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의 도시 공지천을 아시나요
송곡 노중하
시월 넷째 주 일요일 완연한 가을 날씨, 사람이 활동하기 좋은 기온 집에 머물기는 아까운 시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공지천 사거리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였다.
에티오피아 전쟁 기념관 뒤편 넓은 운동장에는 춘천시장배 동호인 축구대회에 조기축구 회원들이 저마다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하고 응원 소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공지천 다리 밑에는 호수에 한가로운 오리배가 둥둥 떠 있고 스산한 나무들도 떠날 채비를 하느라 조용하게 침묵을 지키고 있는듯하다. 의암공원 호수 갓길에는 문화의 도시 낭만의 거리를 조성하여 춘천을 찾아오는 관광객을 즐겁게 하고 공부하는 문학의 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뽐내길 4코스 의암호 나들길 11.38㎞ 팻말 옆에 황금비늘을 상징하는 조각작품이 우뚝 솟아 의암호에는 낚시하기 좋은 낚시꾼의 상징물인듯하다 소설가 이외수의 베스트 셀러 작품“황금비늘”을 주제로 한 황금비늘 테마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민족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기념탑과 황금비늘 조각품과 쌍벽을 이루고 있으며 스테인리스 철판에 이외수의 詩, 황금비늘, 안개 중독자, 외뿔, 백오 금 학도, 감성 사원 등의 작품을 전시해 두고 지나는 사람들이 보고 읽고 느낀 점을 독자의 상상력과 추리력을 시험하는 문인들의 거리였다. 춘천시민들은 낭만의 거리 문화의 거리를 거닐며 문학 지망생들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뜻으로 시인의 거리 테마의 거리를 조성하여 둔 것 같다.
이디오피아길 옆에 자전거 대여소에는 가족끼리 나온 사람, 자전거를 대여하는 것을 보고 나도 2인승 자전거를 타고 한번 달려 보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난다. 지난봄에 직원들과 우미닭갈비 식당에서 식사하고 벚꽃길을 걸어가던 수변 길 상부에 단풍나무 길을 택하여 걷기로 하였으나 단풍나무는 여름인 줄 알고 초록의 잎이 무성하여 감탄이 나오지 않았다 허문영 시인의 글 “가을 강”을 강물이 눈을 감고 일렁이며 울고 있다. 가을 강은 우주의 평원에 흐르는 은하수, 가을 강은 노래로 남는 하얀재, 공지천에는 고기가 많다 공지어을 아시나요
공지어 산다고 하여 공지천이라 부른다는 전설의 유래, 퇴계 이황이 퇴계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강아지가 집으로 들어오더니 마루 밑에 쭈그리고 앉아 퇴계의 가르침을 경청하였다. 며칠이 지나도 강아지는 가지 않았다 이렇게 삼 년 어느 날 강아지가 사라지더니 나타나지 않았다. 며칠 후에 어린아이가 퇴계를 찾아와서 말했다. 자신은 본래 용왕의 아들인데 공부를 게을리하여 강아지로 모습이 바뀌는 벌을 받았다고 한다. 퇴계는 용왕의 초청으로 용궁에서 며칠을 잘 지냈는데 용궁에서 나오는 날 용왕이 짚 한오라기를 주며 조금씩 잘라서 반찬으로 드시라고 했다. 집으로 돌아와 지푸라기를 조금 잘라 지져보니 물고기였다. 나중에 지푸라기 끝이 조금만 남게 되어 개울에 넣었더니 많은 물고기로 변하였다. 그 후로는 개울에 손을 넣기만 하면 고기가 한 마리씩 잡히었고 그 맛 또한 일품이었다. 그 고기가 공지어이고 그로부터 그 개울을 공지천이라고 하였다. 퇴계가 머슴에게 여물을 썰게 한 다음 삼태기에 담아 공지천에 넣었더니 썬 짚 조각들이 모두 공지어가 되었다고 한다. 공지천 구름다리 위에는 공지어를 형상화한 물고기 조형물이 있으며 공지천에 노니는 물고기들은 글을 배운 공지어의 후예일지도 모른다..
