청력손실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홍성광 교수는 사람에 따라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느낀다면 청각과민증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청각이 과도하게 예민해져 다른 사람에겐 크지 않은 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들리는 것입니다.
임종한 교수는 사실 소음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데시벨과 큰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소음을 평가할 때 중요한 요소는 수용성인데 제아무리 아름다운 음악이라도 내가 듣기 싫다면 소음이라는 것입니다. 한 번 소음으로 인식된 소리는 확성기 소리처럼 교감신경을 항진시키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량을 증가시킵니다.
게다가 층간소음은 야간에 발생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잘 때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여러 호르몬을 분비하고 치매 및 암을 유발하는 물질들을 배출합니다. 잠을 못 자면 불안증 및 우울증과 더불어 인지기능 장애를 겪을 가능성도 커집니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층간소음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관련 민원이 꾸준하게 증가했습니다. 2012년 8795건이었던 층간소음 전화상담 건수는 2019년 2만6257, 2021년 4만6596건으로 증가했습니다(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이러한 현실에 보복 수단까지 팔리고 있습니다. 우퍼스피커나 골전도스피커가 유명한데 아래층 천장을 통해 위층으로 소음을 보내는 원리입니다.
보복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요? 단국대 심리학과 임명호 교수는 때로는 공격성이 살아가는 데 힘을 주기도 하지만 사람 간 문제 해결엔 큰 도움을 주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청각은 감정과 강하게 연결됩니다. 싫은 소리가 들리면 본능적으로 분노가 치밀어 올라 보복을 궁리하게 됩니다. 보복으로 잠시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문제는 보복을 당한 상대방 역시 똑같은 감정을 가지고 기회를 노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층간소음 갈등이 칼부림이나 현관 테러로 이어지는 까닭입니다. 임명호 교수는 층간소음 갈등과 함께 이미 깊어진 이웃 간 갈등의 골까지 중재할 수 있는 기구가 많아져야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층간소음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다만 이어폰이나 음향기기를 사용하는 건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한 번 음악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점점 그 시간이 증가하면서 청력 손상을 겪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 번 손상된 청력은 치료가 어렵습니다. 그나마 귀마개가 스스로 청력을 보호하면서도 소음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