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는 말
만남의 화인 사람들이 있고, 만남의 복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동료, 어떤 윗사람, 어떤 아랫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만남의 화가 되기도 하고, 만남의 복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만남의 화가 되는 사람입니까, 만남의 복이 되는 사람입니까?
유교에서는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을 오복이라고 합니다. 오복보다 더 좋은 복은 만남의 복입니다. 부정축재나 하는 고관이나, 갑질이나 하는 부자인 부모가 아니라, 거짓 없는 믿음의 부모를 만나는 것이 복입니다. 인생의 승패나 성패는 어떤 목사, 어떤 스승, 어떤 반려자, 어떤 친구를 만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실력이 부족해도 사람을 잘 만나면 성공하고, 실력이 있어도 사람을 잘못 만나면 실패하는 것입니다.
2. 모세와 아론을 만나게 하신 하나님
모세가 양 무리를 이끌고 하나님의 산 호렙에 이르매 하나님의 말씀이 임했습니다. 모세를 바로에게 보내서 애굽의 종살이를 하는 백성을 인도하여 내시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애굽에서 도망쳐 나온 모세는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불복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될 일을 일러주시거나, 이적을 보여 주시거나, 책망하시면서 복종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세는 입이 뻣뻣하고 혀가 둔하다고 하면서 불복했습니다. 출애굽기 4:13을 보면, “주여 보낼 만한 자를 보내소서”라고 했습니다. 모세는 애굽의 바로에게 잡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남다른 자신의 대단한 자산을 간과했습니다. 사도행전 7:22을 보면, “모세가 애굽 사람의 학술을 다 배워 그 말과 행사가 능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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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고 했습니다. 애굽 공주의 양자인 왕족으로서 40년 동안 특별한 교육과 훈련을 받아 유능한 인물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40세 때, 모세는 동족을 학대하는 애굽 사람을 쳐죽인 것이 들통나는 바람에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미디안의 제사장 이드로의 데릴사위가 되어 처갓집 양떼를 치는 목부가 되었습니다. 제사장인 장인의 양을 치는 처가살이는 영성 계발과 밑바닥 인생을 체득하는 등의 영적 지도자의 자질을 갖추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한마디로, 민족 해방과 신정 국가를 세울 지도자의 자질로 보아 모세만한 인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모세는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감히 하나님께 보낼 만한 자를 보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런 모세에게 하나님께서는 노를 발하시면서 말을 잘하는 아론을 만나게 해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형인 아론에게 광야에 가서 모세를 만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아론은 순종하여 하나님의 산에서 모세를 만나 입을 맞췄습니다. 이제 그 두 사람은 단순한 형제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위대한 구원 역사를 수행해야 할 동역자로서 만난 것입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도구 노릇을 하게 된 것이고, 아론은 모세의 약점을 보충하는 대변인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민족 해방의 대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특별한 선물로 주신 아론을 통해서 참된 만남의 복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는 믿음의 성도를 만나는 것이 복입니다. 아론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즉시 순종하여 모세를 만났습니다. 또한, 모세가 동생임에도 불구하고 모세를 통해 알게 된 하나님의 뜻을 순종하여 충실하게 모세를 도왔습니다.
목회 초창기에 친구 목사를 만났는데, 나이 많은 장로님이 대표기도를 하면, 기분이 영 찝찝해져서 설교도 잘 안 된다는 겁니다. 이유인즉슨 기도 중에 목사를 호칭할 때마다 ‘목사님’ 혹은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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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사자’라고 하면 좋은데, 꼭 “어린 종”, “어린 종”이라고 한다는 겁니다. 어려서 미덥지 못하다거나 철이 없어서 걱정스럽다는 말이 아니냐는 겁니다.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내가 지 종이야, 하나님의 종이지.”
둘째, 남의 말을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간직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복입니다. 모세는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부탁하여 보내신 모든 말씀과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명하신 모든 이적을 아론에게 고했습니다. 그 내용이 어떤 것입니까? 아무에게나 마구 털어놓아도 괜찮은 이야기입니까? 비밀이 새면 애굽에 대한 대역죄로 온 집안이 고문이나 사형을 당할 일이 아닙니까? 어떤 중대한 말이라도, 어떤 비밀이라도, 어떤 고민이라도 마음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얼마나 큰 복인지 모릅니다. 남의 말을 제멋대로 왜곡하여 떠벌리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남의 말을 가감하여 이간질하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믿고 한 말을 빌미삼아 울화병을 만들어 주거나, 사지에 쳐 넣는 세상에서, 심지가 깊고 입이 무거운 지혜자를 만나는 것은 정말 귀중한 복입니다.
