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계절이에요. 덥지도 춥지도 않은 계절, 나들이 계획 많으시죠? 하지만, 너도나도 유명 관광지를 찾기 때문에, 어디를 가도 사람에 치이기에 십상이죠. 하지만, 커플 혹은 가족과 함께 조용히 시간을 누릴 방법이 있어요. 바로 ‘백패킹’이랍니다. 백패킹이라 하면 다소 생소할 수도 있고, “어? 그거 엄청 힘든 거 아닌가?” 하는 분도 있을텐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캠핑과 백패킹의 차이점 그리고 백패킹만의 매력을 소개해 드릴게요.
▲ 배낭 하나에 모든 장비가 들어가는 백패킹
먼저 백패킹의 장비는 일반 오토캠핑의 장비보다 간소하답니다. 크고 무거운 거실형 텐트 대신 잠만 잘 수 있는 소박한 텐트. 1인용 매트와 침낭. 간소한 음식과 이를 조리할 수 있는 작은 스토브와 코펠. 그리고 이 장비를 넣고 이동할 수 있는 배낭이면 기본적인 준비는 끝나죠.
▲ 65ℓ 배낭에 넉넉하게 모두 들어가는 야영 장비 및 기타 필요 물품
캠핑과 준비사항은 비슷할 수 있지만, 소형차로도 오토바이나 자전거에도 전부 수납이 가능하니, 준비-설치-해체-복귀 등 일련의 과정에서 지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이 장점이랍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아웃도어 액티비티와의 결합이 수월한데요, 이는 아래에서 다루도록 할게요.
▲ 지금은 야영이 금지된 함백산
▲ 산에서 맞이하는 아침은 운해가 함께 하죠!
▲ 날씨가 좋으면, 텐트에 들어가기 싫을 정도로 무수히 많은 별을 볼 수 있다.
백패킹은 목적지의 선정에도 더욱 선택의 폭이 넓어요. 차가 갈 수 없는 곳, 배를 타고 가야 하는 곳으로 목표를 세울 수 있죠.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깨끗하고 멋진 풍경 속에서 온전히 자연과 마주할 수 있어요. 주거지와 인접한 오토캠핑장과 달리, 밤에 보이는 무수한 별은 보너스고요. 게다가, 캠핑에 들어가는 비용은 이동 간, 그리고 식사에 드는 비용이 전부라, 1박 평균 캠핑장 사용료인 3~4만 원을 아낄 수 있기도 해요.
■백패킹과 결합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
▲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낚시에 도전
▲ 보트에 배낭 등의 장비를 결속하고 물길을 여행하는 팩래프팅
▲ 물 위에서 보는 풍경은 색다른 매력이 있다.
배낭 하나면 준비가 끝나는 만큼, 다양한 활동과의 결합이 가능한 것이 백패킹이랍니다. 대표적으로는 낚시, 오토바이, 자전거가 있고요. 조금 생소한 활동으로는 팩래프팅과 카약/카누 백패킹, 은하수 촬영 캠핑 등이 있어요. 갯바위에서 간단히 숙식을 해결할 공간을 마련해두고 낚시를 즐길 수 있어서, 대부분의 낚시인은 갯바위 낚시와 캠핑을 합성하여 ‘갯핑’을 즐긴답니다.
■백패킹 시 주의사항 관리인이 상주하는 오토캠핑과 달리, 백패킹은 백패커의 신념과 책임감이 매우 중요해요. 이와 관련하여 전 세계 백패커가 공유하는 일곱 가지 수칙이 있는데요, 바로 LNT(Leave No Trace) 지침이랍니다. 이를 해석하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죠. 사실 백패킹을 포함하여, 모든 야외활동에 적용하는 것이 좋은데요. 여러분도 함께 해주시길 바라면서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미리 충분히 준비하고 계획하기. 계획에 따라 음식물을 최소화하여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에요. 등산 시에는 나뭇가지의 나일론 천 표식기를 최소화하는 것도 좋겠죠.
둘째, 지정된 지역(단단한 땅 표면)만을 걷고 캠핑하기. 개인적인 판단과 욕심으로 정해지지 않은 길을 가게 되면 그 지역에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자연훼손의 원인이 되고요, 계곡이나 호수로부터 6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숙영하는 것이 수질오염을 피할 방법이랍니다.
