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비의 모험 - 출근 (중편 소설) : <주먹계의 거물 정태준...>을 <지하경제의 거물 정태준...>으로 수정하였습니다.
수줍은 얼굴로 먼바다에 머물던 달은 밤이 되자 바다를 환히 비추기 시작했다.
어젯밤에는 구름과 연무가 조금 있었지만, 오늘은 구름 한 점도 없는 맑은 하늘이었다.
희미하던 별빛은 점점 밝게 빛나고, 그 수도 한없이 늘어났다.
달빛 아래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의 물보라는 영혼을 깨우듯 아름다웠다.
'철썩... 처얼썩... 퍼버벅 촤... 꽈르르... 쏴...' 말로는 표현할 수도 없는 아름다운 파도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두 번째 맞는 해변의 밤은 훨씬 안정되고 아름답게 다가왔다.
돗자리에 앉아 홀로 밤 풍경을 바라보던 석우는 친구들을 마중 가기 위해 일어섰다.
그가 모래 언덕에 거의 다다랐을 때, 막 언덕을 넘어오는 세 사람이 보였다. 그들이었다.
"어이, 석우야!"
태준의 목소리였다.
"호호호..."
"까르륵..."
여학생들의 웃음소리도 들렸다.
"응, 태준아! 은정이 신아도 왔구나, 반가워!"
석우가 반갑게 말했다.
"응, 반가워!"
"그래, 안녕!"
그녀들도 인사했다.
그는 태준과는 악수를 하고 여학생들과는 손을 들어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들은 어제처럼 석우의 텐트 근처에 자리를 잡고, 동그랗게 마주 보고 모래밭에 앉았다.
"너 싸울 뻔했다며? 그만하길 다행이야."
은정이 말했다. 그녀는 어제처럼 빨간 반소매 셔츠에 청색 반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었다. 긴 머리를 뒤에서 핀으로 고정했다.
"그래, 별일이지? 전에는 그런 일 없었는데!"
신아가 말했다. 그녀는 어제처럼 단추 달린 흰색 반소매 셔츠에 검은색 반바지를 입고 샌들을 신었다. 역시 커트 머리다.
"나 멀쩡, 아무 일 없었어!"
석우가 말하자 그들은 어깨를 으쓱하는 몸짓을 했다.
"너희 내일 아침 아홉 시까지 선착장으로 나오는 거다! 석우 너는 저기 언덕 너머에 버스 다니는 길 있지? 거기서 큰길따라 왼쪽으로 10분만 걸어가면 마을도 보이고, 마을 앞에 작은 선착장이 나올 거야."
태준이 말했다. 그는 전처럼 파란 줄무늬가 있는 흰색 반소매 셔츠에 회색 반바지를 입었다.
"야, 태준아! 너희 아버지가 니가 배 몰고 바다에 나가도 된다고 하셔?"
신아는 걱정스러운 듯 애교를 띤 목소리로 말했다.
"에이, 아부지 일하는데, 내가 배를 어떻게 몰고 가냐? 그냥 낚싯배로 가게. 낚싯배라도 잘 나가. 그걸로 가자고?"
태준이 말했다.
"아... 난 또. 그래, 좋아! 대신 멀리 가기 없기. 그리고 빨리 와야 해, 오후엔 일 있어!"
신아가 말했다.
"어디를 보여주려고 그래?"
은정이 말했다.
"가까운 용굴 보고, 시계방향으로 섬을 돌면 거북섬이 나올 거고, 마지막에 우도, 그리고 여기로 다시 오자고. 우남바위를 가면 좋은데..."
태준이 말했다.
"안돼, 우남바위는 멀잖아! 우도까지만!"
신아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 좋아! 그럼 우도에서 열두 시쯤 점심 먹고 오자! 실컷 놀다 와도 한 시도 못 돼 돌아오겠다!"
태준이 말했다.
"점심은 라면이 어떠냐, 나 라면 많이 가져왔거든?"
석우가 말했다.
"좋아!"
"짝짝짝..."
그들은 박수를 치고 협의를 마쳤다.
그들은 어제처럼 모래 둑을 만들어 촛불을 켜고 돌아가며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말잇기 게임을 했다.
한참 즐겁게 어울리던 태준이 신아에게,
"신아야! 나 너랑 할 이야기가 좀 있어! 나랑 이야기 좀 할래?"
하고 말하더니, 두 사람은 석우와 은정을 남겨두고 북쪽 해변 쪽으로 걸어갔다.
"뭔 일이야, 저 애들 왜 저래?"
은정이 놀란 눈으로 석우에게 물었다.
"글쎄!"
석우가 말했다.
둘은 잠시 말없이 서먹하니 파도를 바라보고 앉아 있었다.
