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위의 땅
( 안반데기 )
올해의 더위는 유난히도 혹독하다. 체온에 가까운 열기가 도시를 달군다.
연일 불폭탄이 우리의 삶을 찜통속에 넣고 찌고있다. 사람들은
에어콘이란 인공의 냉방기로 연일 불타는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인공의 냉방은 우리몸의 신진대사를 억지로 바꾸고 그로인해 많은 사람들이
냉방병에 걸려 고통을 받고있다. 시골에서 밭일하던 노인들이 일사병이나
열사병으로 귀한 목숨을 잃고있다. 나는 이 찜통의 고문속에서 벗어나야 했다.
2015년 광복절날 나는 인공이 가미되지않는 자연이 주는 무공해 에어콘을
찾으려 강원도로 떠나기로 계획했다.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 대기4리 고랭지
채소밭이다. 이곳은 안반덕이라하고 강원도 사투리로 안반데기라고 한다.
해발 1100m의 고산지대, 떡메로 떡살을 치는 안반처럼 우묵하면서도
널찍한지형이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안반데기로 알려져 있다. 강릉에서
왕산골 절경을 지나 닭목령에서 한숨 돌리고 안반덕길로 접어들거나, 평창에서 배나드리, 바람부리를 지나 도암땜의 물줄기따라 오르면, 숨이 턱에차는
가파른 4,5km의 피덕령(1100m)을 올라 나타나는 마을, 안반데기! 삽과 괭이로
나무며 돌맹이를 캐내고 추스려, 배추 한포기, 감자한톨을 자연 그대로
정성스레 가꾸며 살아가는 마을, 고난의 세월끝에 이제는 전국최고의
고랭지 채소 단지로 변모를 거듭한 안반데기! 해발 1100m 이상의
천상 초록 대지가 구름위에 떠있는 마을, 구름이 노나는 마을이라 해서
운유촌이라 부르기로 하는 환상의 안반데기!
북쪽의 고루포기산 (1238m)와 남쪽의 옥녀봉(1146m)의 산자락에 광활하게
펄쳐진 하늘아래 첫동네, 천상의 마을이다. 안반데기는 겨울이 빨리 찾아오기에 6월에 재배되는 작물을 심는다고하고 배추밭과 감자밭이 펼쳐진
초록의 대지!
이곳의 감자는 하지에수확한다고 하지감자라 한다. 안반데기는 무려 고산지대에 채소밭이 60만평이다. 마치 독수리가 날개를 펼친듯한 모양이다.
안반데기는 피덕령 정상, 즉안반데기 입구에 조그만 카페가 있어
10% ~ 17%의 살인적인 업힐을 자전거로 올라온 사람들에게 꿀맛같은
커피를 마실수 있는곳이며, 에어콘없는, 자연냉풍이 옥녀봉, 고루포기산쪽에서 불어오면 에어콘과는 비교가 되지않는써늘함을 느끼게 해주고, 옆방에는 사료관이 있어 안반데기에 대한 해설을 들려주고 있다고 한다.
우리 바이콜릭스 대원 3명은 2015년8월15일 광복절날 새벽4시, 밴을 이용해 새벽에 안반데기로 향한다. 어제는 임시공휴일이라 차들이 모두 시외로 빠져 나가, 오늘은 고속도로의 자동차 체증이 없다. 횡성휴계소에서 소고기 국밥
으로 배채우고 강원도 횡계로 향한다. 강원도에 들어서니, 공기부터가 다르다. 서늘한 기온 아마 섭씨20도 정도밖에 되지 않을것 같다. 횡계에서 우리는 밴에서 자전거를 내린다, 태극기를 자전거에 단다. 구름속에 가려진 대관령(832m) 우리는 구름속을 뚫고 7km의 대관령을 올랐다. 풍력발전기가 서있는 곳을 지나,
대관령 정상비 앞에 선다. 오늘 안반데기 대장정의 꿈을 꾸며 무사 라이딩을
빌어본다. 이제부터 4개의 백두대간 능선을 넘을 것이다. 코스를 입속으로 되뇐다. 오전 9시, 구름위의 세계를 향해 우리 자전거의 두 바퀴는 쉴새없이 굴러갈것이다. 피덕령(1100m), 닭목령(700m) ,비오치재(850m),
삽당령(680m)등 백두대간을 넘는다는 자부심과 그험한 고개를 아무탈없이
넘을까 하는 우려심이 교차 하였다. 대관령에서 7km의 다운힐을 하고 횡계로 돌아와, 피덕령을 향한다. 용평리조트와 버치힐 골프장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송천을 따라 마치 원시림과 같은 청신한 숲속으로 들어간다. 송천은 잠시
우리의 길을 안내해 줄것이다. 송천은 백두대간에서 베어낸 소나무가,
배나드리에서 똇목이 되어 바람부리에서 피덕령으로부터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타고 송천을 따라, 동강과 남한강을 거쳐, 한양(서울)에 이르는 뗏목 물길의 시작점이다. 그동안 비가 오지 않아 송천의 흐르는 물의양은
시냇물 수준으로 졸졸 흐르는데, 숲속에서는 매미떼가 죽어라 여름을 노래하는 숲길, 버치힐 골프장의 골퍼들의 샷에 골프채가 반짝인다.
