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신체 중에서 가장 부드럽고 연약한 것이 혀입니다.
그러나 가장 강하면서도 힘이 쎈 것 또한 혀입니다.
세치 혀로 세상을 주무르면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사례는 비일비재합니다.
잘 놀리면 세상을 바꾸기도 하지만 잘못 놀리면 목숨이 날아가기도 합니다.
우리 역사에서는 외교로 성공한 김춘추와 외교적 담판을 통해 거란을 무찌른 서희,
불굴의 명언을 남긴 이순신, 백성을 사랑한 백범 김구 등 쟁쟁한 위인들이
살이 되고 뼈가 되는 주옥같은 명언들을 후세에 남겼습니다.
중국 전국시대에는 백가쟁명의 유세객(정치인)들이 천하통일을 놓고
합종연횡책을 주창하면서 유세를 펼친 내용들이 사기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살벌한 전쟁터를 누비며 목숨을 걸고 야망을 실현해 보려는 유세객들의
삶과 말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정치는 말과 행동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선거철에 온갖 공약을 말로만 떠들고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는
정치인들 때문에 대한민국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대선주자들이 매일같이 쏟아내는 달콤한 말들이
집권 후에도 달콤한 꿀로 이어질지 하도 많이 속아와서 믿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진정성이 바탕이 되지 않은 말들은 결국 백성들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듭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을 조장하기 때문에
정치인의 말은 천금보다도 더 무겁고 한 번 한 약속은 꼭 지켜야 합니다.
현재 대선주자들이 공방을 벌이고 있는 대부분의 말들은
정치공학적 관점에서 생산된 말들로
유권자의 가슴에 뿌리를 내리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머리에서 나오는 말은
대부분 이해타산이 앞서는 이기적 표현이라 메아리가 없지만
가슴에서 나오는 말은 이타적 표현이라
오래도록 여운이 남고 새기면 새길수록 깊은 맛이 우러납니다.
현대 정치사에서 유명세를 탄 말들을 몇개 적어보겠습니다.
어느 것이 이기적 발언이고, 어느 것이 이타적 발언인지 참고해 보십시오.
비평가나 세인들이 반박하거나 조롱한 말들을 덧붙였습니다.
박정희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김영삼
"머리는 빌리면 된다!"
"무엇을 빌려야 될지 알아야 빌린다!"
김대중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
박근혜
"역사에 맡기자!"
"역사가 전당포냐!"
안철수
"다리를 불살랐다!"
"불사른 다리는 다시 놓으면 된다!"
문재인
"정치가 장난이냐!"
"정치가 장난인 줄 몰랐나!"
나경원
"주어가 없다!"
이명박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
김지하
"나는 시인이다, 꺼져!"
"너는 시인이다, 닥쳐!"(이건 제 말입니다.)
이 분은 노태우 집권 때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우라"고 해서 노태우를 살려주더니
이번에는 박근혜를 살려주려고 작심을 했나 봅니다.
박근혜 측에서 수차례 찾아가 먹잇감 묶은 꼬리를 살살 쳐대는 것을 보더니
박근혜 여성대통령론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독재에 맞서 치열하게 투쟁하던 정신은 어디로 사라져 갔는지 안타깝습니다.
앞으로 이런 발언을 할 때는 필명인 '김지하'를 쓰지 말고 본명인 '김영일'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동명이인의 사람들이 시대정신을 잃어버린 발언을 듣고
부끄러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합니다.
단일화 이슈에 묻힌 박근혜 측에서 이를 뒤집어 보고자 연일 여성대통령론을 들고 나옵니다.
남자도 마찬가지이지만 여성이라고 해서 탁월한 정치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닙니다.
역사적으로 여성 지도자가 악한 일을 저지른 사례도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성이냐, 남성이냐'의 생물학적 차이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역사 인식과 시대정신,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느냐의 진정성입니다.
그런 인식이 바탕을 이루지 못한 말들은 공허한 메아리조차 남기지 못합니다.
새누리당이 급하긴 급한 모양입니다.