▲ 완벽히 밀폐되고, 냄새도 잡아주는 배변 봉투(상) / 발생한 쓰레기는 모두 되가져 오는 것이 기본(하)
셋째, 배설물이나 쓰레기는 올바른 방법으로 처리하기. 산과 들에 비료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라고 하네요. 배설물과 귤껍질 등의 쓰레기는 분해속도가 매우 느려서, 비위생적이고, 불쾌할 뿐만 아니라, 과일에 묻은 농약이 간접적으로 미치는 피해도 간과해서는 안 되겠죠. 소변은 풀밭보다 맨땅이나 바위에, 대변은 20센티미터 정도의 구덩이를 파고 처리하며, 사용한 화장지 등은 회수해야돼요.
넷째, 있는 것은 그대로 보존한다. 꽃이 예쁘다고 꺾지 말아주세요.
▲ 불을 꼭 피워야 하는 상황에는 작은 화로대가 좋다.
다섯째, 캠프파이어는 최소화하고, 모닥불 대신 스토브를 사용하며, 꼭 필요한 경우 지정된 장소나 안전한 곳에서 방화선을 구축하고 불을 피운 이후 흔적 없애기. 얼마 전 유명한 백패킹의 성지에 불이 일어나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어요. 우리 모두 책임감을 느끼고, 최대한 불의 사용은 조심해야한답니다.
▲ 북한산 백운대의 유명한 고양이
여섯째, 야생 동식물을 보호하고, 먹이 주지 않기. 북한산 백운대에 가보신 분은 잘 아시겠지만, 그곳에 서식하는 고양이가 많은데요, 이는 야생동물의 본능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와요. 동물의 삶을 존중해야 그들 스스로 살 수 있는 환경이 된답니다.
일곱째,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백패킹도 캠핑과 마찬가지로 이웃이 매우 중요한데요, 기존에 야영하시는 분이 있으면 조금 거리를 두고 숙영지를 구축하고, 소리와 음성을 최대한 낮춰 매너 있게 서로의 취미를 즐기는 것이 좋겠죠.
LNT 수칙을 풀어쓰면 이렇게 긴 내용이 될 수 있지만, 사실 기본을 지키고, 자연을 존중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요. 이것만 지키면 정말 즐거운 백패킹이 될 수 있답니다. 단, 본인의 체력을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배낭은 너무 무겁지 않게 매는 것이 좋답니다.
■백패킹 입문자의 장비 및 장소 선택
그럼 마지막으로, 어떤 장비를 갖추고 어디로 떠나면 좋을지 알아볼까요?
▲ 65ℓ 배낭을 매고 있는 모습
배낭은 60~70ℓ 정도로 준비하면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어요. BPL(Back Packing Light) 초경량 백패커는 30~40ℓ배낭으로 겨울까지 지내기도 하고요, 촬영 장비 등 다양한 장비를 갖춘 백패커는 100ℓ가 넘는 배낭을 사용하기도 해요. 하지만, 중저가의 적당한 용품을 사용하기에는 60ℓ 정도가 가장 적당하고, 그만큼 출시된 배낭이 많기도 하답니다. 인터넷보다는 등산 및 백패킹 전문 매장을 이용하여,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배낭을 준비하시는 게 좋아요.
침낭은 백패킹에서 가장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해요. 하지만, 요새는 국내 업체에서 소위 가성비가 좋은 구스다운 침낭이 많이 나오니, 예전보다 부담이 덜해졌습니다. 겨울을 제외한 계절에는 400~500g 정도의 구스가 충전된 침낭을, 겨울까지 백패킹을 하시려면 800g 내외의 구스가 충전된 필파워가 좋은 침낭이 좋겠네요. 제조사가 제공하는 내용을 참고하고, 여러 사용기를 참고해야 좋답니다. 매트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한데요, 딱딱한 침대를 좋아하시면 접이식 발포매트 종류로 충분하고요, 부드러운 침대를 좋아하시면 에어매트 계열의 매트를 사용하세요.
▲ 손바닥만 한 팬으로도 삼겹살은 얼마든지 구울 수 있다.