도암호의 아랫동네라서 수하리로 부르는 수하리를 지나는데 길의 경사는
점점 각을 높여 해발고도 800m를 넘긴다. 송천과 헤어져 수하로를 따라
예전에 들렸던 닭볶음탕 집을 지나, 피골에 접어드니, 수하로는 도암댐
가는길과 피덕령(안반데기) 가는길로 나누어지는데 도암댐쪽은 내리막이고,
피덕령쪽은 10%의 오르막이다. 피덕령은 처음부터 우리의 힘을 빼놓을
작정으로 우리앞에 의기양양하게 고추서있었다. 대기리와 수하리를 갈라놓는
피덕령은 안반데기의 입구이자 또한 서쪽 평창에서 안반데기로 집입하는 관문이다. 주변에 우거진 적송과 굴참나무등의 활엽수가 혼재해 특유의
테르펜향을 내뿜는데, 급경사를 오르는 업힐에서 나의 심장은 힘차게 고동치고, 폐는 이 맑은 산소와 피톤치드를 흡입하며, 도시의 분진에 고통받던 신체에
새 활력을 불어 넣어 줄것이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10%의 업힐과 헤어핀의
고통스런 시련이 가해지는데, 산새와 매미는 무엇이 좋아 그렇게 사력을 다해
노래하는지, 나의 심장의 고동소리가 커지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나는 지구의 중력과 피눈물나는 사투를 하고 있었다. 앞서가는 대원를
사진찍어주랴 또 뒤따라 가랴, 바쁘고, 힘들다. 그러나 정상 안반데기에서의
등반의 보람은 이것보다 수십배 더 나에게 큰기쁨을 줄것이다. 한구비 돌아
각이 낮아지는가 하더니 다시 헤어핀에서 각을 높인다. 4.3km의 죽음 같은
고통이 계속 엄습한다.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허벅지와 장딴지 근육의
기시부인 허리의 고통은, 업힐라이딩의 고통이 극에 달한다는 징조이다.
나는 비오듯이 쏟아지는 땀을 닦기위해 잠시 페달을 멈추고
그자리에서 두발을 땅에 내려 놓는다. 30초 긴호흡과 허리 굽히기를 하고,
다시 페달을 밟는다. 얼마를 갔을까 예리한 각도의 헤어핀 업힐이 나타났다.
미루어 짐작컨데 마지막 업힐인것 같다. 아마 17%이상 될것 같다.
지그재그로 각을 줄이며 사력을 다해 올라간다. 500m를 더 오르니 각은
낮아지고 사람들의 소리와 모습들이 보인다. 마치 피니쉬 테잎을
끊는 선수의 기분으로 안반데기 입구를 통과 했다. 이제 평창에서 강릉으로
넘어왔다. 여기가 군계였다. 사람들이 박수로 맞이한다. 내가 꼭 무슨
우승자 같았다. 갑자기 전개되는 안반데기 고괭지 채소밭이 내눈에 줌업되어
들어온다. 안반데기 구름위의 땅이란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마침, 하늘에는 구름 한점 없고 실같은 길을 따라 멀리 서있는 풍차!
그곳이 옥녀봉이다. 가까이 있는것 같으나 무려 1146m! 그러나 내가 서있는
지점이 1100m이니 그럴수 밖에 46m 높이의 동산에 불과 했다. 마침 입구에
있는 카페에 들렸다. 모자쓴 카페주인에게 냉커피 몇잔을 주문했다.
방안이 너무나 시원해서 에어콘 틀었어요 라고 물으니, 여기는 그런것 없어요. 생바람이 에어컨이라 한다. 그도 그럴것이 서늘한 바람이 창문을 통해 불어온다. 여기가 백두대간이란 사실을 실감했다. 주민의 말에 의하면 이곳은
갑자기 구름이 나타나서 이곳을 감싸고 노는것 같다고 해서 운유마을이라
부른다고 한다고, 구름자락이 스멀스멀 이곳을 덮으면 한치앞도 안보이고
또 구름사이로 햇살이 비치면 산위 풍차는 붉게 물드는데 또,삽시간에 걷히면,
이곳은 산자락과 더불어 어울려 한폭의 산수화를 연상케 한다고 한다.
