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80) - 카타르에서 날아온 축포
어느덧 2022년의 마지막달에 접어들었다. 모두가 어렵고 힘들었던 한 해, 이를 위로하듯 12월의 첫 주말 아침에 2022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카타르의 도하에서 온 국민을 열광시킨 축포가 날아들었다. 대한민국, 파이팅!
포르투갈전에서 극적으로 승리한 대한민국선수단
지난 토요일(7월 3일) 새벽에 벌어진 카타르 월드컵 G조 예선 3차전에서 대한민국은 세계랭킹 9위의 강호 포르투갈과의 피 말리는 접전에서 극적인 역전골로 승리, 대망의 16강 진출에 성공하였다. 같은 시간대 열린 H조 경기에서 승점이 같은 우루과이의 발목을 가나가 끝까지 잡아 준 행운도 뒤따랐지만, 세계적인 강호 포르투갈을 2대1로 무너뜨린 것은 선수들의 투지와 실력 덕분이었다. 가나와의 2차전 경기 패배 후 스포츠 분석 업체가 제시한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10% 내외였지만 선수들의 희생과 노력, 온 국민의 뜨거운 염원이 이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었다. 자랑스러워라, 태극전사들의 열정과 기량이여!
결승골을 도운 대한민국 주장 손흥민 선수의 의미 있는 한 마디. '딱 하나의 길이 보였다.'(마스크 옆으로 보이던 게 황희찬 선수였고 어떻게 줘야 되나 생각하다가 보이는 길이 그 길 딱 하나였는데 운이 좋게 희찬이에게 연결되면서…) 두 선수의 폭풍 질주와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패스와 슈팅까지, 기량과 집념으로 만든 대한민국 축구역사에 영원히 남을 명장면을 선물한 선수들이 고맙다. 가나전에서 두 골을 넣으며 출중한 역량을 뽐낸 선수는 내가 봉직한 대학 출신이어서 더 반갑고.
선수단의 활약에 힘입어 대한민국도 하나가 됐다. 전국 곳곳에서 응원에 나선 시민들은 추위를 잊은 채 간절한 마음으로 승리를 기원하였고 여야 정치권도 모처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조직력과 팀워크가 빛난 대표 팀처럼 사회 전반에도 위기극복의 지혜와 자세가 긴요하다. 수준 높아진 축구만큼이나 우리 사회도 한층 더 성숙해지길 비는 마음이다. 내일 새벽에 열리는 16강전의 상대는 세계최강으로 평가되는 브라질 팀, 바늘구멍의 16강전 진출을 이룬 투지와 열정으로 더 높은 고지를 밟아보자.
포르투갈전 승리 후 포효하는 선수단의 모습
* 2002 한일월드컵 때 D조의 대한민국은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당시 FIFA 랭킹 5위인 포르투갈을 1⁏0으로 누르고 2승1무 조1위의 전적으로 당당히 16강 진출의 위업을 달성하였다. 그때의 환희를 내가 쓴 책, ‘아들아, 대한의 골키퍼가 되라’에서 ‘2002 월드컵 16강 진출, 신화가 시작되다’는 제목으로 이렇게 적었다. 20년 전 신화의 시작이 되었던 포르투갈과의 승리를 발판삼아 이번에도 또 다른 신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이를 소개한다.
‘2002년 6월 14일 저녁, 우리는 눈과 귀를 인천 문학경기장에 모으고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D조 예선 3차전을 숨죽여 지켜보았다. 후반 25분, 온 국민의 열화 같은 성원을 등에 업고 터진 박지성 선수의 환상적인 왼발 슛은 꿈에 그리던 월드컵 16강 진출의 쾌거를 결정짓는 축포였다.
월드컵 16강 진출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요 꿈이었다. 선수와 감독, 붉은 악마 응원단, 온 국민이 한마음 한 몸이 되어 마침내 그 소망을, 그 꿈을 이룬 것이다. 이는 엄청난 성공이요,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조1위가 아니더라도, 1승 1무 1패의 초라한 전적이라도 16강에만 오르면 여한이 없으리라는 소박한 기대를 안고 지난 보름 동안을 조마조마하게 기다려왔다. 그리고 최종예선의 마지막 고비인 어제 저녁 8시 30분의 대한민국 대 포르투갈 전에서 승리해 주기를 기원하였다. FIFA 랭킹 1,2위인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예선에서 탈락하여 16강에 진출하지 못하는 이변이 일어나기는 했으나, FIFA 랭킹 5위인 포르투갈을 40위인 우리나라가 물리치기엔 아무래도 힘이 부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히딩크 감독과 23명의 태극전사들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갖가지 우려와 불안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경기에 임해 체력, 기술, 패기에서 포르투갈 선수들을 압도하고 통쾌하게 1:0 승리를 이끌어내었다. 2승1무의 훌륭한 성적으로 당당히 조1위를 차지하며 16강 진출의 위대한 업적을 창조해 낸 것이다.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교훈이다.’
2002년 6월, 포르투갈전에서 결승골을 넣고 환호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