"실은 태준이가 낮에 그랬어, 너랑 사귀라고. 지금 자리를 마련해 준답시고 저러는 거 아닐까?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 하하하..."
"뭐? 태준이 그 자식... 와, 미치겠다!"
"하하하..."
"호호호..."
"오늘따라 달이 무지 밝네, 별도 많고!"
"석우야, 넌 별을 연구하고 싶다고 했잖아? 별자리에 대해 말해 봐!"
"음... 저기 북쪽 하늘에 국자를 걸어 놓은 모양, 별 일곱 개 보이지?"
"응, 저기!"
"여름에는 저렇게 보여. 저게 큰곰자리에 있는 북두칠성이야. 저기서 국자 밑변을 잇는 거리의 여섯 배만큼 오른쪽으로 가면 북극성이 있어. 찾았어?"
"응, 저기, 저게 북극성이구나. 찾았어!"
"그래 잘했어! 또 그 정도 거리만큼 오른쪽으로 더 가면 M자를 옆으로 틀어 놓은 모양의 별 다섯 개, 그게 카시오페아야! 계절마다 저것들 위치는 조금씩 달라 보여도 항상 가운데 있는 북극성만 찾으면 돼. 오른쪽이 동쪽이니까 어디서든 방향을 알 수 있어!"
"와, 그렇구나! 대단한데!"
"뭘 이정도 가지고. 하하하..."
"호호호... 아니야, 난 이제 처음 알았어! 크크크..."
"와, 달이 진짜 환하다!"
"석우야, 우리 꽃 보러 갈래?"
"응? 무슨 꽃, 꽃이 어딨어?"
"저기 언덕에!"
"그래? 가보자!"
그들은 모래 언덕에 있는 숲 쪽으로 걸어갔다.
"아직도 많이 피었어! 여기 좀 봐, 예쁘지?"
"응, 예쁘네! 이게 무슨 꽃이야?"
"해당화!"
"아, 이게 해당화구나!"
"내가 해당화에 대한 전설을 말해줄까?"
"그래, 말해 봐!"
"옛날에 한 왕국의 왕자가 태풍에 표류하다 다친 채 해변으로 떠밀려 왔는데, 한 소녀가 그를 발견해 간호했어. 두 사람은 사랑하게 됐는데, 신분이 낮은 소녀는 왕자와 결혼할 수 없었어. 소녀는 신분을 높이기 위해 여전사가 되었고, 전투에서 큰 공을 세웠어. 전승을 축하하는 자리에 왕자와 다른 여자와의 약혼식을 겸하는 축하연이 벌어졌는데, 그들은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어. 화가 난 여전사는 자기 고향으로 돌아와 버렸어. 뒤늦게 왕자는 왕궁을 버리고 소녀에게 용서를 구하며 구애를 했는데, 소녀는 만나주지 않았어. 그러자 몇 달을 구애하다 지친 왕자는 그만 자결을 했고, 소녀는 그를 해변 모래밭에 묻어 줬는데, 그 자리에 해당화가 피었데."
"와, 재밌다. 해당화 대단한 꽃이구나! 하하하..."
석우는 꽃이 이렇게 많았는데, 낮에 왔을 때는 왜 꽃이 있는지도 몰랐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빨간 옷을 입고 뽀얀 얼굴에 까만 눈을 깜박이는, 달빛에 빛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해당화처럼 예쁘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가 해당화 가까이에 코를 대어 보니, 매혹적인 향기가 났다.
"석우야, 태준이랑 신아 저기 온다. 가자!"
"응, 그래!"
친구들은 다음 날을 약속하고 인사를 나눈 후 집으로 돌아갔다.
석우는 그들이 돌아가고 텐트로 돌아와 시계를 보니, 11시를 지나고 있었다.
그는 두 번째 맞는 밤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았고, 구름에 뜬 듯 기분 좋게 잠들었다.
첫댓글 장면의 전환 기법이 대단 하시내요......
해당화처럼 예쁘구나!!!!!!
이제 첫사랑의 아름다운 석우 의 설례임이 시작 되겠내요....(머릿결에서 느껴지는 향기......가슴 설례임이 저도 그립습니다.)
아름다운 영상이 기대 됨니다
고운 걸음으로 함께해 주셔 감사합니다.
` 향기도 맡으셨군요. 하... 넙죽 감사합니다.
멋지십니다. 대신 써도 되실 듯합니다.
해당화꽃의 이런 아름답고 슬픈 전설이 있었군요.
학창시절의 첫사랑의 감정 표현.....참 예쁘게 표현이 되네요.
가만히 생각 해 봅니다.
나두 이런 아련한 추억이 있었을까?ㅎㅎㅎ
고운 걸음에 감사드립니다.
사람마다 추억은 조금씩 다르겠죠. 하하하...
즐거운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