저 멀리 바라다보이는 삼악산, 레고랜드가 있는 중도 섬을 배경으로 인증 샀을 하다 보니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 물고기를 잡고 있다 낚싯줄을 늘어놓고 다정하게 이야기를 하는 틈에 고기를 많이 잡았느냐고 여쭈어보니 불청객이 오면 고기가 놀라 잡히지 않는다면 자리를 뜨라고 하였다, 박주가리 꽃이 계절을 잊어버리고 꽃을 피워 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꿀벌은 보이지 아니하고 쏘이면 치명적인 죽음에 이르게 하는 땅벌들이 겨울 양식을 준비하는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옛날 사람들도 월동준비로 연탄 300장, 김장배추 100포기, 쌀 한 가마 준비하던 생각이 난다, 사람이나 곤충이나 짐승들도 동면 준비를 해야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
지난해 강원건축 문화제 최우수상을 받은 빌딩 안에 “카페 리버레인”에는 규모도 크고 손님들이 많이 드나들고 정원도 깨끗하게 꾸며져 사진 촬영하기 좋아 사진 찍는 젊은이 곁을 지나니 벤치에 73세이신 한 노인이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어 인사를 하고 어디서 오셨습니까? 여쭈어보니 경기도 마석에서 자전거 타고 젊었을 때는 좋았으나 이제는 전철을 타고 남춘천역에서 자전거 타고 다니며 시간도 보내고 운동도 한다고 한다. 담배 한 대 얻어 피우면서 한참 동안 잡담을 하고 작별하였다.
춘천대첩기념평화공원에는 6.25 전쟁 당시 춘천지역에서 적의 침투를 방어하다가 희생하신 국군 장병들 넋을 기리기 위해 기념탑을 건립하고 또한 학도병들이 책을 버리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연필을 버리고 총을 메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헌신하신 어린 학생들의 희생 또한 산악지대의 포탄과 총알을 지게에 지고 나르다가 희생하신 군번 없는 포국대(지게부대) 아저씨들의 희생을 보니 가슴이 아파집니다. 세게 만방에 용맹성을 떨친 월남 참전 용사들의 희생정신을 후손들은 잊어서는 아니 됩니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고개 숙여 예를 갖추어 묵념하고 명복을 빌도록 노력합시다.
소양강처녀상이 내려다보이는 소양 2교에는 超我의奉仕 (초아의 봉사)라는 비석이 소양강의 스카이워크와 소양강처녀상에 관광하러 오는 사람들의 건강과 행복이 유지될 수 있도록 봉사를 하고 이웃을 돌보며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정신을 함양하는 곳이라고 생각이 든다.
춘천시 서면 박사마을 아낙네들이 농산물을 머리에 이고 새벽에 시장을 열어 번개시장이라 한다 억척스러운 교육열에 박사가 100명 이상 배출되어 박사마을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번개시장 뒤쪽으로 춘천의 진산인 봉의산(301m)이 병풍처럼 드리우고 소양강을 아름다운 경치로 춘천의 관광명소이다. 봉의산 밑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下賜木인 느티나무가 웅장한 기세로 마을을 통치하고 있다.
春妓桂心殉節之墳(춘기계심순절지분)이라는 외로운 비속하나가 나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 이름도 유명한 기생의 비석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주모 막걸리 한 사발 주십시오. 웬 거지 같은 놈이 무슨 막걸리냐며 문전 박대를 받고 보니 굽이굽이 험악한 인생을 살았구나!
남원에 가면 춘향이란 기생이 있고 춘천에는 계심이라는 기생이 있다. 전계심은 쌍놈의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이 천한 집 안이라 어쩔 수 없이 양반들의 하인으로밖에 살 수 없는 운명. 그러나 계심은 훤칠한 키에 예쁘장한 얼굴 총각들이 좋아하는 용모였다. 특출한 권력을 가진 지금의 도지사급인 춘천 부사 김처인의 낚싯줄에 걸려들어 소실(첩)되었다. 사랑하다 보니 계심이 임신 중에 서방님이 한양의 높은 직급으로 승진되어 가면서 머지않아 한양으로 와서 같이 살자고 하여 그 말을 믿고 열심히 정조를 지키며 편지 오기만 기다렸다.
봉의산 아랫마을 소양동 마을버스 소통공작소 정류장의자에 푸른색 도포에 갓을 쓴 김처인 부사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형상 마스코트 다음 정류장에는 전계심이 파란 치마에 빨간 저고리 입고 머리핀을 꼽고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찾는 사람이 오려나 기다리는 형상의 조각상 인형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기다리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