엉뚱한 번지수를 찾아 헤메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을 보니까요.
현대사에 기록될 명언 중에 가장 극적으로 반전을 꾀한 말은
노무현이 대선에서 한 말일 것입니다.
"제가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
노무현 장인이 좌익활동을 했다는 것을 빌미삼아
어떻게든 대선판을 빨갱이 판으로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있던
한나라당에게 결정타를 먹인 통쾌한 한마디였습니다.
이 말 한마디로 한나라당의 꼼수는 여지없이 무너졌고
북풍 또한 발 붙일 곳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럼 우리의 호프 김두관은 어떨까요?
사람은 너무 솔직해도 탈입니다.
정치인은 때로는 직설보다는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김두관은 절묘한 변화구보다는 직구를 잘 던지는 것 같습니다.
강속구로 통쾌하게 삼진을 잡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직구는 한 방 제대로 걸리면 꼼짝없이 홈런을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다음은 경선과정에서 김두관이 한 말입니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게 아니고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이다"
"가치와 정책을 보지 않고 사람으로 연결하는 공동정부는 바람직하지 않다"
"계속 안개를 피우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대선 후보가 되면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을 발표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이다"
"외신에서 독재자의 딸이라 규정했는데 스스로 독재자가 돼 있다"
"궁궐 정치를 대표하는 박 후보와 풀뿌리 현장에서 자치를 통해 정치를 배운 내가 가장 대척점에 서 있다"
"총선 참패와 대선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에 내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
"공직을 이용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경제가 중요한 것은 알지만 제가 공직을 이용해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인적 네트워크가 좋다 보니 돈을 벌어도 늘 부족했다"
"공무원 생활로 돈 모으는 사람이 너무 신기해보였다"
"참모가 1억원 미만이면 무능해 보인다고 했지만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신고하는게
공직자 재산신고법에 맞기에 그대로 신고했다"
어떻습니까? 모두 핵심을 잘 짚은 말입니다.
그러나 문장이 좀 길어 강력한 이미지를 심어주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김두관 어록을 살펴보면 위 글들처럼 문장이 긴 편입니다
핵심을 파고드는 단문의 표현력을 보충해야 할 필요성이 나타납니다..
물론, 또 다른 상황이 돌출된다면 압축된 표현도 가능하겠지요.
하지만 대척점을 확실하게 잡는 감각은 탁월합니다.
여기에 명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손해를 본 발언들도 몇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유권자의 가슴에 파고 든 말은
관훈토론회에서 학력과 관련
'G20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부족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입니다.
"고등학교는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게 중요해서 종합고에 갔고,
국민을 섬기는 게 중요해서 국민대에 갔는데 결국 못 갔고,
동아대는 동아시아적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고 해서 갔다"
좀 긴 편이지만 여기까지는 아주 훌륭했습니다.
비아냥 거리는 질문에 마음이 아팠겠지만 상대방 질문에 쇄기를 박는 명답변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발언은 문제가 좀 있습니다.
"많이 노력하고 배워서 G20 정상회담에서 한국 대통령으로서 당당히 자존심을 갖고 임하겠다"
'많이 노력하고 배워서'는 겸손을 나타내는 말일 수도 있지만
준비되지 않았다는 것을 은연 중에 나타내는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말이었습니다.
민평련에서 당한 것을 의식해 삽입한 발언 같습니다.
"많이 노력하고 배워서"는 긁어부스럼내는 말입니다.
"G20 정상회담에서 한국 대통령으로서 당당히 자존심을 갖고 임하겠다"
이렇게 딱 부러지게 정리하는 것이 훨씬 좋았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현재 대선 후보나 유명세를 타는 정치인을 보면 모두 경상도 출신입니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박근혜 등등...
다음 대선에서 수도권이나 중부출신, 호남지역 정치인이 출마를 한다면
"이번에도 경상도 출신이냐"며 딴지를 걸 확률이 99.9%입니다.
