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와서 질문 답변 게시판에서 도움을 받았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에게는 신간 정보를, 출판사에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을까 하여 제 블로그 글을 올려봅니다.
"나쁜 짓들의 역사" by 로버트 에반스
우리가 배우는 주류 역사는 고대인들의 방탕에 가림막을 쳐 놓고 가장 건전하고 가장 위험이 적은 버전만을 내보인다. 위대한 고대 사상가들이 환각 약물의 영향을 받았다거나 발 페티쉬가 역병이 돌 때 감염되지 않으면서 충동을 만족시키는 안전 메카니즘으로서의 역할을 했다든가 하는 것을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는다. 주류 역사는 이후의 기독교 사회가 고대 로마의 방탕한 성적 유물들을 숨겨진 박물관에 깊숙히 넣어 대중들의 눈을 가린 것처럼 그것을 가려왔다.
로버트 에반스는 이 지점을 날카로운 유머와 해학으로 파고든다. 그리고 그는 술이나 담배, 커피 등의 향락 물질을 고대에서 처음 탄생했을 때의 원형으로 재현한다. 또 고대 와리 제국의 여자들이 후추나무 열매나 옥수수를 씹어서 뱉어낸 것으로 만든 맥주, 그리고 담배, 마늘, 오줌 등 보기만 해도 최악인 재료를 섞어 만든 고대의 변비약 등을 재현한다. 혹은 마시면 무생물과 섹스하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고 알려진 살라만더 독 도룡룡 술의 실체를 찾아 원산지인 슬로베니아까지 날아가기도 한다. 그는 단지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그의 생각은 많은 과학적 연구물과 재현으로 뒷받침되어 있어 이 책은 오락성이 있지만 오락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런데 책의 몇몇 부분은 뺄 수밖에 없었다. (물론 출판사에서 저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것은 약물 문화에 대해 그 사회가 어느 정도 열려 있는가 하는 것과 연관이 있었다. 미국은 우리보다는 조금 더 열려 있다. 대마초가 일부 합법이다. 그래서 실험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 부분에서 꽉 막혀 있다. 인도 종교에 오랜 역할을 해온 대마초 음료 재현이 그런 면이 있었고 힌두교의 리그베다에 나오는 ‘소마’라는 영적 계시를 받게 해주는 음료가 과연 많은 학자들 추정대로 광대 버섯으로 만들어진 것이 맞을까 하는 재현이 그랬다. 저자의 실험 결과 "소마" 는 추정대로 광대 버섯으로 만들어진 환각 음료였다. 하지만 광대 버섯은 일종의 독버섯 군단에 속해 있는 것으로 전문가가 아니면 구분하는 것이 어렵다. (내가 느끼는 것은 우리 조상들은 적어도 환각 물질 만큼은 현대의 우리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연의 식물 속에서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유효한 효과를 내는 공식을 발견했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은 그것을 나쁘게 여기지 않고 신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여겼다는 점이다. ) 출판사에서는 이 부분을 다소 염려스럽게 여겼고 나는 적극적으로 넣기를 주장했다.
이 책은 자가 실험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제 개인 생각을 조금만 더 말씀드릴까 합니다. 광대 버섯의 자가 실험 부분은 조금만 수정하고 넣어도 괜찮을 듯합니다. 대마초 부분은 그렇다 치더라도 광대 버섯 부분은 이 책이 왜 의미있는지를 말해주는 부분입니다. 역사적인 고증에 해당되는 부분이고 영감을 주는 부분인데 모방 가능성 때문에 뺀다는 것은 이해가 안됩니다.
"소마"의 역사가 리그베다의 싯귀와 함께 나오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고 흥미로왔습니다.
책은 도덕 교과서가 아니며 독자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저술된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이것을 법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것은 금지하지 않아도 버섯을 구분하기 힘들고 독성 때문에 따라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해당되지 않을까요?
이 부분이 중요한 것은 오랜 역사 속에서 문화적 관습적으로 행해지던 것들이 일면에서 유효하다는 것과 고대의 우리 조상들이 인지하고 사용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실험 결과 이것이 유효하기 때문에 '키케온'이라는 환각 와인도 어쩌면 실제로 환각 음료일 수 있다는 것이 설명이 되며 타당성이 있습니다.
