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들링: 지금까지 효성이 설계한 크루저 중에서 가장 캐스터각이 서있습니다. 그리고 삼발이 사진을 봤을 때, 트레일은 짧은 편입니다.
현대적인 스포츠바이크는 트레일이 100mm 내외로 길게 마련인데, 이는 코너 진입시 전륜의 슬립앵글을 강하게 형성해주고 탈출 가속시에는 자연스럽게 차체가 일어서는 복원력을 주기 위함이지만 이지라이딩과는 거리가 멀죠. 크고 완만하게 굽어진 국도를 별 생각 없이 돌아나갈 때에도 명확한 체중입력을 강요하기 때문입니다. 피곤해진 라이더는 그냥 한쪽 핸들을 지그시 누른 채로 돌아나가게 됩니다.
반면에 크루저는 애초부터 중심이 낮고 라이더의 체중도 낮게 위치하므로 트레일이 짧아져도 핸들링이 뉴트럴을 유지하는 영역이 매우 넓습니다. 대신에 앞타이어 그립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소위 랩타임을 위한 코너링은 어렵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도로에서 만끽하고 싶은 건 누가 재주지도 않는 랩타임 따위가 아니라 즐거운 감각일 것입니다. 엉덩이 한쪽에 체중을 실으면 부담감 없이 스윽- 기울어지고, 다시 체중을 빼면서 구동력을 넣으면 수-욱 하고 일어서고 하는 리드미컬한 감각을 즐기는 것이 공도 스포츠의 테마라고 본다면, 거기에 크루저 프레임이 주는 감각에는 독특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현존하는 바이크의 프레임형태 중에서 크루저보다 더 낮은 건 없어요.
80년대에 단지 그럴싸한 쵸퍼 스타일을 위해 33도에 육박했던 크루저의 캐스터각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왔습니다. 가벼운 전륜하중과 빅캐스터 조합의 숙명적인 저속 핸들링 불안정을 해소하기 위해 하중배분 5:5, 캐스터 27~28도에 풀백핸들이 주류가 되더니 이젠 네이킷과 비교해도 차이 없는 캐스터각으로 설계된 크루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크루저의 저중심과 곧추선 캐스터의 조합은 마치 동급 네이킷 바이크의 중량을 20kg 이상 덜어낸 후, 라이더가 20cm쯤 더 낮은 곳에서 조종하는 듯한, 물리적으로는 불가능한 감각을 실현합니다. 이것은 제원표의 건조중량 2~3킬로 경량화 따위로 만들어지는 감각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이 장르 오너들은 핸들링이나 그런 건 잘 몰라도 일단은 지금까지 못 보던 스타일이라 멋있어서 산 사람이 대다수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진정한 가벼움은 이미 몸으로 느끼고 있을 겁니다.
미라쥬125/300S는 이것을 잘 구현했을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 롱스트로크 엔진
125의 세부제원을 보니 의외로 장행정 엔진입니다. 아마 300도 장행정이지 싶습니다. 당장 1마력이 아쉬운 저배기량 엔진에서 출력만을 생각한다면 단행정 엔진이 유리하지만, 저는 장행정으로 설계한 것이 좋은 판단이라고 봅니다. 장행정이 주는 장점에는 중저속에서도 쉽사리 풀이 죽지 않고 끈끈하게 유지되는 토크와 함께 "회전질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웰터급에서 헤비급의 펀치력을 기대하면 안 되겠으나, 기존 미라쥬250의 엔진과는 확연히 달라진 본격 미니크루저다운 회전감을 예상합니다. 이것은 시내주행에서 확연히 느껴질 겁니다.
사족이지만 배기량이 어떤 매체에서는 275cc, 어떤 곳은 295cc(소위 꽉찬 300)로 표시되어 있는데, 기왕 250을 넘긴 거라면 295였으면 좋겠지요. ㅎㅎ
첫댓글 알고보니 대략 4년전부터 이 프로젝트를 효성에서 개발해왔나봅니다
컴팩트한 디멘션설정은 효성에서 굉장히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군요 ... 컴팩트하게 한다고해서 무작정 축거를 짧게 하거나 하면 차가 언발란스 나는데, 먼지님 본문언급대로 스포츠성 바이크와 크루져성 바이크의 절묘한 조화와, 그리고 장행정 엔진의 특성 등등 ...
그런거 다 고민하고 4년간 혼신의 노력을 다한게 이런 결과물을 갖고오지 않았나 싶군요
아마도, 최신설비의 칭치설비라인에서 나오는만큼, 품질적으로도(예를들어 트랜스미션가공) 매우 좋아져 초기트러블없이 완성도 100에 가까운 출시가 될거같습니다, 국내낙후된설비로는 절대로 품질 안나오고
무엇보다 반가운건 ... 효성이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는겁니다
하수구같은 국내실정에도 이렇게 세계 최강급의 바이크를 내놓을수 있는건, 이륜에 대한 열정없이는 결코 나올수가 없는거거든요, 대림이 하겠습니까? 현대가 하겠습니까? 기아가 하겠습니까?
국내는 오알못(오토바이는 x도 알지 못하는)들이 무조건 국산 폄하만 하려들고, 교통규제는 도저히 오토바이 시장을 크게할수 없는 구조고 등등 개발환경이 세계최악인 상태에서
도대체 고성능 650트윈, 250트윈 ..... 그리고 마침내 grand voyager 또는 strider 125/300
일단 보여지는 만큼이나 압도적인 세계 최강의 디자인,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기가막힌설정, 엔진 ... 대박입니다
구미라쥬250의 엔진상부 디멘전은 엑시브125 엔진을 ×2 한 것이었죠. 흔히 간과하는데 엑시브 최대출력이 12000rpm에서 나오는 고회전 세팅이었음을 상기해보면 나름 흡배기쪽에서 디튠을 했어도 단행정의 특성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미라쥬300s는 장행정만이 가능한 특유의 부드러움을 잘 살렸기를 바랍니다. 혼다 NC750시리즈가 대표적인 장행정 엔진인데 요샌 오래 타도 피곤하지 않은 엔진이 좋아지네요.ㅎㅎ
중국은 생산능력은 큰 반면에 기획 설계 디자인 능력은 아직인 것 같더군요. 베넬리처럼 본사를 통째로 사버리면 꽤 괜찮은 모델들을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커페에 간혹 올라오는 불량 사례들을 보면 예전 효성때 이런저런 전기트러블은 양반일 정도로 좀 심각한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판매된 수십대중에 한대라곤 하지만 내꺼가 당첨되면 한대중에 한대(불량률100%)니까요. 효성은 부디 품질관리 잘 해서 도약하기를 바랍니다.
고수님들의 세세한 분석과 친절한 설명들은 쉽게 얻을 수 없는 보석들이지요, 우리 동호회의 금상첨화같은 값진 내용들입니다. 감사합니다.
더위 조심하시고 무더운 여름 잘 지내십시오.
과찬이십니다. 카페중에도 두바퀴마을은 왠지 고향같은 느낌이라 부담없이 간간히 잡글을 올리게 됩니다. 중복도 지났으니 이 더위도 조만간 한풀 꺾이겠죠.
미라쥬 300은 보험이 대형으로 들어 갑니까? 그리고 요즘 느끼는 거는 브레이크 구린 이륜차는 사면 안된다는 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