코펠과 스토브는 2~3인용 정도의 작고 가벼운 포트와 팬 그리고 그 포트에 수납 가능한 작은 스토브를 사용하시면 된답니다. 마지막으로 텐트는 방수가 잘되고, 바람에 강한 2~3인용 텐트가 좋아요.
▲ 커플/부부 백패킹이 인기 / 잠만 자는 공간으로 작지 않은 2인용 알파인 텐트
검색창에 2인용 백패킹 텐트를 입력하시면 무수히 많은 알파인 계열 텐트를 보실 수 있고요, 전문 백패킹 텐트 중 보시기에 가장 예쁘고 적당히 가벼운 텐트를 구매하면 피크닉에서 백패킹까지 모두 활용하실 수 있어요. 이렇게 기본적인 장비 외에는 집에서 사용하던 수저에서부터 배게 등을 활용하면서 점차 전문 장비로 업그레이드를 하면 됩니다. 입문용으로 구성된 장비의 대략적인 금액은 배낭 20만 원, 침낭 30만 원, 매트 5~10만 원, 코펠과 스토브 10만 원, 텐트 30만 원으로 100만 원 내외의 예산으로 충분히 시작할 수 있지요.
■백패킹 추천 성지
그럼, 머리를 올리기에 적당한 곳은 어디일까요? 검색창에 ‘백패킹 성지’를 입력하면 전국에 널리 퍼진 다양한 숙영지가 나오는데요, 제가 가본 곳 중에 세 곳을 꼽아볼게요.
1. 여주 강천섬
▲ 여주 강천섬의 밤
첫 번째는, 여주의 강천섬이에요. 한강 줄기에 있는 잔디가 넓게 깔린 예쁜 섬인데요, 특히 단풍이 드는 가을에 인기가 만점이에요. 초입에 있는 무료 주차장에 주차하고, 배낭을 맨 후 20분이 안 걸리는 트레킹 후에 도달하는데, 내부에 작은 화장실도 딸려있어서 안심이 되는 곳이죠. 자전거를 가져가셔도 좋답니다. 무엇보다 너른 잔디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텐트들을 보면 기분이 굉장히 좋아져요.
2. 서해 소야도
▲ 소야도 떼뿌루 야영장
▲ 소야도 떼뿌루 해변에서 채집한 조개와 이웃이 잡아주신 광어
두 번째는, 소야도라는 서해의 섬입니다. 백패커는 섬트레킹과 결합된 야영을 매우 좋아하는데요,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해서 그곳의 특색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낚시나 조개 캐기도 할 수 있는 데다 섬에서 가장 높은 곳을 찾아 작은 텐트를 치고 바다를 내려보며 기분전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소야도는 무료로 운영되는 떼뿌루 야영장이 있어서, 화장실도 쓸 수 있고, 물도 계속 공급받을 수 있어서 많은 백패커가 다녀가는 곳이랍니다. 처음 백패킹을 시작할 때는 이처럼 어느 정도 알려진 곳을 찾는 것이 안전하고요, 그곳에서 만나는 이웃과 소통하며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어서 좋지요.
3. 선자령
▲ 선자령의 아침
▲ 이런 풍경 속에서 마시는 믹스커피는 꿀맛
마지막은 선자령인데요, 약간의 산행이 필요한 곳이에요. 대관령 휴게소에 주차 후 체력에 따라 한두 시간의 산행 후에 도달하는 곳이랍니다. 시멘트 포장길과 산길이 적절히 분배되어 길을 잃을 염려가 없고, 도착 후에 띄엄띄엄 자리를 잡은 백패커들 뒤로 보이는 경치가 아주 좋답니다. 더운 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이기도 하고요. 다만, 화장실이나 개수대는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준비를 단단히 하신 후에 찾기를 추천해요. 선자령까지 접하신 이후에는, 어디로 가든지 그곳이 텐트를 치는 곳이 될 겁니다.
나만의 집을 짓고 왁자지껄 놀이하며 편안하게 즐기는 오토캠핑도 좋지만, 체력을 기르고 자연을 보다 가까이에서 누릴 수 있는 백패킹. 이번 기회에 한 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
첫댓글 옛날로 치면 괴나리 봇짐.
LNT가 가장 중요하겠어요.
흔적만 남기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