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치훈 9단, 3월 28일 중국 타이저우 호텔서 춘란배 1회전을 검토중 |
57세의 조치훈 9단은 여전히 현역이다. 여기서의 현역이란 단순히 공식 바둑대회에 참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일본내 메이저 국내대회 본선과 세계대회 본선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바둑의 '초고령화' 현상은 조치훈 9단의 이런 현역 기간을 더욱 늘려줄 것 같다. 2012년 3월 27일 개막식장에서의 일본 대표는 단연 그 나이에 있어 압도적이었다. 노장 요다 노리모토 9단과 조치훈 9단은 여러모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한국의 가장 어린 기사가 박정환(93년생), 그리고 중국의 가장 어린 기사가 미위팅(96년생)이며 한중의 기사들은 대체로 10대후반~20대 후반에 걸쳐 있으니 40대 후반에 들어선 요다 9단과 50대 후반에 들어선 조치훈 9단은 그야말로 자식뻘 혹은 손자뻘의 기사들과 승부를 겨루게 됐다.
27일 중국 쑤저우 타이저우시에서 열린 제9회 춘란배 개막식, 단상에 선 노장들의 소감을 소개한다.
요다 노리모토 9단 (66년생)
"요즘 내가 아주 뭐 생기있는 것은 아니다. 난 여기서 조치훈 선생 바로 다음의 기사다. 두 번째 최고령의 기사다. 막 대진표를 봤다. 난 겁나게 어린 중국 기사와 맞붙는다. 내가 보기에 내 상대와 내 아들과의 나이차가 거의 없는 것 같다. 나의 감개를 말할 도리가 없다. 단 굳이 말하자면 현재 내 마음만은 젊은 사람들의 것과 같다. "
요다 노리모토 9단은 28일 30년 차이나는 이 대회 최연소 출전기사인 미위팅 3단과의 대결서 패했다. 초중반의 형세는 괜찮았지만 중후반에서 미위팅의 집념을 당하기는 힘들었다.
위빈 (67년생)
위빈 9단은 한국의 유창혁 9단, 일본의 요다 노리모토 9단과 같은 세대를 이뤘던 정상급 기사였다. 현재는 마샤오춘의 뒤를 이어 중국 바둑 국가팀 총감독을 맡고 있다.
"내가 알기로 요다와 미위팅(96년생)은 30살 차이다. 그래서 이 대결은 특별히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먼저 요다 노리모토와 조치훈 선생께 많은 나이에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경의를 표하고 싶다. 나는 현재 이미 국내 선발전에 참가할 자격조차 불충분하다. 삼성화재배 노년(시니어)조예선에 참가할 수 있을 뿐이다. 열심히 훈련해서 컨디션을 찾은 후 (본선 진출권을 획득해), 삼성화재배(본선)가 열릴 때 요다와 조치훈을 다시 만나고 싶다."
조치훈 9단(56년생)
조치훈 9단은 중국의 80후, 90후, 00후 세대에 대한 평가를 질문으로 받았다. 조치훈 9단의 답변 내용을 보면 질문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앞서 말한 위빈의 말에 관심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다음은 조치훈 9단의 말. 마치 여력이 있는 한 끝까지 승부하자는 말처럼도 들린다.
""확실히 최근의 중국 프로들은 보통을 뛰어넘는다. 단 나는 여러분께 비단 나이 어린 기사들의 뛰어남 뿐 아니라 이제 나이 든 사람들의 한결같은 뛰어남에 대해서도 반드시 알려드려야 하겠다. (일례로) 위빈은 매우 뛰어나다. 내 자식이나 마찬가지인 그런 마음이다. 여기에 와서 조금 불편했다. 응당 중국기사들은 이 무대에서 위빈을 존중해야 하지만 모든 사람이 위빈을 존중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래서 사실 난 엄청엄청엄청 위빈을 좋아하고 있다."
조치훈 9단은 30일 춘란배 2회전 16강전서 89년생 천야오예 9단과 맞붙는다. 요다와 미위팅이 30년 차이의 대결이었다면 조치훈과 천야오예는 33년 차이의 대결이다. 혹시라도 이후 조치훈 9단이 미위팅이라도 만난다면, 40살 차이 '세계대회 본선 대국 기록'을 세우게 된다.
조치훈 9단은 지난 2월 속기대회인 NEC배와 다이와증권배 결승에 올랐으나, 각각 다카오 신지와 이야마 유타에게 패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조치훈 9단은 본선 및 준결승에서 일본 1인자라 할 수 있는 이야마 유타(NEC배), 장쉬(다이와증권배)를 이겨 노장의 매운 맛을 선사하기도 했다.
○● 3월 30일 춘란배 2회전 대진 오전 10시 30분 시작
이세돌(韓) - 치우쥔(中) 원성진(韓) - 구링이(中) 최철한(韓) - 박문요(中) 김지석(韓) - 구리(中) 박정환(韓) - 미위팅(中) 조치훈(日) - 천야오예(中) 콩지에(中) - 씨에허(中) 천스위엔(台) - 장웨이지에(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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