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덩쿨
그 아파트를 좋아했던 까닭은
단지 녹지공간이 많았다는 이유 한가지였다.
아파트 단지안 화단마다 있었던
살구나무와 무궁화나무, 가끔 눈에 띄었던 감나무
베란다 창문 바로 앞에 수호신마냥
날 지켜주던 은행나무.
울타리쥐똥나무들과 매화,진달래,장미,수국
함박꽃, 들국화등은 사시사철 내 마음에 풍경을
그려주기에 충분했었다.
외동딸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때 이사를 가
올해 고3이니 햇수로 8년을 살었던
내 보금자리에서는 40대 중년의 꿈이
영글었던 시기같다.
하지만 재개발이란 명분아래
내 삶에 터전을 떠나야 한다는 것은
마치 꿈이 산산조각 난듯 그저 아쉬움뿐였다.
차거운 꽃샘바람이 어지간히
맘 심란하게 하던 올 봄.
친한 친구와함께 새로운 보금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나들이를 했다.
녹지공간이 많지않은 빌라로 이사를
오고보니 생활공간은 넓고 편해졌다해도
마음은 서서히 메말라갔다.
단지 집 바로 위에 있는
담쟁이덩쿨집 교회가
내마음에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출퇴근길 담쟁이 덩쿨집 교회 앞마당을
지나갈때면 그들이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평안을 주기에
언제나 믿음직한 친구를 만나는 것 같았다.
가을 치고는 춥지 않았던 날씨탓에
그동안 가을맞이를 소홀해 했던 담쟁이들도
이제는 검붉은 가을옷 갈아 입고있다.
쌀쌀하게 불어오는 찬바람에
검붉은 가을옷자락 나부끼는 담쟁이덩쿨은
지쳐가는 내 가슴에 잔잔하게 파문을 일으킨다.
아침 출근길 믿음직스러운 내 친구같은
담쟁이 덩쿨이 가을맞이하는 모습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 디카 카메라를
그들에게 들이 밀었다.
담 쟁 이
새로운 것들에 낯설음을 참지못해
허덕이던 내마음을 굳건하게 잡아주던
믿음직한 친구 담쟁이들아.
이제는,
쌀쌀한 갈바람에 검붉은 가을 옷자락
나부끼며 메마른 내 가슴 흔드는구나.
머지않아 내 곁을 떠난다해도
다시 올수 있다는 무언의 굳은 약속은
신실한 믿음이기에
언제고 편안함으로 만족을주는
친구 맞네그려!
06.10.24
NaMu