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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니이가타현의 한 제분공장에서 쌀가루를 나르고 있다. |
[앵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의 풍년이 들었지만 쌀값 하락으로 농심은 들 끊고 있습니다.
수입쌀은 해마다 늘어나고 풍년으로 창고에 재고는 쌓이고 여기에 소비마저 줄어들고 있지만 정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와 비숫한 쌀 공급과 수요 구조를 갖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은 쌀 수급 안정을 위해 어떤 제도들을 시행하고 있는지 오늘 특별대담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지난주 일본 도쿄의 농림수산성과 최대 쌀 곡창지대인 니이가타현을 다녀온 서종빈 기자와 함께 식량자급기반 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일본의 쌀 산업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1. 우선 일본의 쌀 생산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요?
모든 논에서 쌀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전체 논의 60%에서만 주식용 쌀을 생산할 수가 있는데요. 나머지 40%의 논에서는 보리나 쌀 사료작물, 가공용 쌀 등 다른 작물을 생산해야 합니다. 모든 논에서 쌀을 생산할 경우 넘쳐나는 생산량을 담당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른바 생산면적을 조절하는 ‘생산조정제’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2. 정부가 강제로 쌀 생산 조정을 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은데요. 주식용 쌀 재배가 다른 작물 재배보다 수익이 더 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쌀 대신 다른 작물을 심는 농가에는 정부가 소득을 보전해 주고 있었습니다. 올해에만 일본 농림수산성 전체 예산의 20.4%인 7조 5천억원이 보조금으로 투입됐다고 합니다. 아울러 쌀 생산 조정은 정부가 전체 수요량을 예측해서 생산량을 정한 뒤 우리의 도에 해당하는 각 현에 할당하고 현에서 농가와 상의해서 배분하는 형식입니다.
3. 그런데 이같은 생산조정제를 실시해도 풍년이냐 흉년이냐에 따라서 쌀 생산량이 달라질 것 같은데요. 일본에서는 어떻게 조절하고 있나요.?
정부의 예측이 틀려서 흉년이 들면 정부와 민간이 보유하고 있는 200만톤 수준의 재고쌀을 활용하고 예상 생산량의 1% 이상을 초과하는 풍년이 들면 정부 산하기관인 미곡기구가 잉여 물량을 사들여 공급량을 조절한다고 하는데요. 올해 일본도 풍년이 들어서 100만톤의 과잉생산이 예상되고 있는데, 정부는 일정량인 87만 톤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농가에서 보유한다고 합니다. 잉여 생산된 쌀을 전량 정부와 농협에서 구매하는 우리와 다른 점이기도 했습니다.
4. 막대한 보조금을 줘야하는 생산 조정제를 실시하면서 논을 지키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어떤 경우에는 식량 자급 기반은 유지해야 한다는 농정의 기본을 지키기 위해선데요. 일본 니이가타현 농정사무소 나가사와 타니오 식량부장의 말입니다.
▶ [녹취:나가사와 타니오] “생산조정에 들어가는 40%의 경작지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것은 논이 한번 바뀌어 버리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니이가타에서는 쌀 이외에 다른 작물을 하게 되면 생산성이 떨어져서 주식 이외에 쌀 쪽으로 많이 가는데 다른 현에서는 나름대로 축산이나 이런 쪽으로 가는 곳도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는 주식용 쌀과 가공용 쌀을 따로 구분해서 재배하지 않지만 일본은 사료작물이나 가공용 쌀을 따로 재배해서 쌀 가공식품이라는 새로운 쌀 수요를 창출하고 식량자급률도 끌어 올리는 1석2조의 효과를 얻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지난해 41%였던 식량 자급률을 오는 2천17년까지 45%로 올린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습니다.
5. 식량 공급기반을 유지하기 위한 또 다른 조건이 쌀 소비를 확대하는 건데요. 일본은 쌀 소비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일본도 식생활이 서구식으로 변하면서 1인당 쌀 소비량이 60년대 백20킬로그램대에서 2천8년에는 59킬로그램까지 떨어졌는데요. 쌀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인 아침밥 먹기 운동인 ‘메자마시 고항’ 즉 ‘아침잠을 깨우는 밥‘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고요. 학교에선 급식으로 주 4회 이상 밥을 제공하자는 운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었습니다. 또 일본이 한해 수입하는 밀가루 500만톤의 10%인 50만톤을 쌀가루로 대체하자는 R10 프로젝트를 2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R10은 Rice Flour 10의 의미로 쌀을 10% 넣자는 의미입니다.
6. 그런데 쌀가루는 밀가루와 특성도 다르고 가공용 쌀은 주식용에 비해 생산비에서도 차이가 날 텐데요.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었나요?
주식용 쌀보다 가격이 3분의 1수준인 가루용 쌀 생산농가를 위해 10아르당 8만엔의 보조금을 정부가 지원하고 있었고요. 쌀가루 제분공장 시설비의 50%를 정부가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또 쌀가루를 이용해 밀가루에 대적할만한 빵이나 국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분 기술이 필요한데 니이가타현에서 직접 개발한 특허 기술의 경우 밀가루보다 더 고운 쌀가루를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이 왜 쌀가루 생산에 집중하는지 물어봤습니다.
니이가타 제분공장 다카시 센이치로 전무이삽니다.
▶ [녹취 : 다카시 센이치로]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도 쌀이 남아돌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앞으로 식량이 부족한 상황이 오게 되면 밀가루를 대체해야 하기 때문에 국산 쌀을 지켜지 않으면 안되고 그러기 위해서 쌀가루 생산 증가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7. 이밖에 쌀 수요 확대를 위해서 일본에서는 또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쌀 공급을 늘리기 위해 친환경적인 쌀 비닐봉투와 쌀 접시, 쌀 밥그릇, 쌀 잉크까지 만들며 소비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또 바이오 에탄올용 쌀을 따로 재배해서 에탄올을 가솔린과 함께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었고요. 이밖에 눈에 띄는 것은 일본 쌀의 수출이었습니다. 일본 쌀의 대명사인 고시히카리를 개발한 니이가타현의 경우 2천4년 대만을 시작으로 2007년엔 중국 시장을 뚫었고 지난해에는 8개국에 백 31만톤을 수출했다고 합니다. 또 한국에도 일본쌀을 수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습니다.
8. 끝으로 우리 정부는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궁금한데요.
일본처럼 주식용과 가공용 쌀을 따로 재배하고 가공용 쌀 재배농가에 대한 인센티브 도입과 쌀 가공식품 육성 등이 필요해 보였는데요.
일본 취재에 동행했던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정책과 윤재돈 주무관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 [녹취: 윤재돈 주무관] “정부는 2천12년까지 쌀 생산량의 약 10%인 7만톤을 가공용으로 소비할 목표를 정하고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공용 쌀로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주식용 쌀과 가공용 쌀을 구분해서 재배단계부터 재배 면적에 따른 생산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공용 쌀 생산농가에게는 주식용 쌀 생산농가에 해당하는 다양한 지원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네, <PBC경제광장> 오늘은 특별대담으로 일본의 쌀산업 현장을 취재한 서종빈 기자와 함께 일본의 쌀 지키기 노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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