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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배우 : 두개의나, 배두나
미디어영상학과 5040359 정현지
내가 그녀에게 눈을 뜨기 시작했을 때는 아마 나의 중학교 사진부 시절일 것이다. 사진부 시절 전시회에 걸릴만한 나만의 특별한 사진을 찾다가 그녀의 사진집을 찾았다. 그 것은 바로 “두나′s 런던놀이”이다. 그 책을 집어든 순간 나는 그녀의 눈매를, 그녀의 웃음을 내 기억 속에서 찾기 시작했다. ‘배두나, 그녀는 어떤 배우일까?’일찌감치 연예계에 뛰어들어 광고 모델로 먼저 주목을 받은 그녀는 1999년, 드라마 <학교>를 통해 방송에 데뷔했다. 배두나의 ‘배두나스러움’은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시선을 모으는, 튀는 느낌이다. 그녀는 항상 겁에 질려있는 듯 커다란 눈망울이 귀엽지만, 연기에 도전하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개성을 거침없이 보여주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그녀는 아직 여배우로서 젊은 나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연기는 언제나 거침없고, 솔직했다. 언제나 예쁘고, 착하기만 한 캐릭터가 아닌 언제나 독특하고, 파격적인 도전을 보여주어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드라마에서는 언제나 통통 튀는 발랄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영화에서는 드라마와는 전혀 상반된 캐릭터들로 연기의 스펙트럼을 넓혀갔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언제나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언젠가 그녀의 책에서 읽은 구절이 떠오른다. 그녀는 한 작품이 끝날 때마다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그 작품에서 맡았던 역할을 버리는 여행. 무엇인지 그 구절을 읽는 순간 내가 늘 실패하는 것에 그녀는 성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늘 시작은 거창하지만 마무리를 못 짓거나 이어나가지 못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그녀는 한 작품에 온전히 빠져드는 것이다.
2000년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에서 마냥 나른하고, 기운 빠진 표정연기로 시종일관 개를 찾아 나서던 그녀의 인성적인 연기로 청룡영화제 ‘신인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녀의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서는 가장 이상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몽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하지만 모두를 하나로 엮어주는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였다. 20대 여성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를 통해서 많은 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배두나 하면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영화는 출연진 모두가 탄탄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그녀의 개성 넘치는 연기 변신이 빛을 발했다. 무언가 파이팅 넘치는 수화연기, 담배 피는 연기, 신하균과의 베드신, 그리고 송강호에게 고문 당하던 장면들을 잊을 수 없다. 그녀는 이미 <청춘>이라는 초창기 작품부터 파격적이고, 과감한 연기를 보여주었지만 이 영화 속에서는 한층 성숙하고, 다듬어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굳세어라 금순아>를 드라마로만 기억하고 있지만 이 영화 역시 그녀의 개성이 빛을 발하는 작품 중 하나다. 거의 모든 장면에서 아기를 업고서 아슬아슬한 액션연기를 보여주는 배두나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는 제목만큼이나 참 귀엽고, 사랑스럽고 달달한 영화였다. 4차원적인 엉뚱함이 ‘배두나스러움’을 잘 나타내기도 했고, 뮤직비디오 감독인 ‘용이’감독의 영상미가 돋보였다. 그녀가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감독들과 작업하며 대표적인 실력파 배우로 자리매김 해가던 2006년, ‘봉준호’감독의 <괴물>을 통해 얼굴을 보였다. 그리 큰 비중을 가지진 않았지만 괴물을 향해 활을 쏘던 장면을 잊을 수 없는 영화다. 그녀가 작업했던 작품 중에서 가장 평범하고 이성적인 캐릭터인 듯하다. 남들은 잘 모르는 그녀를 수상 3관왕에 올려놓은 영화 <공기인형>은 영화 내용 자체도, 배두나의 연기도 억지스럽지도 그렇다고 너무 느낌이 없지도 않은 영화였다. 자칫하면 매우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우며,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 예술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내용이다. 사람이 인형 역할을 소화한다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고 어려웠을 것이다. 보통의 연기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일상에서의 경험에서 작은 힌트들을 얻어 나오는 것이지만 인형의 역할이란, 인형이 되어볼 수도 없으니 배우로서 매우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다행히도 ‘고레에다히로카즈’감독의 노련하고 섬세한 연출과 그녀의 그동안의 내공과 또 잠재되어 있던 것까지 잘 어우러져 그녀는 인형‘노조미’를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이 영화의 감독은 일본의 어느 배우에게서도 ‘노조미’의 이미지를 떠올릴 수 없고, 오직 배두나만이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캐스팅 했다고 한다. 그야말로 여기서 그녀의‘made in korea’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렇게 넘치는 매력을 29일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지금까지 그녀에 대해 그저 연예인 혹은 개성파 배우 정도로만 생각하던 사람들마저 자신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듯 했다. 어렸을 적부터 연극배우인 어머니의 교육관에 따라 많은 경험을 하면서 자라왔다. 그럼에도 소심한 성격을 가지고 살아가던 찰나에 무심코 받은 명함 한 장으로 인해 그녀는 연예인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보고나서 인상 깊은 것을 꼽자면, 그녀의 삶의 롤 모델일지도 모를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다. 그녀가 처음 주연을 맡았던 <플란다스의 개>에 캐스팅이 되었을 무렵, 당시 검증받지 못한 신인 배우이기 때문에 영화제작 자체가 물거품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녀의 어머니는 확신의 느낌표를 찍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영화사에 미니스커트를 입고 찾아가서 “배두나는 내 20년 기획 상품이니 믿고 써도 된다.”고 확신을 주었다고 한다. 또한, 그녀의 파격적인 도전 중 하나인 <청춘> 또한 어머니에게 출연 제의를 받았다고 했다. 이제 막 여자가 된 20살 나이의 딸에게 노출 연기가 포함 된 영화를 권할 수 있는 어머니는 몇 분이나 계실까? 그녀의 지금의 ‘프로정신’은 어머니에게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녀는 하나의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 한 작품을 선택한 뒤에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장면을 바꾼다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녀는 연예인이란 직업상의 화려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 속에서도 화려함만이 다가 아닌 듯하다. 그러나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특유의 당당함이 그녀만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어디선가 그녀의 말을 빌리자면 “저는 여배우는 서른이 넘어야 멋있어진다고 생각해요. 역할의 한계는 있겠지만 연륜이 생기고 비로소 여자의 아름다움이 보이기도 하고.”, “저는 누군가에게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 관객에게 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만으로도 저는 버겁거든요.”그녀는 이렇게 흐르는 물 같은 사람이다. 고집스럽게 무색무취의 고유한 성질을 유지하면서도 민감하게 주위 환경에 반응하며 자신을 유연하게 변화시킬 줄 아는 물은 묵묵히 주변과 어우러져 쉼 없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늘 유연한 자세로 임하는 앞으로 그녀의 도전들을 기대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