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의사결정을 이끄는 '리더'들에게 공황장애 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8일 부천한의원이 공황장애 내원환자 120명의 직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무직이 78명(65%)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학교수 및 교사 21명(17.5%), 전업주부 12명(10%), 서비스업 6명(5%), 생산직 3명(2.5%)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장 많은 환자가 분포했던 직업인 사무직을 직급별 살펴보면 팀장급 44명(57%)과 임원급이 25명(32%)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대리이하 일반사원은 9명(11%)에 불과했다. 소위 조직 내 리더역할을 하는 그룹에서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또 리더 그룹에 속하는 환자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책임감 ▲완벽주의 추구 ▲뚜렷한 목표의식 ▲신중함 등 성향이 강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황장애가 본격적으로 발병한 시점으로는 대부분 중대한 사항을 결정하기 전이나 중요 업무를 맡게 된 후였으며, PT(프레젠테이션)나 논문 발표 전 혹은 승진 후라고 밝힌 응답자들도 있었다.
리더 그룹에서 공황장애 발병 확률이 높은 이유는 이들이 갖는 과중한 내적 갈등 때문으로 추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노영범 부천한의원 원장은 "리더는 중대 사항을 홀로 결정해야 하고 그에 대한 책임까지 감수하기 때문에 항상 극도의 불안감, 고민, 공포 같은 부정적 감정에 빠지기 쉽다"며 "이로 인해 교감신경이 항진되고 근육이 긴장돼 공황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황장애 등 심리적인 문제는 신체 전반의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당수 공황장애 환자들의 경우 복부대동맥에 이상진동이 있고 하복부 근육이 과하게 긴장돼 딱딱한 현상이 관찰된다. 이와 함께 빈맥(심장박동이 정상치보다 빨리 뛰는 것), 심계항진, 호흡곤란, 발한 증상 등이 동반된다.
현재 공황장애 치료를 위해서는 통상 SSRI(specific-serotonin reuptake inhibitor) 같은 항우울제가 처방된다. 하지만 보존적 치료에 불과하고 호전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최소 8~12개월 정도의 장기간이 소요된다. 더구나 약에 대한 내성이나 복용 중단 후 재발, 부작용 등 여러 한계가 있다.
따라서 공황장애 환자들은 병을 숨기고 자신의 의지만으로 극복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 원장은 "공황장애는 단순한 심리문제가 아니라, 신체기능의 이상으로 자율신경이 조절능력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며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달물질의 제 기능을 바로잡아 자율신경을 안정화시킨 후, 심리적 문제를 함께 접근해야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