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오피니언
증오는 마음의 독이다 [동아광장/박상준]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일본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입력 2023-05-27
두려움은 증오로 변모하고 증오는 고통 낳아
식민지 아픔 뒤로하고 선진국으로 日 대해야
외교무대서 당당하고 의연한 태도 갖춰야 한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일본 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증오는 마음의 독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법정 스님에게 들은 말이라고 한다. 한 전 총리는 크리스천 아카데미 사건으로 1979년 3월에 연행되어 2년 반 동안 옥고를 치렀다.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뒤 그는 그를 취조하고 고문했던 인사들에 대한 분노와 증오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그 험한 시절,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조차 없던 유신 말기에 빨갱이로 체포된 여성이 겪었을 고초를 감히 헤아리기 어렵다. 증오는 그의 정신을 피폐하게 했고 몸의 건강을 해쳤다. 그는 친분이 있던 법정 스님을 찾아 고통을 토로했는데 그때 스님으로부터 “증오는 마음의 독이다”라는 말을 듣고, 그 스스로도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서서히 고통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그가 뇌물수수 혐의로 다시 옥고를 치르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 일로 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그가 총리 후보자로 청문회에서 보여준 태도를 나는 지금도 좋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그를 사상 검증하려는 이에게도, 그를 위해 독재정권의 만행을 고발하는 이에게도 “저는 한이 맺히지 않았다”거나 “지난날의 어둠보다는 새로움을 보이기 원한다”는 말로 의연함을 보였다. 그가 그에게 날을 세우는 야당 의원들에게 용서와 화해의 메시지를 건넬 수 있었던 것은, 그 바탕에 신앙이나 법정 스님의 조언도 있었겠지만, 달라진 그의 위상 덕도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2004년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과반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다. 2006년 청문회 당시 그는 여당의 유력 국회의원이었고, 이미 두 번의 장관직을 경험한 고위직 여성이기도 했다. 세상이 바뀌었고 그의 처지가 바뀌었다. 바뀐 세상과 처지가 그를 더 너그럽게 만들지 않았을까?
나는 공교육을 통해 증오를 배웠다. 처음에는 그 대상이 빨갱이였고 그다음에는 ‘쪽발이’였다.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생각한다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북한은 우리가 ‘마지막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야 하는’ 원수였다. 그런데 희한하게 언젠가부터 한국에서 그 증오심이 무디어졌다. 나는 그 이면에 한국의 발전과 자신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남북 간의 확연한 격차를 확인하면서 북한은 증오가 아니라 동정의 대상이 되었다.
최근 젊은층을 대상으로 다시 북한에 대한 증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가난한 나라 북한이 핵을 보유한 위험한 나라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중공이 중국이 되면서 남북 분단의 원흉이 우리의 이웃이 되었다. 그러나 사드 보복 등을 경험하면서 중국이 언제라도 우리를 해칠 수 있는 거친 힘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자 중국을 향한 혐오가 다시 퍼지기 시작했다.
“두려움은 분노를, 분노는 증오를, 증오는 고통을 낳는다.” 제다이의 위대한 스승인 요다가 어린 아나킨에게 한 말이다. 영화 스타워즈 제작진의 통찰력이 빛나는 이 대사 그대로 두려움은 언제라도 증오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증오는 고통을 낳는다. 그래서 우주의 평화와 질서를 지키는 제다이의 스승들은 악을 경계하고 악과 맞서 싸우되 두려움과 증오를 품지 말라고 가르친다.
증오는 어두운 힘(Dark Force)이 제다이를 타락시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아나킨은 증오를 억제하지 못해 악마가 되었고, 그의 아들은 증오를 극복함으로써 아버지와 우주를 구한다.
한국은 이제 당당한 선진국이 되었다. 일본에서 한때 혐한이 퍼진 데는 나날이 높아지는 한국의 위상에 대한 두려움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일본도 한국이 대등한 선진국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우리도 이제 식민지 시대의 고통을 뒤로하고 선진국으로 일본을 대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제국주의 시대 일본의 잘못은 흑인노예무역처럼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잘못이다. 그러나 수십 년 후에도 증오심으로 일본을 대하는 것은 오히려 일본의 잘못을 꾸짖는 목소리마저 권위를 잃게 한다.
상대가 북한이든 중국이든 일본이든 혹시나 모를 위협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늦추지 말자. 그러나 두려움이나 증오가 아니라 국제 사회의 존재감 있는 일원으로 당당하고 의연하게 그들을 대하자. 지금의 한국은 여러 층에 걸친 혐오와 대립으로 고통받고 있다. 증오를 내려놓고 우리 사회에 쌓인 독을 걷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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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파
2023-05-27 07:35:37
요즘 더듬어돈봉투코인당의 작태가 선량한 시민들에게 분노를 느끼게 한다. 증오로 더 악화되지 않도록 정화되기를 바란다. 살다 살다 이렇게 오염된 ㄴㄴ들이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꼴을 보게 될 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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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umto
2023-05-27 10:02:11
동감한다. 사람을 증오하는 것을 진짜 심한 에너지 낭비다. 그것도 뇌에 초 스트레스를 주면서 하는 낭비더라. 증오는 생산적이지 못한것이, 증오는 퇴보를 지향하기 때문에다. 본인도 퇴보하고 상대도 그런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요즘 이재명과 그일당과 더블당이 하는 짓은 증오하게 만들고 있다. 그정도 증오는 오히려 활력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걔들 증오 하지 않는다고 뭐가 될까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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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ong
2023-05-27 09:56:15
좌의 동력에너지는 이념과 분노 증오!그들이 거기서 벗어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벗어나기 어려운 1요인은 그들을 매개체로 기생하는 좌파정치인들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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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c5
2023-05-27 11:10:45
아주 뜻있고 좋은 기사이나 한명숙에 대한 기사는 생각헤볼 부분이 있다. 진영의 논리를 떠나 "인간 "이라는 자체에도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대한민국에는 한명숙보다 더 인간다운 사람이 차고 넘친다. 그 사람들의 시각에는 한명숙이는 공적지위를 적극 활용한 범죄자이자 아직도 자기 반성조차 없는 파렴치한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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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길
2023-05-27 10:24:59
선한 국민의 마음에 온통 분노만 채워주는 더불어 민주당 것들 때문에 평균 수명이 짧아질 것 같다. 나는 혈압 측정기를 아예 천정에 매어달고 혈압을 재야한다. 왜냐히면 더불어 민주당 년놈들 땜에 혈압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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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700
2023-05-27 17:34:17
그래서 은혜는 돌에 새기고 앙심은 물에 새기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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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ggy
2023-05-27 15:46:49
얼마전부터 동아닷컴 댓글들도 증오와 혐오로 가득 차 있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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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짧은망고904
2023-05-27 11:25:33
다 좋은 데 하필 빨갱이 한명숙을 예로 들었나? 한명숙 남편은 자타가 공인하는 진성 빨갱이이고 이들 부부는 대한민국 탄생부터 발전까지 증오한 인간들이다. 그런인간들이 뭘 용서하는가? 대한민국에 용서를 구해야지 어떤 친분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는데 예를 잘못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