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말이야.....아이를 남겨놓는 이상 죽어도 아주 죽는게 아니래"
복받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감동을 토해내느라 목이 너무 따가웠다.
책을 읽고 울다보니 어느새 눈이 붉게 충혈이 된다.
가슴아픈 사연이 담긴 '가시고기'라는 이 책을 난 너무도 좋아한다. 아버지의 사랑을 더 느낄 수 있게 만든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책 제목이 가시고기라고 한 것처럼 가시고기의 삶과 닮은 어느 아빠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시고기 삶에 대한 짧은 글이 있는데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엄마 가시고기는 알을 놓고 곧 다른 곳으로 가 버린다고 한다. 하지만 아빠 가시고기는 새끼 가시고기들이 부화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새끼들이 부화하는 것을 보고는 바위 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 버린단다.죽어서도 어린 새끼가시고기의 먹이가 되기 위해 ....."
이 글은 가시고기의 삶의 모습에 대한 요약된 글로써 가시고기의 삶의 모습을 충분히 엿볼 수있는 단축된 짧은 글이다.
이 책의 제목이 가시고기임을 볼 때 전체적인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충분히 짐작되었다.
그저 자연의 현상으로 무덤덤하게 바라 본 가시고기의 생태처럼 별 이야기 아니겠지 하고 그저 습관대로 책장만 넘겼던 오만했던 내 마음은 이미 저만치 사라져버리고 감동의 물결로 눈물이 넘쳐 흘렀다.
울음을 참느라 목구멍은 아프고 눈물 콧물에 잔뜩 젖은 얼굴이다.
글의 내용을 잠시 소개한다면 정다움이라는 아이가 엄마와 헤어져 아빠와 함께 살다가 백혈병이라는 불치병에 걸리면서 아빠의 아들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이야기이다.
다움이의 투병은 어린 꼬마가 겪어내기엔 너무 힘들고 모진 고통이었다.
그 힘듬은 다움이의 작은 입에서 "선생님 얼마나 더 아파야 죽게 되나요?" 하는 말로 표현이 된다.너무 어린 나이에 죽음을 생각하는 아이의 절규적인 이 말은 곧바로 화살이 되어 아빠의 가슴에 아픔으로 박혀 고통으로 남는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고 친구들과 즐겁게 뛰어놀고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이나 근처 산으로 나들이를 가는 평범한 자기 또래 아이들에 비해 엄마없이 아빠와 함께 살다가 백혈병이라는 불치병에 걸려 치료의 고통과 아픔 그리고 외로움을 알게 된 아들
이 아들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아빠는 간을 기증하기로 했지만 시련은 계속되어 간암이라는 선고를 받게 된다. 돈이 없어 자신의 몸치료조차 엄두내지 못하는 아빠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각막이란 신체일부를 바치며 무진 애를 쓰지만 벽에 부딪힌다.
결국 아빠는 자신이 죽으면 고아가 될 지 모르는 아들을 위해 아들을 엄마에게 보내기로 결정을 내린다.그리고 양육권도 포기하고 아빠를 잊게 하기 위해 모질게 냉정하게 아들을 대한다.
아들과 헤어져야 하는 아빠의 심정이란 죽음을 기다리는 고통보다 더 힘들고 가슴이 아픈 일이었다
아들을 보내고 나서 아빠는 혼자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다
아빠가 폐교에서 아들과 학교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던 추억을 가슴 속에 안고 서서히 깊은 잠..죽음을 맞이하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사람은, 아이를 남겨 놓은 이상 죽어도 아주 죽는게 아니다"
난 아직 부모가 되어보지 못했으니 이 말의 큰 뜻을 공감할 수는 없지만
부모가 죽음앞에서도 자식들을 위하는 그마음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조건없는 끝없는 사랑!!
때로는 당연하게 받아들여 크게 마음에 담지 않는 내 자신이 갑자기 부끄러워진다.
우리 부모님들은 지금도 자식을 위해 당신들의 살점을 뜯어내고 계신지도 모른다.
자식이란 존재가 과연 무엇이기에..
자식에 대한 부모의 헌신적인 사랑 모습을 종종 신문상에서 읽게 된다. 철길에서 놀던 아이를 구해내고 죽은엄마의 이야기와 아주 예전에 자동차사고에서 엄마가 아이가 다칠까봐 꼭 껴안아 아이는 하나도 다치지 않고 엄마는 죽어있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얼마전 본 영화.. 제목이 생각나지 않지만 미국에서 일어난 실제 이야기로 만든 영화인데 갑자기 폭설로 인해 산에 갇히게 된 부모가 아이를 살리기 위해 작은 동굴에 아내와 아기를 피난시키고 아빠는 구조요청을 위해 몇날며칠을 죽음과 싸우며 눈길을 걸어가는 모습
그리고 남편을 기다리며 아이에게 눈을 녹여 먹여가며 아이의 생명을 살려내려고 노력했던 엄마
이 부모의 눈물겨운 필사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뻐끈할정도로 감동이 컸다
다행히 구조되었고 엄마 아빠는 동상으로 인해 발을 잘라내어 불구자가 되었지만 자식을 살리려고 했던 부모의 모습은 더 할 수 없는 숭고함이었다.
이 책과 이런 이야기들을 보면서 난 새삼 생각했다
난 어떻게 부모에게 대했을까??
항상 바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버릇없이 대하고 그러지는 않았는지,,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여 자랑스럽고 대견스러운 일보다 실망스러운 일을 더 많이 안겨드렸던 것이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웠던 것이 하나 있다
아빠가 굳이 다움이에게 그렇게 까지 냉정하고 모질게 했어야만 했는지..
다움이에게 상처로 남아질 수도 있는데 아빠의 사랑을 좀더 다른 방법으로 할 수는 없었는지 그것이 너무 아쉽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고자 했던 부모의 자식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 절절해 나의 가슴에 파고 들었다.
머리에 흰머리가 늘어가는 우리아빠에게 못난 행동을 보여주는 내모습을 깨닫게 해준 '가시고기'라는 책은 내 일생동안 가르침으로 가슴에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