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걸음
일월 마지막 토요일은 지난해 여름부터 일정이 잡혀 있었다. 방학이면 1박2일 모임을 갖는 대학동기들이 있다. 지난번 경주 산내 친구 산방에서 모임을 가졌을 때 겨울 모임은 통영에서 갖자고 했다. 부부가 함께 모이는 행사인데 나는 몇 해 동안 아내 건강이 좋지 못해 혼자 다녀 머쓱했는데 이번엔 함께 길을 나섰다. 대개 창원 시내 동기 내외와 같이 다녔으나 이번은 예외였다.
2년마다 윤번제로 회무를 맡는 짝이 울산 친구다. 울산 친구 내외는 우리 아파트 앞으로 아침나절 차를 몰아왔다. 울산 친구 아내는 방학이면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다녀 근래 몇 차례 빠져 오랜만에 뵈었다. 모처럼 두 가족이 동승해 친구가 몰아가는 차는 마산을 벗어나 통영으로 향했다. 고성을 지나다가 친구는 내 아내를 위한 기획으로 문수암과 학동마을 돌담길을 두르기로 했다.
79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고성읍 부근에서 장어구이 점심을 들고 사천 방향 문수암으로 향했다. 나는 몇 해 전 지인과 문수암과 갈모봉 산행을 다녀온 적 있으나 친구 내외와 아내는 초행이었다. 호수 같은 바다가 보이는 남녘 해안 산자락 암자다. 친구는 차를 몰아 낯이 선 지방도를 따라 암자가 위치한 산자락으로 올랐다. 문수암은 바위벼랑 아래 제비집처럼 바싹 붙은 암자였다.
미세먼지가 없는 파란하늘에다 바다도 쪽빛이었다. 점점이 뜬 다도해 풍광이 인상적이었다. 아내가 법당을 다녀오는 시간 불상이 세워진 전망대에서 친구와 함께 다도해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산마루 보현사를 둘러 해안선으로 내려서 학동마을을 찾아가 돌담 골목길을 걸었다. 고성의 명문가 전주 최씨 집성촌이었다. 그 지역에 흔한 측판암으로 쌓은 돌담이 여느 곳 돌담과 달랐다.
해안을 달려 고성 장터에서 야참으로 삼을 물메기 두 마리를 사 통영 산양 달아공원 인근 이에스 리조트로 갔다. 수산과학관과 인접한 전망 좋은 곳이었다. 친구 처제가 회원권을 가진 리조트라 성수기에도 이용이 가능했다. 함양과 울산에서 출발한 동기 내외도 속속 도착했다. 다른 투숙객들과 함께 여름이면 수영장으로 활용하는 풀장 언덕에서 바다로 빠져드는 낙조를 감상했다.
저녁식사는 낚시터로 알려진 척포횟집에서 자연산 참돔과 볼락회로 맑은 술을 곁들였다. 숙소로 돌아와 회무보고와 함께 여름 장소로 일자를 정했다. 이어 통영 동기가 겨울 특미가 될 물메기탕을 끓였다. 요리 솜씨가 좋아 회원만 맛보기에는 아쉬울 정도였다. 조리과정 취기가 올라가는 상태에서 서로 도울 거라면서 의욕이 넘쳐 행사를 진행하는 총무는 약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창원 동기 댁은 지난가을 나하고 주워왔던 도토리로 묵을 빚어오기도 했다. 여성분들은 다른 호실로 옮겨가고 캔 맥주와 맑을 술에다 함양 동기가 가져온 인삼주까지 곁들이니 날짜변경선을 훌쩍 넘겼다. 나는 설거지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잠들어도 새벽녘 일어나 어둠 속에 학림 포구로 내려가 오전 일정이 될 연대도로 건너가는 도선 사정을 알아두었다. 조식은 리조트 뷔페로 들었다.
한 회원 내외만 먼저 돌아가고 나머지 여섯 가족은 학림 포구에서 진영호를 타고 연대도도 들어갔다. 울산에서 왔다는 돌고래산악회도 연대봉 등산을 가느라 같은 배를 타고 건넜다. 우리들은 연대도와 인접한 만지도로 가는 출렁다리를 건너갔다. 고소공포를 느끼는 나에겐 다리오금이 절려 아찔했다. 만지도 일주 산책로를 걸으면서 일상에서 접할 수 없던 다도해 풍경에 빠져들었다.
도선을 타고 다시 뭍으로 올라 해안도로 동쪽으로 돌아 도남 관광단지 해물정식으로 늦은 점심을 들었다. 해물탕과 갈치조림을 비롯해 맛깔스런 식단이었다. 운전대를 아내에게 맡길 동기는 마음 놓고 맑은 술로 반주를 곁들였다. 나는 출발 때와 마찬가지로 울산 친구 차에 동승해 고성 동해 일주도로를 거쳐 창원으로 복귀해 집 근처에서 한우를 구워 저녁을 들고 친구내외를 보냈다. 19.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