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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나은 것 같았다. 지금까지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던지고 치고 달리는 자신의 모습을.
상대 팀 벤치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가운데로 들어온 치기 좋은 공을 이라부가 연이어 두 번이나 헛친 것이다. 게다가 배트를 너무 크게 휘두르는 바람에 엉덩방아까지 찧었다.
신이치가 큰소리로 야유를 퍼부었다. “어이, 투수. 그 배트는 견제구도 칠 수 있다고. 약간 높은 공도 물론 오케이지.”
상대 팀 벤치는 더 야단이었다. 배꼽이 쥐고 웃어댔다. “어, 가디건즈의 반도 선수다” 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래, 맞다, 이 몸이 골든글러브상 터줏대감인 반도 신이치다. 핫코너로 불리는 3루를 9년 동안이나 지켜온 베테랑 선수야. 신이치는 마음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야! 어느 편이야?” 이라부가 타석에서 씩씩거렸다.
투수가 타자를 무시하듯 활 모양의 슬로우볼을 던졌다. 머리 높이로 들어 온 어이없는 볼이었다.
이라부가 달려들며 배트를 휘둘렀다.
다음 순간 경쾌한 소리가 푸른 하늘에 울려 퍼졌다.
하얀 공은 멋진 포물선을 그리며 펜스 너머 강 쪽으로 사라져 갔다.
모두가 입을 헤 벌리고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