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국가 발전 1차 5개년 계획’, 21세기 한국형 모델 만들겠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국가경제건설 계획이 있었다. 이 계획의 추진으로 우리 경제는 고도성장을 이룩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선성장·후분배 논리>를 내세워 서민 대중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등 정치적·경제적 민주주의의 후퇴라는 큰 대가를 치르고 말았다.
문재인 후보는 집권 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아니라 21세기에 걸맞는 ‘복지국가 발전 1차 5개년 계획’을 시작하려 한다. 즉 개별적인 복지 공약을 그냥 던지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 청사진을 가지고 집권 첫 해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 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을 맡은 미래캠프 산하 복지국가위원회가 첫 행사로서 선진 복지국가들로부터 복지 국가에 관한 경험을 듣고 문 후보가 궁금해하는 질문을 하는 자리를 국회에 있는 한옥 사랑채에 마련했다. 롤프 마파엘 독일 대사, 라르스 다니엘손 스웨덴 대사, 마티 헤르모넨 핀란드 대사, 톨비요른 홀테 노르웨이 대사가 참석했다.
문 후보는 “한국인은 2차 대전 이후에 독립한 나라들 가운데 민주화와 산업화를 가장 짧은 시일 내에 함께 이루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급속한 산업화는 많은 부작용을 낳았고 세계적인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많은 국민이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저는 복지국가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확신한다. 독일과 프랑스의 대륙형 모델, 그리고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의 북유럽 모델에 대해서 관심이 많다. 복지국가를 향하려는 우리 입장에서 여러분 나라들의 경험은 소중한 교훈이 될 것이다”라는 모두 발언으로 대담을 시작했다. 이어서 "여러분들의 국가는 복지와 경제성장이 선순환하는 선진국가로 평가받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복지와 경제성장이 서로 배치된다는 인식이 많은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다니엘손 스웨덴 대사는 "스웨덴은 증세 공약으로 총선에 이기는 유일한 국가"라며 조세제도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국가와 국민과의 신뢰를 강조했다. 이어서 "높은 조세를 걷는다 하더라도 세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다는 믿음을 주면 세금 인상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마파엘 독일 대사는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 비결로 사회보장 시스템의 안정을 들었다. 그는 "독일의 복지체계는 조세, 정부의 사회보장 시스템, 민간보험에 기반한다"며 "독일이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사회보장시스템"이라고 밝혔다. 헤이모넨 핀란드 대사는 높은 고용률을 강조했다. 그는 "핀란드의 복지시스템은 이를 기반으로 복지 기금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문 후보가 "독일에선 노동시간을 단축해 고용을 늘리고 있는데, 노동자, 사용자 양쪽의 저항을 어떻게 극복했느냐"고 묻자 마파엘 대사는 "노동시간 단축 관련법이 완벽하고 노동자와 사업자 모두 조합이 있다"고 답했다. 문 후보는 스웨덴에서 여성 경제활동이 활발한 이유를 물었다. 다니엘손 대사는 "스웨덴에는 남녀 모두 동등하게 일할 권리와 가족을 부양할 책임이 있다고 합의했다"며 "이는 조세제도를 개별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외에도 사회의 여러 집단 간의 사회적 합의와 이를 이루기 위한 여러 방법에 대한 훌륭한 조언들이 이어졌다. 대사들의 성의있는 조언에 만족한 문 후보는 아래와 같이 대담을 정리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많이 배운 아주 유익한 대화였다. 복지와 경제 성장은 병행하는 것이다. 오히려 적극적 복지 지출이 경제 성장에 도움 된다는 것,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대해서도 복지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더 잘 대응하고 위기를 더 잘 극복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복지와 경제성장을 함께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일자리’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진 복지국가의 모델을 우리가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선진 복지국가들의 경험을 통해서 우리나라에게 적합한 복지모델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아이들이 안심하고 치료 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 터
간담회를 마친 문재인 후보는 서울아산병원 소아암 병동을 찾아 치료중인 어린이들과 아산병원 백혈병소아암 부모회 문재희 회장 등 부모님을 찾아 위로하며 의견을 경청했다. 문 후보는 먼저 병동에 설치된 병원학교를 찾아 미술치료를 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만나 치료과정 속의 어려움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 후보는 힘든 치료를 잘 견뎌내며 밝게 문 후보를 맞이해주는 아이들과 포옹했다.
이 자리에서 소아암 치료를 받고 있는 한 어린이로부터 소아과 병동은 '소아'가 지난 시점에는 보험적용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문 후보는 “소아가 아닌 사람들, 암 환자, 장기질환자들도 연간 100만원 이상은 본인이 부담하지 않도록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간호사들을 격려한 후 김광옥 한국 소아암부모회 부회장의 사회로 부모님 20여명과 간담회를 갖고 힘든 치료과정, 병원비 문제, 간병 문제 등 소아암 치료과정 전반에 걸친 어려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 자리에서 문 후보는 “아이들이 꿋꿋하게 잘 견디고 있어서 다행이다. 부모님들 용기 잃지 마시고 선생님들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료를 해주니까 희망 가지시면 아이들이 꼭 다시 건강 되찾고 부모님들을 기쁘게 해드릴 것이다”라고 위로했다.
이어 문 후보는 “보험에서 제외되는 치료비가 없도록 모든 치료비가 필요하다면 보험처리가 돼야 하는 것이다”라며 “본인 부담분을 최소화해서 아무리 입원이 장기화되더라도 연간 본인 부담한도를 100만원, 100만원 이상은 국가가 부담하는 것으로, 그래서 가족 한명이 아픈 것 때문에 온 집안이 함께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는 일이 없도록 지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참여정부 때 지역의 암센터를 열 곳을 만들었는데, 많이 부족하기도 하고, 수준도 떨어져 자꾸 서울로 오게 되는데, 지방 암센터도 더 많이 늘리고, 수준도 더 높여야 할 것이다.”라고 제안했다.
간담회가 끝나자 한 어린이가 소아암 완치를 기원하는 상징인 ‘골드리본’을 문 후보의 양복에 직접 달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