이런 내용들이 스멀스멀 안개 퍼지듯이 퍼져 지역감정을 건드리면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걸 상쇄할 수 있는 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김두관은 경상도 아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아들입니다."라고 하면 될까요?^^
저도 콜롬보 선생님처럼 꼭 필요한 말만 쓰는 학습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절주절 거리다 보면 읽는 분들이 짜증나니까요.^^
맛있는 잠 주무시고 상쾌한 아침 맞이하시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얼마전 김지하형님의 망언을 보며, 꼭형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박근혜 : "역사에 맡기자!"->"역사가 전당포냐!"
-문재인 : "정치가 장난이냐!"->"정치가 장난인 줄 몰랐냐!"
-김지하 : "나는 시인이다, 꺼져!"->"너는 시인이다, 닥쳐!"
■기막힌 대꾸입니다. 그야말로 촌철살인급입니다.
자주 올리십시오.
선생님 글보니 막걸리 생각이 납니다. 구수한 말씀 안주 곁들여서 먹으면 맛있을텐데...^^
조만간 조그만 판 만들어 봅시다.
꼭데기선생님! 싸랑합니다^^
어제 노고단 산행하면서 이것저것 많이 먹어 체끼땜에 불편했는데 트림을 하게 하는 촌철살인급 입니다.
너는 시인이다! 꺼져~~~
짝짝짝!!!!!
고맙습니다.^^ 체한 것은 다나았습니까? 근데 산행을 하는데도 체합니까? 혹시 많이 드시기만 하고 밑에서 놀다오신 것 아닌지요?^^ 김두관 사진 소장하고 계신 것 있으시면 제 메일로 좀 보내 주세요. 아니면 자료방에 올려 주시던지요.^^ 아, 그리고 언제든지 김두관 만나시면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사진 좀 많이 찍어주세요.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이 좋아요. 카메라 보고 포즈 잡는 사진은 안 찍으셔도 됩니다.^^ 어려우면 송윤찬님 시키세요.^^
김두관은 경상도 아들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아들입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맞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고 대한민국 아들입니다.^^
콜롬보님 말씀대로 촌철살인이십니다.. 맞습니다. 역사가 전당폰줄 아나봐요 참내..
e.h carr의 역사는 현재의 거울이다.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사학을 배울 때 맨처음 배우는건데.. 그것도 모르면서 역사 운운하고!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가 맞습니다. 과거의 박근혜가 없었다면 현재의 박근혜도 없고 미래의 박근혜도 없습니다. 그런데 과거를 통해 잘못된 것을 배우려고 하지는 않고 자꾸 지우려고만 합니다. 그게 박근혜의 한계입니다.
국회에서 강력한 직구 한마디...나보다 청렴한 사람 일어서봐!!!
하하하... 아주 강력하게 타 정치인을 제압할 수 있는 명언이네요. 이 말 꼭 써 먹을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앗! 선생님 동명이인의 아픔을 간과했슴다!
'역사가 전당포냐'가 제일 좋네요. ㅋㅋ
물론 고 노무현 대통령의 '그럼, 내 아내를 버리란 말이냐'는 이미 고전급이고요.
비양도님, 잘 지내고 계시지요. 뵌지 2주 밖에 안 되었는데 몇년의 세월이 지나간 것 같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예전과 같이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니 마음은 물론 몸도 늙어가나 봅니다. 언제 만나 뵙고 정치적 고견을 듣고 싶은데... 그런 날이 오겠지요?^^
잘 지냅니다. 저도 행복충전소님처럼 충전중이고요.^^ 요즘 역사책 읽는 재미에...
'고견'이라 하시니 부담스러워 도망가고 싶네요.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구르미님 무척 오랫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굳굳하게 일어선 이순신 장군 이야기이군요. 이순신 장군 삶을 극명하게 잘 나타낸 좋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대학 나오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나라를 어떻게 만들었습니까? 오죽하면 촌놈 김두관을 불렀겠습니까? 중요한건 좋은 대학, 많이 배우고 작게 배운게 아닙니다. 중요한건 자기를 버리고 국민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대통령입니다. 저는 그런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