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29
나은 것 같다. 그동안 마음에 둥지를 틀었던 불안감이 지금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미지도 떠오른다. 자신이 공을 던지고, 치고, 달리는 모습이.
상대 벤치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라부가 한가운데로 들어오는 절호의 공을 두 번 연속 헛스윙한 것이다. 게다가 크게 휘두르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신이치가 큰소리로 놀렸다. “어이, 피처. 이 타자는 견제구도 휘두른다고. 하이볼도 오케이, 오케이.”
상대 벤치가 한층 들끓었다. 자지러지게 웃고 있다. “저 사람, 가디건즈의 반도 선수 아냐?”
그런 목소리도 들렸다. 그래, 맞아. 내가 골든글러브상 연속 수상한 반도 이치로야. 핫 코너라고 하는 3루를 9년간 계속 지켜온 명수라고. 신이치로는 마음속으로 거침없이 지껄여댔다. “어느 편을 드는 거야!” 타석에서 이라부가 노발대발했다.
투수가 사람을 바보 취급하듯 포물선 모양의 느린 공을 던졌다. 머리 높이의 하이볼이었다.
이라부가 뛰어오르며 방망이를 휘둘렀다.
다음 순간, 창공에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흰 공은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담장 펜스 너머 강 쪽으로 사라졌다.
모두가 입을 떡 벌리고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