수많은 자가 실험 중에 유효한 결과가 나온 몇 안되는 것 중 하나인데 그렇게 빼버리면 독자 입장에서는 가장 궁금한 것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는 것이자 고대 물질에 대한 실험 결과에 의미를 넣기 힘들지 않을까요?
결론은 빼는 것으로 났지만 그 일부를 여기에 소개할까 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이 부분은 역사의 고증이라는 측면에서 정말 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에 있는 여러가지 자가 실험 중에 술의 원형 재현은 그 설명하기 어려운 맛 때문에 저자도 마시면서 생난리를 쳐야 했고 담배와 마늘과 오줌으로 만들어진 고대의 변비약은 저자도 마시면서 몸서리를 쳤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것이 이 소마이다. 저자가 기쁨에 겨워 혈관 속에서 신을 느꼈다고 표현했기 때문이다. 어쨋든 이 책이 환각 물질에 대한 거부감을 많이 상쇄시켜준 것은 사실이다.)
소마는 자신을 태양 광선으로 둘러싸게 할 것이다. (리그베다 4장 86 찬가)
왓슨이 인용한 베다의 한 두어 문장을 보면 소마 준비의 첫 단계는 햇볕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현대의 학자들과 약물 사용자들은 이것이 버섯을 바싹 말리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미 말린 있는 것이 아니라면 며칠간 창문가에 늘어놓고 말려야 한다. 잘 건조되게 해야 한다. 말라서 완전히 비틀어져야 하며 안에 수분이 조금이라도 있어서는 안된다.
맑은 소마는 울로 만들어진 체에 물이 실컷 흘러내리도록 할 때 가능하다.
(리그베다 9장 찬가 74)
일단 바싹 말렸으면 물에 푹 담구어 충분히 불려라. 그리고 그것을 울에 싸서 꽉 짜라. 액체가 밑에 있는 컵이나 포트에 흘러내리게 하면서 말이다. 최상의 결과를 얻게 위해서는 24시간 불려야 한다. 과학에 따르면 이 단계가 결국 토해내고 말 것인지 아닐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베다에도 그것의 중요성이 들어 있다.
짜지지 않은 소마는 자유주의자 인드라(비와 우뢰를 주관하는 베다의 신)를 기쁘게 하지 못하였고 기도 없이 짜진 즙도 그를 기쁘게 하여 못하였노라. (리그베다7장 찬가 26)
독자들도 자유로운 영혼 인드라처럼 기쁨에 사로잡히기를 원할 것이다. 그래서 즙을 짜며 마시는 동안 말할 기도문을 미리 생각해두라. 힌두교도가 아니라면 힌두교 기도문을 권하고 싶지 않다. 다른 기도문을 고르면 된다. 주기도문으로 해도 된다. 하지만 명상할 때 염불하듯이 내뱉는 쉬운 것도 괜찮고 책의 어떤 구절이나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시도 괜찮다.
어떤 기도문을 선택하든 중요한 것은 그것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라 환각 체험을 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어떤 것에 집중시켜 정서적이고 영적인 이입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마실 때의 마음 상태와 주변 배경이 환각 체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명심하기를 바라며 나는 kurt Vonnegut의 로즈하워씨, 신의 축복이 있기를 에 있는 문장을 기도문으로 선택했다.
안녕, 아기들아, 지상에 온 걸 환영한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단다. 둥글고 물이 있고 사람들로 붐빈단다. 아기들아, 기껏해야 너희들은 이 곳을 약 백년간 돌아다닐 수가 있단다. 내가 아는 유일한 규칙이 있단다.:
..너희들은 친절해야 한단다.
중략..........
대체로 이 버섯 레시피 실험은 고대의 소마에 대해 베다의 찬가가 말하는 것과 비슷했다. 특히 두 번째 체험은 극도로 기분좋은 것이었다. 마치 피부 아래에서 주체할 수 없는 감각이 파동을 그리며 용솟음치는 것이 느껴졌다. 환각 체험의 정점에서 나는 기쁨에 들뜬 소리를 지르지 않았지만 혈관 속에서 신을 느꼈다.
첫댓글 위와 같은 내용을 위한 [광고] 게시판이 필요할 듯합니다, 운영자님..
결국 책 좀 팔아달라는 광고군요.
좀 짜증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