셋째, 진실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복입니다. 아론은 모세를 도와서 이스라엘의 모든 장로를 모아 놓고는, 그 중대한 비밀을 사실 그대로 말해 주었습니다. 자기들을 잘 따르도록 감언이설을 늘어놓지 않았습니다. 현대는 ‘과장 광고 시대’, ‘또는 자기 PR 시대’라고 할 만큼 말과 실제가 다른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가정, 직장,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심지어 종교계에서도 진실한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넷째, 사랑의 용기가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복입니다. 아론은 모세의 말을 진실하게 대변하는 것, 그것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변하는 것이 매우 위험한 일인 줄 알면서도 가감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그대로 전하는 용기를 나타냈습니다. 물론, 나중에 애굽의 현관 대작이 기라성처럼 늘어선 어전에서, 최고 통치권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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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모세에게서 전해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목숨을 걸고 전하는 용기를 나타냈습니다. 목숨을 건 동포애 때문이었습니다.
다섯째, 실력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복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실력이란 만능이 아니라, 어떤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아론은 말재주가 없는 모세의 약점과 부족한 점을 채워 줄 실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백성들 앞에서 이적을 행하는 영력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민족 해방의 대업을 수행해야 할 모세에게, 하고많은 사람들 중에서 아론을 만나게 하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론의 순종하는 믿음과 지혜, 진실과 실력, 사랑과 용기를 보신 것입니다.
덴마크는 1864년, 유럽에서 군주를 공(公)이라 부르는 두 공국인 슐레스비히와 홀슈타인의 귀속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난 프로이센과의 두 번에 걸친 전쟁에서 패하여 옥토를 빼앗기고, 절망과 좌절 상태에 빠져 있었습니다. 그때 장교 출신인 달가스(Enrico Mylius Dalgas)는 “밖에서 잃은 땅을 안에서 찾자!”고 하면서 뜻을 같이 하는 친구들과 함께 히스협회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에 취임하여 유틀란트의 히스지대 개간에 착수했습니다. 달가스와 히스협회 회원들의 열성에 감동한 국민들이 그들의 작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황무지에 전나무 심기를 거듭한 끝에 옥토로 바꾸어 놓았고, 실의에서 벗어나 국가 부흥의 기틀을 다졌습니다.
또, 신학자‧시인‧역사가‧정치가인 그룬트비(Nikolai Frederik Severin Grundtvig) 목사는 물질은 잃었지만 정신은 잃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국민 생활을 개선할 목적으로 국민 고등학교를 창설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자. 이웃을 사랑하자. 땅을 사랑하자.’라는 구호를 제시하고 메마른 땅 덴마크를 개척하여 세계적인 농업국이자 문화국가를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했습니다. 국부로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거족적이며 거국적인 만남의 복이 된 지도자들입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의 일도 교역자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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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성패는 어떤 임원들을 만나는가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교회는 물론, 가정과 직장과 사회에서 만남의 복이 되어야 합니다. 하나님의 능력과 지혜를 얻는 기도의 사람이요, 순종하는 믿음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아론을 대변자로 만난 후에 하나님의 명령을 때마다 순종한 모세는 거족적인 만남의 복이요 거국적인 만남의 복이 되었습니다. 나랏일도 직장 일도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모세와 아론을 보내신 하나님께서는 그들과 동행해 주셨습니다. 모세와 아론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자손을 돌아보시고, 그 고난을 감찰하셨다고 전했을 때, 백성들은 400여 년을 애굽의 우상들 속에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씀을 믿고 머리 숙여 경배했습니다. 이미 하나님께서 백성들의 마음속에 역사하신 것입니다.
3. 맺음말
오복보다 더 소중한 복은 만남의 복입니다. 곳곳에서 정말 사람이 없다는 탄식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우리도 교회나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할 때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렇게도 사람이 없는가!’ 하는 탄식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잘나갈 때에 찾던 많은 사람들이, 곤궁에 처하니까 발길을 끊지 않습니까? 우리는 만남의 복 중 만남의 복인 주님을 만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사람이 없다는 탄식을 하는 대신에, 만남의 복이 되기 위해 힘써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순종하는 믿음과 지혜, 진실과 실력, 사랑과 용기를 갖춘 사람을 찾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