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78) - 보스턴 여정의 마무리
내일 낮(미국시간 11월 20일 12시), 뜻깊은 보스턴 체류를 무사히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다. 8월에 부임하여 연말까지 홀로 지내는 아들네 집이 체류 중 거처, 휴식과 탐방을 병행하며 분주하게 지나노라니 두 달이 훌쩍 지난다. 장성하여 일가를 이룬 아들과 상당기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음도 큰 축복, 이래저래 감사한 날들이다. 이제는 떠날 시간, 마무리를 잘 하자.
11월 17일(목), 아내와 처제가 보스턴 체류 중 친절을 베푼 재미교포 아담스 부인과 고별모임을 가졌다. 전문직으로 열심히 일한 아담스 부부는 은퇴 후를 편안하고 여유롭게 즐기는 모범케이스, 친절과 배려가 몸에 밴 잉꼬부부다. 지난주는 부부 함께 나이아가라 관광, 이번 주에 남편은 친구랑 일주일간 낚시여행을 떠나고 12월에는 부부 함께 스키를 즐길 계획이란다. 단풍나들이 때 우리가 준비한 주먹밥에 매료한 아담스 부인은 스키모임 때 주먹밥을 주 메뉴로 정하였다네. 이를 전해들은 아내와 처제가 주먹밥에는 한국에서 가져온 김자반이 제격이라며 이를 전해줄 겸 환담의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아담스 씨의 출타로 여성들끼리 정담을 나누는 것이 좋을 듯 여겨 나는 빠지고 내가 쓴 책(인생은 아름다워 12집)을 전해주는 것으로 가름. 예쁜 봉함에 담은 아담스 부인의 고별메시지가 은혜롭다. ‘김00 가족님, 보스턴에서 추억이 되는 시간을 가졌으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믿음의 가정, 희망을 안고 기쁘게 삽시다. 00 아담스’ 사랑하는 이여, 내내 강건하고 평안하소서!
아담스 부부와 단풍 명승 탐사를 함께 한 가족
11월 18일(금), 보스턴의 표상인 하버드대학을 거쳐 이웃도시 퀸시(Quincy)를 찾았다. 집에서 하버드대학은 버스, 하버드대학에서 퀸시는 전철로 이동한다. 하버드 대학의 낙엽 쌓인 교정을 돌아본 후 정문을 나서는 아내의 한 마디, 다시 올 때까지 안녕! 그런 날이 오려나, 26년 전 첫 방문 때도 다시 올 것을 예상하지 못하였는데 나중 일을 어찌 알랴. 전철에 올라 시내를 관통하는 레드노선의 종점을 향하던 중, 지하로 연결되는 시가지를 벗어나 서너 정거장 지나니 경관이 수려한 지역을 지난다. 역 이름을 살피니 퀸(Quincy)라 적힌 지명이 세 군데, 퀸시(Quincy) 센터가 중심지역으로 여겨져 그곳에서 내렸다. 밖으로 나오니 시가지가 반듯하고 격조 있는 건물이 즐비하다. 잔디가 잘 가꾸어진 곳의 정면을 바라보니 퀸시 시청, 건물 안에 들어서니 안내판에 팸플릿이 비치되어 있다. 이를 살피니 ‘환영 퀸시’라 적힌 홍보물의 간결한 내용, ‘퀸시는 제2대 미국대통령 존 아담스와 그의 아들이자 제6대 대통령인 존 퀸시 아담스의 출생지며 아담스 국립공원과 United First Parish Church가 있다,’ 아, 예사로운 곳이 아니구나. 주변을 살피니 공공도서관 건물이 고풍스럽고 United First Parish Church 건물이 장중하다. 도서관의 휴게실에서 잠시 휴식, 교회와 마켓 등을 둘러보고 귀로에 올랐다. 여러 곳을 여행하며 새긴 교훈, 어느 나라나 지역도 만만한 곳은 없다.(아내의 지론인 ‘세상에 만만한 사람은 없다’에서 원용.) 미처 모르는 작은 도시도 나름의 역사와 문화의 전통이 서려 있기 마련, 퀸시의 팸플릿에도 이런 표현이 있다. ‘퀸시의 자연, 역사, 문화를 경험하고 살피시라.’ 전에 알지 못한 지역을 찾은 발걸음이 뜻깊어라.
퀸시 센터의 시청 앞에서
11월 19일(토), 보스턴을 탐방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아들의 안내로 찾은 곳은 보스턴 남단의 조용한 항구 SCITUATE에 있는 OLD SCITUATE 등대, 1812년 영국해군이 이곳을 침공하였을 때 등대지기의 어린 두 딸(ABIGAIL AND REBECCA)이 파이프 와 드럼 등을 두드리며 용감하게 대처하여 이를 저지한 전과를 기려 세운 것이다. 세계 27대 아름다운 등대가운데 하나라는데 추운 날씨여서 그런지 찾는 이가 많지 않은 등대의 종탑이 보이지 않아서 의아하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살피니 수리 중인지 등대 밑바탕에 종탑이 놓여 있다. 안보와 국방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지켜야 할 시민의 덕목, 어린 소녀들의 용기와 투지가 오늘을 사는 모두의 귀감인 것을 새긴다.
종탑을 내려 놓은 OLD SCITUATE 등대를 배경으로
유서 깊은 등대 주변을 두루 살피고 돌아오는 길에 들른 곳은 보스턴 외곽의 브레인트리에 있는 대형 몰, 브레인트리는 전날 퀸시 센터를 찾을 때 이용한 레드라인의 종점이다. 몰에 들어서니 점심시간, 엄청나게 규모가 큰 몰의 2층 중앙에 있는 푸드 코너에서 주문한 점심식탁이 푸짐하다. 식사 후 보스턴 중심가에서 몇 차례 들른 상호의 대형백화점을 둘러보니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는 탓인지 중심가매장보다 저렴한 가격표들이 시선을 끈다. 외곽에 있는 대형마트의 넓은 주차장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대형유통시장의 확장세는 소형매장의 쇠퇴를 가속화하는 추세, 약한 자들의 설 땅이 곳곳에서 좁아지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크고 넓은 대형 몰의 푸드 코너
귀로에 아들의 근무처에 잠시 들렀다. 부모의 기원, 낯선 땅에 머무는 동안 건강하고 평안한 가운데 부여된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지혜와 총명이 함께하기를. 이역에서 열심히 복무하는 모든 이들에게 같은 축복이 있기를 바라며.
보스턴에 머무는 동안 이를 둘러싼 매사추세츠 주와 인근 주인 메인, 뉴햄프셔, 로드아일랜드 등지를 두루 살폈다. 뉴욕 등 원거리 탐사는 여건상 다음 기회로 미루고. 대장정에 함께 한 가족 모두 건강하고 활기 있는 날들 누린 것을 보람으로 여기며 귀국여정까지 무탈하기를 비는 마음이다. 그동안 성원과 격려를 보내준 여러분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