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_고영민(1968 ~ )
1
병실에 누운 채 곡기穀氣*를 끊으신 아버지가
그날 아침엔 밥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너무 반가워 나는 뛰어가
미음을 가져갔다
아버지는 아주 작은 소리로
그냥 밥을 가져오라고 하셨다
아주 천천히 오래오래
아버지는 밥을 드셨다
그리고 다음날 돌아가셨다
2
우리는 원래와 달리 난폭해진다
때로는 치사해진다
하찮고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가진 게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한겨울, 서울역 지하도를 지나다가
한 노숙자가 자고 있던 동료를 흔들어 깨워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먹어둬!
이게 마지막일지 모르잖아
[2012년 발표 시집 「사슴공원에서」에 수록]
*穀氣: 곡식으로 만든 적은 분량의 음식.
안토닌 드보르작(1841 - 1904)이 1893년(52세) 당시 신세계 美國에서 작곡한
교향곡 제9번 「From the New World_신세계로부터」 中 2악장(Largo)이며,
제라드 슈바르츠(1947 ~ ) 지휘, All-Star Orchestra 연주입니다.
https://youtu.be/yZlenE1Nb8c?si=JVkpUdIuu5As35Bj
첫댓글 그러내요
옛날부터 어른들은
뱃심으로 산다고
했네요
불금 평안하세요
^-^*
예, 맞는 말씀입니다.
돌이켜보면서 어른들 지혜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
ㅎㅎ
멋진 시
드보르작의 '신세계로부터'
2악장 들으면서
잘 감상했습니다 🌸
드보르작이 미국에 있으면서도
고국 체코의 하늘과 들판을
몹시도 그리워했던 마음을 느낍니다.
평안한 하루 보내세요. ^^
ㅎㅎ
안녕하세요. 루히님
처음 뵙겠습니다요.
반갑습니다.
끼니를 채워야 힘이 난다고
하시던 부모님 생각이 납니다요.
떠나실때
저승에 가시는동안 든든하게
배를 채우시느라 ...
잘 읽고 다녀갑니다.
맛저하시고
든든하게 행복한 오후 이어가세요.
감사합니다.
어쩌다 서울역 지하도를 지날 적엔
불편한 마음에 움츠리듯 통과했는데
시인의 따뜻한 마음과 열린 생각에 부끄러워집니다.
평안한 오후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