파란하늘, 흰구름,초록의 배추밭이 펼치는 색의 향연은 환상의 선경이라고 한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고산 꼭대기 배추밭을 일구기까지 이곳 마을사람의
피눈물나는 애환이 있었다고 한다. 그 결과 지금은 국내 최고의 감자와
배추를 생산하는 곳이 되었다. 차한잔을 마시고, 멍에 전망대로 향했다.
경사가 만만치 않았지만 심기일전의 각오로 올랐다.
정자각이있는 멍에 전망대는돌로 쌓아놓아 성루 같았다. 남쪽으로 옥녀봉, 북쪽으로 철탑이 두개 보이는 고루포기산(1238m)이 이곳을 감싸안고 있었다. 고로쇠가 많이 나서 고루포기산이라 부르는 산을 가려 했으나 자전거로는 가기가
힘들다고 하여 포기하고카페옆의 안반데기 사료관으로 들어갔다. 가난하고 삶이 고된 사람들이모여 화전을 일구고 생활하던 모습, 국유지 개간 허가를 받아 감자와약초등을 개간하고, 1995년들어 경작자들이 농지를 국가로 부터 넘겨받아
현대의 채소밭을 일군 28세대의 애환을 소개하고 있었다. 오메기떡으로 점심을 때우고 다운힐! 신나게 내려오는 길은 숲속길이다. 숲을 벗어나자 또 다시
채소밭이 양쪽이 펼처져 있었다. 안반데기길을 벗어나 왕산로로 좌회전,북쪽으로조금 오르니 닭목령이 있었다. 해발700m의 닭목령은 북쪽의 대관령(832m)과
남쪽의 삽당령(680m)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이곳의 산세가 천상의
금계가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고, 이령은 그목에 해당한다고 닭목령이라
불렀다 한다. 이곳에는 음식점이 없어, 삶은계란으로 요기하고 다시 남으로,
대기보건진료소에서 좌회전 410번 도로로 나선다. 이제는 대기천을 따라 간다.
갑자기 미끄럼 방지 표시가 길에 나타났다. 급경사란의미이다.10%의 업힐,
비오치재(850m)이다. 뜻밖의 거대한 고개에 당황하였다.
4km의 오르는 고개는 우리의 남아있는 체력까지 고갈시켰다. 우리는 정상에서 널부러져 버렸다. 초콜렛카보로딩으로 다시 정신을
차린 우리는 다시 다운힐 라이딩! 고단 보건진료소를 지나 고단3거리에서
좌회전 36번 도로를 탄다. 서서히 오름이 시작된다. 2~5%의 업힐,
송현천을 따라 오른다. 7km의 업힐 라이딩끝에 에코브리지가 보인다.
5%의 오르막, 브리지를 통과하니 삽당령 이정표가 보인다. 해발 680m의
삽당령,석병산과 대화실산 사이에 위치하고 그곳에 당집이 있다고 해서 삽당령이라 부른다고 한다. 삽당령에 오르므로 오늘의 5개령을 모두 오르게
되었다. 삽당령 정상의 허름한 까페에서 자연산 고산 고사리를 샀다.
향기가 대단하다. 차한잔으로 피로를 날리고 오늘의 70km. 6시간의 장정을
마감한다. 오후4시가 가까워온다, 묵묵히 나를 태우고 오늘의 라이딩을
완수한 나의 애마(자전거) 라이트 스피드를 안아 밴에 싣는다.
풀섶에서 다람쥐 한마리가 우리쪽을 빤히 보고 있었다.
우리를 축하하듯...
첫댓글 바이크손의 세밀하고 유려한 문장의 라이딩 후기! 기막히네. 함께 라이딩하지 않았어도 눈에 보듯 선하네. 아~! 나는 언제 여길 가보려나! 산행으로 백두대간 종주할 때 지났던 닭목령과 삽당령, 차로는 넘었지만 자전거론 못해봤네. 이제 이 환상의 숙제를 언제 따로 완수하려나~~?? 바이콜 3명의 건각에게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보내네!!
명수가 참가했으면 더 멋있는 라이딩이 됐을 텐데... 전종하당사모 회장이 선물한 고글 이 큰 도움이 되었네 자외선이 쏟아지는 백두대간에서 말일세...마음 깊이 감사 드리네...바이콜 대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원도,한도없는 라이딩이 었다고,,,대원들 수고, 고생 많았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